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호남표를 의식해 DJ에 대한 공격을 가급적 자제해 온 한나라당이 이처럼 강공으로 돌아선 것은 호남에서 여전히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DJ의 '정치개입'을 계속 방치할 경우 자칫 범여권이 하나로 결집하면서 대선 구도가 뜻하지 않은 방향으로 흘러갈 수도 있다는 염려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이날 서울 염창동 당사에서 열린 최고위원회는 한마디로 DJ 성토장을 방불케 했다.
강재섭 대표는 "그동안 전직 대통령에 대해서는 가급적 말을 아껴왔는데 오늘은 DJ에 대해 한 말씀 드리지 않을 수 없다"면서 "범여권의 통합을 잇따라 촉구하고 제1야당을 공개 비판하는 것은 전직 대통령으로서의 자세가 아니다"고 비판했다.
그는 "지역주의 피해자를 자처했던 분인데 이제 와 지역주의를 공공연히 조장하는 것은 한마디로 어불성설"이라면서 "DJ뿐만 아니라 전직 대통령들은 정권연장에 깊숙이 개입하는 모습보다는 초연하고 통 큰 자세로 국민통합에 기여해주길 부탁한다"고 말했다.
김형오 원내대표는 "DJ는 작년 10월 고향 목포에 내려가 '정치에 일절 관여하지 않겠다'고 했었다"면서 "그런데 DJ의 최근 노골적 정치발언은 훈수 정치를 넘어 정치에 다시 개입해 스스로 지휘봉을 잡겠다는 것으로, 계보정치의 망령이 되살아나는 것이자 지역 갈등의 감정을 부채질해 지역정치를 다시 하겠다는 것과 다름없다"고 지적했다.
정형근 최고위원은 "DJ가 연일 태상왕 노릇을 하고 있다. 범여권 대선주자들이 하루가 멀다하고 DJ를 알현한 후 '단일정당을 구성하고 안되면 선거연합이라도 하라'는 대선 교지를 받아오고 있다"면서 "DJ의 최근 행태는 지역주의 화신 그 자체로, '3김 정치'의 부활이라 할 수 있는 지역주의가 우려된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햇볕정책에 대한 이데올로기적, 교조적 찬사로 인한 잘못된 대북메시지가 우려된다"면서 "DJ식 햇볕정책은 많은 문제점을 갖고 있으며, 남북정상회담 대가로 5억 달러의 현찰을 주고 핵개발을 사실상 묵인했으며 DJ가 사실상 북한 대변인역을 자임하고 있는 행태가 바로 그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햇볕이 대북정책의 근간이라면 이는 김정일 국방위원장에게 대한민국의 고삐를 넘겨주자는 정신나간 발상"이라면서 "DJ는 태상왕 정치를 그만두고 햇볕이 됐건 정권 재창출이 됐건 대선에 나서고 싶으면 직접 나서는 게 당당한 처신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나경원 대변인은 브리핑에서 "한나라당 후보들의 노력과 국민적 지지를 '주먹질'에 비유한 것은 노벨평화상까지 받은 전직 대통령의 '덕담'치고는 지나치다"면서 "DJ가 최근 '북한이 손학규 전 경기지사에게 적극적인 것 같다'고 말했는데 언제부터 북한이 평가하는 다음 대통령이 누구인지를 국민에게 전달하는 역할까지 맡고 있는 것인지, 우리 국민에게 차기 대통령을 '북한의 의중'대로 선택해 달라는 뜻인지 당황스럽다"고 꼬집었다.
한나라당은 범여권 대선주자들에 대해서도 "정당 간 이합집산에 의탁하거나 세자 책봉을 바라듯 전직 대통령의 집안이나 기웃거리며 '도장'을 받으려는 행태를 즉각 중단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디지털뉴스팀·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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