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터 차 “北 핵국가로 남아있는 한 연합사 해체 없다”

"북한이 핵무장 국가로 남아 있는 한 전시작전통제권의 전환도, 평화협정 논의도, 북-미 관계 정상화도 이뤄지지 않을 것이라고 미 행정부는 명확히 밝힌바 있습니다."

2년 4개월간의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한국·일본 담당 보좌관 생활을 마치고 이달 초 조지타운대로 복귀한 빅터 차(정치학) 교수는 22일 본보와의 인터뷰에서 이같이 강조했다.

―교수 생활과 백악관 생활을 비교해보면 어떤가.

"교수는 혼자 일하지만 행정부에선 함께 팀으로 일한다. 개인적 견해 보다 전체의 의견이 중요하다. 내 개인적 의견과 부시 행정부의 대북 정책 의견이 크게 다르지 않다. 대학에서도 매우 열심히 해야 한다. 주말과 밤늦게까지도 일해야 한다는 점에서 행정부도 마찬가지지만 큰 차이는 행정부는 시간적 압박이 매우 크다는 점이다. 또 대학에선 자세히 길게 쓰지만 행정부에선 길어야 3~5장 이내로 정리해야 한다."

―개인생활을 많이 희생해야 했을 것 같다.

"백악관이 돌아가는 시스템을 보면 크리스마스 같은 휴가를 앞두고 부시 대통령이나, 해들리 보좌관 등이 최우선으로 말하는 것은 가족이다."

―지난해 크리스마스 휴가때 북한 유엔대표부의 연락을 받고 뉴욕에서 직접 접촉한 것으로 알고 있다. 그때 접촉이 베를린 양자 회동과 2·13 합의의 서곡이었다던데.

"지난해 12월말 6자 회담에서 북한과 언제 다시 만날까를 토론했다. 중국이 중간세션 형식의 양자회담을 얘기했다. 우리는 다른 참가국들과도 중간세션 형식의 회담을 가져왔다. 따라서 베이징에서 북한과 그 문제를 조금 얘기했다. 그리고 우연히 베이징 공항에서 줄을 서 있는데 김계관과 마주쳤다. 난 다른 사람과 일정이 달라 혼자 있었다. 그때 김계관과 조금 더 그 문제에 대해 대화를 나눴다. 그리고 크리스마스 휴가때 나는 뉴욕에 있었고, 성 킴 국무부 한국과장도 뉴욕에 있었다. 그때 북한 측에서 만나자고 연락이 왔길래 보스에게 허락받고 만나 베를린에서 회담을 갖기로 의견을 모았다."

―방코델타아시아(BDA) 이슈에 걸려 2·13합의가 이행되지 못하는 상황이고 조지 W 부시 행정부가 원칙을 포기했다는 비판도 들린다.

"(북한의 자금을 모두 풀어 주기로 한) 재무부의 4월10일 결정이 보수 진영으로부터 비판받을 것을 잘 알고 있었다. 난 요새 친구가 없다(웃음). 민주당은 강경하다고, 공화당은 제대로 압박하지 못한다고 비판한다. 그러나 부시 대통령은 2·13 합의를 진행시킴으로써 북한의 의도를 보고 싶어 했다. 협상이 실패한다면 미국 때문이 아니라 북한의 잘못이란 걸 알게 될 것이다. 우리를 비판해도 좋다. 하지만 올해 말까지 북한 핵을 해체(disablement)하는 일을 완수하는 게 제일 중요하다. 2·13 합의는 정말 좋은 합의다. 뒤집어 말하면, 북한에겐 별로 좋지 않다는 뜻도 된다."

―하지만 미국의 와코비아 은행이 송금 창구로 거론되면서도 BDA 자금 반환문제가 너무 지연된다.

"솔직히 잘 모르겠다. 내가 떠난(4월30일) 이후의 일이고, 난 금융을 잘 모른다. 다만, 이런 불법자금의 송금문제는 처음 있는 일이니까 시간이 좀 걸리는 것 아닌가 싶다."

―부시 대통령의 대북 정책이 바뀐 구체적 계기는 무엇인가.

"이라크 전쟁이나 중간선거 패배를 이유로 '180도 변신'했다고 하지만 전혀 그렇지 않다. 부시 대통령은 북한이 미사일을 발사한 지난해 7월보다 훨씬 이전부터 전략적인 대북 구상을 준비했다. 2·13합의가 나오자 부시 대통령은 '좋은 테스트가 될 것이다. 시한이 분명하니 한번 잘 따라가 보자'고 말했다."

-한국계인 당신이 북한과 미국을 잇는 매개 역할을 했다는 평가가 있다.

"핵심은 김계관 외무성 부상과 크리스토퍼 힐 국무부 차관보 라인이다. (농담처럼) 북한은 나를 신뢰하지 않는 것 같다. 그들은 나를 강경 매파(hawk), 진짜 보수주의자로 봤다. 강경한 포용정책(hawkish engagement)을 강조한 내 글을 읽었던 것 같다."

―딕 체니 부통령을 비롯한 강경파가 금융제재에 힘을 실어준 것으로 알려졌는데.

"체니 부통령실에 관한 여러 음모론이 있지만 모두 사실이 아니다. 사람들은 그를 '괴물'로 만들고 싶어 하며 그가 북핵문제의 외교적 해결에 반대하는 것처럼 묘사한다. 물론 체니 부통령은 북한에 대해 매우 회의적(skeptical)이다. 하지만 그는 북핵 문제가 가장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임을 이해한다. 이름 없고 얼굴 없는 존재가 무대 뒤에서 모든 것의 발목을 잡는 것 같은 묘사는 다 틀리다. 백악관은 그렇게 움직이지 않는다."

―부시 대통령의 북한 정권에 대한 인식이 바뀐 것인가.

"열쇠는 완전한 핵프로그램 해체에 달려있다. 그렇게 되면 많은 것이 테이블에 있다. 2005년 9·19 공동성명에 다 담겨 있다. 동북아 평화 논의, 미북 정치 관계 정상화…. 진정한 비핵화가 열쇠다."

―부시 대통령은 북한이 핵개발을 다시 본격화한 2002년 가을 이전부터 북한 정권에 대해 분명한 적대감을 표출했다. 핵문제가 부시 대통령의 대북관을 형성한건 아니지 않은가.

"우리 모두 북한 정권의 본질, 그들이 북한 주민에 대해 하는 행동에 대해 개인적 견해를 갖고 있다. 내 생각에 다들 같은 견해를 갖고 있을 것이다. 하지만 동시에 실용적으로 핵을 어떻게 제거할지 생각해야 한다. 군사적 수단은 원치 않는다. 개인적 견해와 그런 것 모두가 머릿속에 공존할 수 있는 것이다. 부시 대통령은 북한 인권에 분명하게 얘기한 유일한 미국 대통령이다. 탈북자를 백악관에 초청한 유일한 대통령이다. 한국사람들이 악의축 발언을 싫어하고 부시 대통령이 북한에 대해 너무 강경하다고 걱정하지만, 부시 대통령이 인권문제에 대해 취한 행동을 존중해야한다고 생각한다. 북한정권의 본질에 대해 강경한 견해를 갖고 있지만 동시에 실용적인 해결방법을 추구하는게 가능한 것이다."

―지난해 북한의 미사일 및 핵실험 당시 한국 정부의 대응에 대한 부시 대통령의 반응은.

"북한의 핵실험후 우리는 한국이 확산방지구상(PSI)에 완전히 참여해주길 원했지만 한국은 부분 참가만 결정했다. 나는 당시 사적으론 실망했다. 부시 대통령은 노 대통령의 발언들에 대해선 아무런 얘기도 하지 않았다."

―경주 정상회담 당시 노무현 대통령이 부시 대통령에게 대북 강경책을 쓰지 말라고 집요하게 얘기했고, 부시 대통령은 나중에 "외교적 해결이 미국의 원칙이라고 그렇게 강조했는데 한국 대통령은 왜 저렇게 나오나"라고 불쾌해 했다고 들었다.

"하나의 일화를 갖고 전체 관계로 확대시키면 안된다. 노 대통령이 워싱턴에 왔을때 미국의 금융제재를 이해하며 어떤 나라도 위폐를 제조하면 안된다고 공개적으로 말했다. 그는 비록 처음엔 안그랬을지 몰라도 나중에 열린 대부분 회담에서 미국의 입장을 완전히 이해했고 지지하는 입장이었다."

―백악관에서 한미관계를 다루기가 쉽지 않았을 것 같은데.

"모두들 노 정권과의 관계가 어려울 것이라 생각했다. 노 대통령은 왼쪽에 있고 부시 대통령은 오른쪽에 있는데 어떻게 잘 지내나하는 것이다. 하지만 결과적으론 지난 5년간 매우 많은 걸 이룩했다. 매우 시끄러운 관계였는데 결국 결과는 좋다."

―어떻게 그게 가능했다고 보나.

"양국 NSC 차원에서 대화가 잘 됐다. 문제가 있으면 우리에게 가져와서 논의해보자는게 기본 입장이었다. 잘 풀렸는데 한국 측에서 언론에 가져가면 잘 안됐다. 정책 차이가 있을때 우리의 견해는 언론에 얘기하지 말고 가져와서 함께 논의해보자는 것이었다."

―백악관은 한국민이 반대하든 찬성하든 전시작전통제권 전환을 계획대로 진행한다는 입장인가.

"이사 날짜가 없으면 짐 싸기가 어렵듯이 일정은 중요한 이슈였다. 하지만 결국 모든 것은 현장 사령관들이 한국이 전작권을 인수하는데 충분한 준비가 되어 있다고 느끼는지 여부와 안보환경이 어떻게 진행되는지에 달려 있다. 계획표는 중요하지만 결국은 현장의 조건이 결정할 것이다."

―한미연합사 해체에 반대하는 의견들이 여전히 많다.

"연합사 해체는 동맹의 자연스런 단계다. 보수파는 이 문제는 노무현 정권의 차원을 넘어서서 진행되는 전환이라고 이해하고 있다. 그리고 미국은 이 문제를 걱정하는 한국의 보수세력에게 분명히 해줬다. 북한이 핵국가로 남아있는 한 한미연합사 전환을 하지 않을것이며, 북한과의 관계정상화를 하지 않을 것이며, 평화협정을 협상하지 않을 것임을."

―백악관에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논의가 시작된 것은 언제인가.

"2005년 1월에 토론이 시작된 것 같다. 당시 우리의 관심사는 노 대통령이 확고한 의지를 갖고 있는지, 자동차 쌀 같은 이슈에 대해 진전을 시도할 의향이 있는지 였다. 실패할 것 같으면 아예 협상을 시작하지도 않는다는게 미국의 방침이었기 때문이다. 부시 대통령은 일일이 협상과정엔 개입하지 않는 스타일이다."

워싱턴=이기홍 특파원 sechepa@donga.com

김승련 특파원 srk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