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측은 한미 합동군사훈련과 국가보안법 등 이른바 '3대 장벽' 철폐 문제를 다시 제기했지만 대북 쌀 차관 문제를 거론하지는 않았다.
남북은 30일 서울 그랜드힐튼호텔에서 장관급회담 전체회의를 열고 기조발언을 통해 이 같은 기본 입장을 주고 받았다고 고경빈 남측 회담 대변인이 전했다.
고 대변인은 국책 연구기관 간 공동회의 제안 배경에 대해 "전문가들이 모여 평화정착의 긴 과정과 민족경제공동체의 비전에 대한 공감대를 형성하는 게 시급하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남측은 또 한반도 비핵화와 군사적 신뢰구축을 통해 한 단계 높은 평화를 구축하자고 강조하며 조속한 북핵 '2·13 합의' 이행을 촉구했다.
북측 단장인 권호웅 내각 책임참사는 이에 대해 "2·13 합의가 이행 안된 이유는 남측이 잘 알고 있지 않느냐· 우리가 지연한 것이 아니라 미국측이 (지연)하고 있는 것"이라며 미국에 책임을 돌렸다고 대변인이 전했다.
남측은 이 밖에 △국방장관 회담 개최 △철도 단계 개통 △국군포로·납북자 문제의 실질적 해결 모색 등을 제안했다.
고 대변인은 우리측 의제에 대해 "한반도 정세 변화와 함께 보다 큰 틀에서 한반도 평화정착을 위한 노력과 민족 경제공동체에 대한 비전을 모색해 나가자는데 중점을 뒀다"고 말했다.
북측은 기조발언에서 2000년 6·15 정상회담 이후 남북관계에 진전이 있었으며 냉전의 구태도 사라지고 있다고 평가하면서도 민족문제 해결에 외세의 압력을 배제하고 아직도 남아있는 냉전의 얼음장을 제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북측은 또한 한미합동군사훈련, 국가보안법 등을 상대방을 자극하고 남북관계를 위태롭게 하는 행위라고 규정하면서 이와 관련한 '책임있는 조치'의 필요성을 제기했다.
회담 소식통은 "북측은 남측보다 훨씬 장문의 기조발언문을 준비했고 대부분을 지금까지 남북관계의 성과와 과제를 제시하는데 할애했지만 특별히 새로 제기한 의제는 없었다"고 말했다.
고 대변인은 "북측은 이번 회담을 통해 남북관계가 어떤 정세 변화에도 끄떡없는 담보를 마련하기 위해 지혜를 모으자고 했고 성과 도출에 대한 기대를 표출했다"고 전했다.
남북 대표단은 오후에 행주산성으로 공동참관에 나서는 한편 수시로 수석대표 접촉 및 대표접촉을 갖고 본격적으로 공동보도문 도출 작업에 착수한다.
성하운기자 hawo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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