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 눈-귀 막을건가”…공무원들도 “기막혀”

  • 입력 2007년 5월 23일 03시 04분


정부가 22일 노무현 대통령 주재로 국무회의를 열어 각 부처에 분산된 브리핑실과 기자실을 통폐합하는 것을 뼈대로 한 이른바 ‘취재지원 시스템 선진화 방안’을 확정하자 공직사회에서도 반발이 적지 않다.

공무원들은 이번 조치로 정부와 언론의 불신과 갈등이 더 깊어져 정책 추진에 새로운 악재가 되고 국민의 혼란이 커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정부과천청사에서 일하는 한 경제관료는 “대통령의 개인감정에 따른 판단과 국정홍보 담당 일부 측근의 ‘과잉 충성심’이 임기 말에 무리한 정책을 만들어 냈다”면서 “특정 인사들의 고집 때문에 정권과 상관없이 계속 일해야 하는 공무원들까지 불편하게 만드는 것이 말이 되느냐”고 말했다.

재정경제부의 한 공무원은 “한나라당은 물론 범여권에서도 대부분 정당을 가리지 않고 이번 조치에 반발하고 있어 정권이 바뀌면 언론정책이 바뀌지 않겠느냐”며 “다시 돌아갈 가능성이 많은 일을 정권 말에 억지로 추진하는 것은 소모적”이라고 비판했다.

서울 서초구 반포동에 청사가 있는 기획예산처 관계자는 “1주일에 서너 번씩 브리핑을 하려고 공무원들이 떼를 지어 과천청사까지 가는 것은 여러 측면에서 비효율적”이라고 지적했다.

교육인적자원부 공무원은 “국민의 관심이 많은 교육 분야는 특히 정책의 취지를 언론에 적극 알려야 할 필요성이 크다”면서 “우리로서는 꼭 알려야 하는 일을 브리핑하기 위해 기자들을 모으는 자체가 큰일이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국익(國益)이 걸린 외교 안보 현안과 남북 관계를 다루는 외교통상부와 통일부 당국자들은 기자실이 사실상 해체되면 앞으로 ‘오프 더 레코드(비보도)’ 등을 협의할 상대가 없어진다며 당혹스러워했다. 외교부 당국자는 “민감한 외교 안보 사안에서는 기자들과의 지속적인 커뮤니케이션을 통해 만들어진 신뢰와 믿음이 중요하다”며 “새 시스템 속에서 비보도를 전제로 한 심층 배경 설명이 이뤄질 수 있을지 회의적”이라고 밝혔다.

부처 간 협의의 부족을 지적하는 공무원도 적지 않았다.

정부중앙청사의 한 공무원은 “사전 협의가 충분하지 않아 솔직히 혼란스럽다”면서 “시한을 정해 정책을 발표한 뒤 사후에 각론을 마련하겠다는 식은 곤란한 것 아니냐”고 했다.

“8월부터 합동브리핑룸 3곳만 운용”

정부는 22일 국무회의에서 각 부처의 브리핑룸과 기사송고실 37곳을 8월부터 정부중앙청사와 과천청사, 대전청사 등 3곳으로 통폐합하고 사전 허락을 얻지 못한 기자의 부처 사무실 출입을 막는 방안을 확정했다.

중앙청사와 과천청사에는 합동브리핑룸이 4개씩, 공동 기사송고실이 1개씩 설치된다. 대전청사는 현행대로 1개의 합동브리핑실이 유지된다.

앞으로 국무총리실 외교부 통일부 등 16개 부처는 중앙청사 합동브리핑룸에서, 재경부 예산처 보건복지부 등 10개 부처는 과천청사 합동브리핑룸에서 각각 브리핑을 해야 한다.

청와대 국방부 금융감독위원회는 업무의 특수성과 지리적 위치를 감안해 현행 브리핑룸과 기사송고실을 유지한다. 대검찰청과 경찰청의 브리핑룸은 유지하지만 서울중앙지검과 개별 경찰서의 기자실은 없어진다.

박중현 기자 sanjuck@donga.com

윤상호 기자 ysh1005@donga.com

김기현 기자 kimkih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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