“북한에서 6년간 의대 교육을 받았고 의사자격증까지 있는데 남한에선 인정하지 않으니 다시 공부해야죠.”
탈북 의사 최승철(36·사진) 씨는 내년 1월에 치러질 의사자격시험을 준비하고 있다. 그는 청진의대를 졸업하고 북한 공산당 간부들이 이용하는 한 병원의 소화기내과에서 2년간 근무했다.
최 씨는 대학을 졸업하고 한 달간 중국 친척 집에 머물면서 북한에 회의를 느끼게 됐다. 북한에 돌아가 2년간 탈북을 준비하고 2001년 5월 가족과 함께 국경을 넘었다. 2003년 5월에는 철도 승무원 출신인 동갑내기 약혼녀까지 남한으로 데려와 아들을 낳았다.
그는 남한에서 노래방 등을 운영하며 생활했고 2005년에는 ‘새 동네’라는 탈북자 신문을 만들기도 했다.
“요새 소액 외환 투자를 하고 있어요. 처음에는 손해를 많이 봤으나 이젠 약간의 돈을 법니다. 하지만 천직인 의사에 대한 미련을 버릴 순 없었어요.”
그는 지난해 한 달간 준비해 의사자격시험을 치렀으나 낙방했다. 문제가 생각보다 어렵진 않았다.
“남한에선 의학 용어로 영어를 쓰는데 북한에서는 라틴어로 의학을 배웠어요. 남북 의학 교육에 큰 차이가 있다고는 생각하지 않아요. 물론 의료 시설은 남쪽이 우수합니다.”
최 씨는 남한이 북한 의사자격증을 인정하지 않는 것에 내내 불만을 품고 있었다. 정부가 외국인 의사들이 경제자유구역에서 진료할 수 있도록 허가할 생각이면서 북한 의사를 ‘차별’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국가마다 독자적인 의료제도를 갖추고 있고 외국 의료 교육이나 자격증을 인정하는 범위도 다른 게 현실이다.
남한에 사는 북한 출신 의사는 80여 명이다. 대부분 40대 후반에서 60대여서 다시 공부해 의사자격시험을 치르기엔 많은 나이다.
최 씨는 다른 탈북 의사 3명과 함께 의사자격시험을 준비하고 있다. 이들은 평양의대, 함흥의대, 청진의대 출신 30, 40대다.
지금까지 탈북 의사 가운데 6명이 남한에서 의사자격증을 얻었다.
3명은 국내 의대에서 다시 공부했으며 북한군 군의관 출신인 석용환 씨 등 2명은 한의사 시험을 통과했다.
평양의대 교수 출신인 탈북 의사 1명은 2003년 의사자격시험에 합격하고 강원 강릉시의 한 병원에서 수련의로 근무했으나 지난해 숨졌다.
“탈북 의사들이 서울에 모여 살지 않아 스터디 그룹을 만들기도 힘들어요. 남한 의대 졸업반 학생들과 함께 모의고사를 치를 계획입니다. 북한 출신 의사 3명과 함께 절에 들어가 합숙도 할 예정입니다.”
이유종 기자 pe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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