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의 소리’ 방송은 27일 “4월 말에 평양에서 진행된 러시아 철도회사와 북한 철도성 대표들의 협상에서 양해각서가 체결됐다”며 “이 각서로 러시아의 하산역부터 북한 나진항까지의 약 55km 철도구간 현대화를 위한 합영기업을 창설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나진∼하산 철도구간 현대화를 위한 양해각서 체결은 러시아가 시베리아횡단철도(TSR)와 한반도종단철도(TKR) 연결을 위해 북한 철도 현대화 사업의 첫 단계에 들어선 것으로 평가된다.
러시아는 나진∼하산 간 철도가 연결되면 나진항에 위치한 정유공장인 승리화학공장을 개보수해 북한에 원유를 공급한 뒤 이 중 일부는 북한이 사용하고, 일부는 러시아로 다시 수입하는 형식의 경제협력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또 청진에서 나진을 거쳐 블라디보스토크까지 이어지는 송전망을 연결해 북한에 전력을 수출하는 방안도 다시 추진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 사업은 2002년 북한과 양해각서를 체결하는 단계까지 갔다가 북핵문제로 무산된 바 있다. 당시 러시아는 대북 송전망을 청진에서 평양을 거쳐 한국으로 연결해 한국 측에 전력을 수출하는 방안도 제안했었다.
러시아 측은 막대한 자금이 필요한 이들 사업에 한국이 동참해 일정 비용을 부담해 줄 것을 지속적으로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반도 긴장이 완화되면 TSR와 TKR의 연결 및 대북 송전망 건설의 이익이 한국에 돌아가는 만큼 한국 측이 사업에 참여해 비용을 부담해 달라는 것.
러시아는 28일 국제교류재단 주최로 서울에서 열리는 제8차 한-러포럼에 보리스 포트노프 한-러 경제공동위 부위원장과 알렉세이 아베린 철도청 국제협력국장을 파견해 철도 연결 및 대북 송전 협력 방안을 논의할 계획이다.
그러나 한국 정부는 러시아 측의 요구에 신중한 태도를 취하고 있다.
TSR와 TKR 연결을 위한 전제조건인 북한 철도 현대화는 최대 8조 원의 비용이 소요되며 러시아와 북한 청진 간 송전망 건설 역시 1조5000억 원 이상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특히 6자회담 2·13합의 이행이 지연되는 상황에서 북핵문제가 풀리지 않을 경우 자칫 한국이 철도 현대화와 송전망 건설 비용만 부담하고 북한과 러시아만 이익을 볼 가능성에 대한 우려도 적지 않다. 한 외교소식통은 “정부는 이들 사업의 시장성을 고려해 참여한다는 방침에 따라 정부 간 협의에 조심스러운 태도를 유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문병기 기자 weapp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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