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러 ‘나진∼하산 철도 현대화’… 러 “한국서 비용 분담을”

  • 입력 2007년 5월 28일 03시 0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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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의 대북 철도 연결과 송전사업이 가시화됨에 따라 한국이 이들 사업에 참여해 비용을 분담해 달라는 러시아의 요청이 본격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러시아의 소리’ 방송은 27일 “4월 말에 평양에서 진행된 러시아 철도회사와 북한 철도성 대표들의 협상에서 양해각서가 체결됐다”며 “이 각서로 러시아의 하산역부터 북한 나진항까지의 약 55km 철도구간 현대화를 위한 합영기업을 창설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나진∼하산 철도구간 현대화를 위한 양해각서 체결은 러시아가 시베리아횡단철도(TSR)와 한반도종단철도(TKR) 연결을 위해 북한 철도 현대화 사업의 첫 단계에 들어선 것으로 평가된다.

러시아는 나진∼하산 간 철도가 연결되면 나진항에 위치한 정유공장인 승리화학공장을 개보수해 북한에 원유를 공급한 뒤 이 중 일부는 북한이 사용하고, 일부는 러시아로 다시 수입하는 형식의 경제협력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또 청진에서 나진을 거쳐 블라디보스토크까지 이어지는 송전망을 연결해 북한에 전력을 수출하는 방안도 다시 추진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 사업은 2002년 북한과 양해각서를 체결하는 단계까지 갔다가 북핵문제로 무산된 바 있다. 당시 러시아는 대북 송전망을 청진에서 평양을 거쳐 한국으로 연결해 한국 측에 전력을 수출하는 방안도 제안했었다.

러시아 측은 막대한 자금이 필요한 이들 사업에 한국이 동참해 일정 비용을 부담해 줄 것을 지속적으로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반도 긴장이 완화되면 TSR와 TKR의 연결 및 대북 송전망 건설의 이익이 한국에 돌아가는 만큼 한국 측이 사업에 참여해 비용을 부담해 달라는 것.

러시아는 28일 국제교류재단 주최로 서울에서 열리는 제8차 한-러포럼에 보리스 포트노프 한-러 경제공동위 부위원장과 알렉세이 아베린 철도청 국제협력국장을 파견해 철도 연결 및 대북 송전 협력 방안을 논의할 계획이다.

그러나 한국 정부는 러시아 측의 요구에 신중한 태도를 취하고 있다.

TSR와 TKR 연결을 위한 전제조건인 북한 철도 현대화는 최대 8조 원의 비용이 소요되며 러시아와 북한 청진 간 송전망 건설 역시 1조5000억 원 이상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특히 6자회담 2·13합의 이행이 지연되는 상황에서 북핵문제가 풀리지 않을 경우 자칫 한국이 철도 현대화와 송전망 건설 비용만 부담하고 북한과 러시아만 이익을 볼 가능성에 대한 우려도 적지 않다. 한 외교소식통은 “정부는 이들 사업의 시장성을 고려해 참여한다는 방침에 따라 정부 간 협의에 조심스러운 태도를 유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문병기 기자 weapp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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