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 대선주자 정책경쟁 1R… 오늘 경제분야 토론회

  • 입력 2007년 5월 29일 03시 0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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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방송 준비한나라당 대선후보 경선전에 참여할 후보들의 정책을 검증할 정책·비전대회가 열릴 광주 5·18기념문화관 민주홀에서 관계자들이 28일 세트와 방송중계 장비를 설치하고 있다. 광주=박영철 기자
생방송 준비
한나라당 대선후보 경선전에 참여할 후보들의 정책을 검증할 정책·비전대회가 열릴 광주 5·18기념문화관 민주홀에서 관계자들이 28일 세트와 방송중계 장비를 설치하고 있다. 광주=박영철 기자
《한나라당 대선주자 ‘5룡(龍)’의 전쟁이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한나라당은 29일 광주 5·18기념문화관 민주홀에서 경선에 나선 대선주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경제분야 정책 토론회를 연다. 토론회에는 이명박 전 서울시장과 박근혜 전 대표, 홍준표 원희룡 고진화 의원이 나선다. 특정 정당이 대선후보 선출을 위해 정책 검증 토론회를 여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 전 시장과 박 전 대표 지지자들은 토론장의 좋은 자리를 차지한 뒤 상대 후보의 기선을 제압하기 위해 28일 토론장 밖 주차장에서 밤을 지새우는 등 장외 신경전을 벌였다. 특히 두 진영은 서로 청중 동원령을 내렸다고 비난하는 등 장외 대결이 과열 양상을 보이고 있다. 토론장은 800명 정도를 수용할 수 있지만 당 지도부는 광주 500명, 전남 300명, 전북 100명 등 지역 당원들과 각 주자 지지자 100명씩 등 모두 1400명에게 입장 비표를 나눠줬다. 비표를 받은 사람들이 모두 모일 경우 상당수는 토론회장에 입장할 수 없기 때문에 혼란이나 충돌이 빚어질 가능성이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이날 토론회는 KBS와 SBS 등 공중파 TV를 통해 오후 2시 30분부터 생중계될 예정이다. 동아닷컴(www.donga.com)도 인터넷을 통해 생중계한다.

李“일자리 창출 수치로 보일것”

토론 격화땐 ‘결정적 질문’ 작전… 비방은 자제

이명박 전 서울시장은 경제 분야 정책·비전 토론회에서 ‘일자리’를 강조할 예정이다.

이 전 시장은 자신이 내놓은 주요 경제정책이 얼마나 많은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는지를 국민이 쉽게 이해할 수 있게 각종 데이터와 수치를 동원해 설명할 것이라고 캠프 관계자가 전했다.

이 전 시장은 파워 포인트를 이용한 기조발제에서도 △한반도 대운하 △대한민국 7·4·7 △과학비즈니스 도시 건설에 대한 설명과 함께 이들 정책이 가져올 일자리 창출 효과를 부각할 예정이다.

캠프 관계자는 28일 “이 전 시장이 일자리와 함께 경제는 정치적인 이데올로기가 아닌 실천하는 경제 리더십으로 풀어 가야 한다는 점을 강조할 것”이라며 “중산층의 중요성도 언급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지지율 1위 후보인 이 전 시장은 후보 토론 시간에 다른 주자들의 집중적인 질문 공세를 받을 것으로 예상하고 준비 중이라고 한 측근이 전했다. 특히 핵심 공약인 ‘한반도 대운하’와 관련하여 경제성이 낮고 환경오염 가능성이 있다는 지적에 대해 완벽하게 대응할 준비를 마쳤다는 것.

이 전 시장은 물류비용 절감과 함께 운하 주변에 세워질 최첨단 산업단지와 문화 관광시설 등으로 돈으로 환산할 수 없는 경제적 효과를 거둘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할 예정이다. 환경오염 주장에 대해서는 운하 건설로 환경이 더 나아진다는 역공을 펼 방침이다. 우리나라 강을 그대로 놔두는 것이 오히려 ‘반환경적’이라는 얘기다.

캠프 관계자는 “낙동강과 영산강의 물이 썩어 있는 것은 물이 부족하고, 오염 물질이 강바닥에 쌓여 있고, 본류로 들어오는 지류가 오염돼 있기 때문”이라며 “운하 건설이 이런 문제를 한꺼번에 해결할 수 있다”고 말했다.

상대 주자들에 대한 질문은 ‘포지티브’ 방식을 취할 방침이다. 상대 정책에 대한 비판적인 질문이 아니라 이 전 시장이 정책을 설명한 뒤 이에 대한 상대 주자의 동의 여부를 묻는 방식이다. 하지만 토론이 격화될 경우에 대비해 상대 주자를 제압할 ‘결정적인’ 질문도 준비해 놓고 있다는 후문이다.

상호 토론에서 한 주자에게 돌아가는 시간은 질문 시간을 포함해 15분 정도다. 이 전 시장은 질문 시간까지 활용해 정책을 더 구체적으로 설명한다는 계획이다. 질문은 박근혜 전 대표뿐 아니라 모든 주자에게 골고루 할 예정이다.

박민혁 기자 mhpark@donga.com

▼朴“생활고 덜어 줄 새 정책 공개”▼

‘운하 토론회’변질 우려… 큰 틀만 짚기로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가 경제분야 정책·비전 토론회에서 서민의 생활고를 덜어 줄 새로운 정책 구상을 발표할 것으로 알려졌다.

박 전 대표의 경제 자문단으로 활동 중인 A 교수는 28일 통화에서 “서민에게 주로 부과되는 세금과 각종 부담금을 줄이는 경제정책이 새로 포함돼 제시될 것”이라며 “서민의 가슴에 크게 와 닿는 구체적인 내용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기존에 발표된 물가연동 소득세 감세와는 다른 별도의 구상이라는 게 A 교수의 설명이다.

박 전 대표는 ‘서민 부담 완화 정책’ 이외에도 △세금을 ‘줄’이고, 규제는 ‘풀’고, 법질서를 ‘세’우는 ‘줄푸세’를 통해 시장의 기능과 성장엔진의 활력을 회복하고 △교육혁신을 통해 인력의 질을 업그레이드하는 ‘사람 경제론’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등 3가지 테마로 자신에게 주어진 발표 시간 6분을 소화할 예정이다.

이 전 시장을 공격하는 문제를 놓고는 26일 모의 토론회에서 격론이 벌어졌다. 박 전 대표의 한 측근 의원은 “한반도 대운하는 경제성이 없고 환경 파괴 요소가 많아 현실성이 없지만 문제점을 집중 질의할 경우 자칫 ‘운하 토론회’로 변질될 수 있다”며 “조목조목 비판하기보다는 큰 틀에서 점잖게 지적하자는 쪽으로 의견을 모았다”고 말했다.

박 전 대표가 이 전 시장을 집중 공격하지 않기로 한 데는 ‘홍준표 의원이 이 전 시장의 저격수로 나설 것’이라는 기대도 깔려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박 전 대표 측은 이 전 시장의 ‘경제 전문가’ 이미지가 허상이라는 점을 반드시 짚고 넘어가기로 방침을 정했다.

박 전 대표 측은 열차로 한반도와 중국, 일본을 연결하는 자신의 ‘열차 페리 구상’을 공격하는 질문이 나올 경우 답변을 통해 자연스럽게 대운하 공약에 비해 우위에 있다는 점을 부각한다는 전략이다.

박 전 대표 측은 이 전 시장이 실물경제 경험을 앞세워 지엽적인 질문을 던질 가능성에도 대비했다.

한 캠프 관계자는 “이 전 시장이 기업을 경영하면서 체득한 독특한 경험과 관련된 내용들을 질문해 박 전 대표가 경제 문외한으로 비치도록 할 가능성이 있다”며 “모의 토론회에서 자문교수들이 다양한 질문을 던졌지만 박 전 대표는 2년 3개월간 야당 대표를 한 경험을 토대로 거의 모든 질문에 잘 대처했다”고 말했다.

박정훈 기자 sunshade@donga.com

▼ 洪 “서민 경제론” 元 “중산층 복원” 高 “팍스코리아나” ▼

한나라당 홍준표 원희룡 고진화 의원 등 이른바 ‘3약(弱)’ 후보들도 28일 저마다 비장의 무기를 가다듬으며 밤늦게까지 토론회를 준비했다.

이들은 모두 이명박 전 서울시장의 ‘한반도 대운하’ 공약에 대한 집중 공세를 예고했다.

홍 의원은 기조연설을 통해 ‘서민경제론’을 강조할 예정이다. 이 전 시장과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가 ‘성장 경제론’을 주창하는 데 대한 차별화 전략 차원이다.

홍 의원은 자신이 제안해 한나라당 당론으로 채택된 ‘반값 아파트’ 공급 공약을 내세워 서민의 주택 마련을 돕겠다는 점을 강조할 계획이다.

토론회에선 이 전 시장에 대해 한반도 대운하의 환경적인 문제를, 박 전 대표에 대해 열차페리와 개발제한구역(그린벨트) 해제 문제를 거론할 계획이다.

원 의원은 지난주 후반부터 이날 밤까지 참모 및 자문단과 4차례에 걸쳐 실전을 방불케 하는 모의토론을 반복했다. 원 의원은 “근로소득세 폐지를 통해 중산층을 복원하고 신용불량자를 구제하는 정책과 세제 지원으로 일류 중소기업을 육성하는 정책을 2대 경제 구상으로 내세우겠다”고 말했다.

원 의원은 “이 전 시장에게 한반도 대운하의 환경, 국론 분열, 땅값 상승 문제 등에 대한 대책을 들어 보고 싶다”며 “박 전 대표에게는 현실적인 일자리 창출 방안과 노사 관계 대타협 도출 대책 등을 물어보겠다”고 말했다.

고 의원은 이날 발표한 ‘팍스 코리아나’ 구상을 대표 공약으로 집중 부각한다는 계획이다. 고 의원은 이날 참모들과 토론회 리허설을 거듭했다.

고 의원 측은 “대운하와 열차페리 같은 냉전의 개발 패러다임 시대는 지났다”며 “생명의 평화경제 구상인 팍스 코리아나를 통해 한반도가 동아시아의 평화를 주도하고 아시아 각국의 경제 및 에너지 협력을 강화해 공동의 번영을 이룰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하겠다”고 말했다.

박정훈 기자 sunshade@donga.com

박민혁 기자 mhpar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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