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국방 행정 분야의 대표적 우파 싱크탱크인 미국 랜드연구소는 최근 발간한 ‘새로운 분업-이라크 이후 미국에 대한 안보 도전’이라는 제목의 보고서에서 이같이 제안했다. 이 보고서는 특히 동북아시아를 비롯한 ‘거점지역’의 전략적 비중을 예전보다 축소하고 동아시아 안보경쟁이나 북한과 같은 군소 핵무장 국가의 출현을 ‘미국과 동맹국이 직면한 주요 도전’으로 적시해 눈길을 끈다.
▽환경 변화에 맞춘 군사전략 변화=보고서는 미국이 재래식 전쟁에 기초한 기존의 ‘1-4-2-1 군사대비태세’를 ‘1-n-2-1 전략’으로 수정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2001년 10월 ‘4개년 국방전략보고서(QDR)’에 발표되면서 등장한 ‘1-4-2-1 전략’은 △미국 본토를 방위하고(1) △유럽 중동 동아시아연안 동북아시아 등 4개 지역에서 전쟁을 억지하며(4) △2개 지역에서 동시에 전쟁을 수행하고(2) △1개 지역의 전면전에서 결정적으로 승리한다(1)는 전략이다.
이를 새롭게 수정한 ‘1-n-2-1 전략’은 예전의 ‘4대 거점’에 포함되지 않았지만 테러와의 전쟁에서 중심지역으로 떠오른 아프가니스탄이나 인도주의 문제로 비화되는 아프리카의 수단, 에티오피아 등 수많은 원거리 지역 국가 및 분쟁지역(n)의 안정이 미래의 미국과 동맹국의 안보 환경에 영향을 미친다고 본다. 기존 국제정치에서 중요시돼 온 국가 중심 지정학의 중요성이 퇴색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보고서는 특히 △테러범과 무장 세력 △북한과 같은 핵무기로 무장한 지역강국 △중국과의 군사적 대치로 이어질 수 있는 아시아 지역 내 안보경쟁은 미국과 동맹국이 직면한 3대 도전이라고 강조하며 이에 대비하기 위한 4단계 과제로 △테러리스트와 무장단체를 섬멸하고, 관련국의 군대 훈련과 무장을 지원하며 △민주주의 개혁 국가를 지원하고 △핵무기와 운반 수단을 파괴할 무기를 개발하며 △탄도미사일과 크루즈 미사일을 요격하는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 군사전략의 주 의제로 떠오른 북핵=보고서는 특히 북한을 ‘핵을 보유한 지역강국’으로 평가하며 새로운 대응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는 북한의 핵실험이 지역안보 구도의 성격을 질적으로 다르게 바꾸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예전에는 핵확산금지조약(NPT) 체제와 미-소 간 핵 억지 게임을 통해 위기를 관리했지만 북한 핵실험 이후 ‘핵 지니(아라비안나이트에 나오는 거인 마법사)’는 이미 호리병에서 빠져나왔다는 것.
보고서는 이에 따라 북한이 알카에다와 같은 테러단체와 연계해 핵 기술을 유출할 경우 미 정부가 바로 대결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김영식 기자 spea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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