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J측-박상천, 대화내용 발표 싸고 서로 “믿어달라”

  • 입력 2007년 5월 31일 03시 00분


■ DJ측 최경환 비서관

“DJ, 특정인사 배제론 반대 모시는 분 발언 왜곡하겠나”

■ 박상천 대표

“DJ, 소통합론에 양해했다 난 거짓말 정치인 아니다”

“제가 거짓말하는 정치인이 아니지 않습니까.”(민주당 박상천 대표)

“모시고 있는 분의 발언을 어떻게 왜곡하겠습니까.”(김대중 전 대통령 측 최경환 비서관)

김 전 대통령과 박 대표가 29일 회동한 것을 놓고 양측이 당일엔 범여권 대통합과 관련한 김심(金心·김 전 대통령의 의중)이 어디에 있는지를 놓고 서로 다른 뉘앙스의 설명을 내놓더니, 30일엔 서로 “나를 믿어 달라”며 ‘진실공방’을 벌였다.

29일 김 전 대통령과 박 대표의 회동은 오후 2시 50분부터 50분간 이뤄졌고, 김 전 대통령 측에선 최 비서관, 박 대표 측에선 유종필 대변인이 배석했다.

오후 5시경 유 대변인은 국회에서 브리핑을 통해 박 대표가 김 전 대통령에게 “궁극적으로 후보단일화를 통해 한나라당과 일대일 대결을 하라는 것이죠”라고 묻자 김 전 대통령이 “후보단일화든 대통합이든 나는 어느 쪽을 지지하거나 반대하지 않는다”고 답했다고 소개했다.

그러나 오후 6시 30분경 최 비서관은 김 전 대통령이 “나는 단일화되기 전에는 범여권의 어떤 후보도 지지하거나 반대하지 않을 것”이란 뜻으로 말했다고 반박했다. 최 비서관은 그러면서 “후보단일화를 위해선 감정을 상하게 하지 말고 (특정 인사를) 배척하지 말고 나가야 한다”고 김 전 대통령이 말했다고 새로운 내용을 전했다.

그러자 유 대변인은 “김 전 대통령은 ‘특정 인사 배제론’에 대해 전혀 언급하지 않았다”고 재반박했다.

박 대표는 MBC 라디오 프로그램 ‘손석희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손 씨가 “김 전 대통령이 박 대표가 생각하는 이른바 소통합으로 가되 나중에 후보 단일화만 하면 된다는 것까지 양해했다는 말이냐”고 묻자 “양해하고 잘하라 합디다. 제가 거짓말하겠습니까. 저를 믿으세요”라고 말했다. 정치권에선 김 전 대통령은 ‘범여권 대통합’에 방점을 찍은 뒤 “단일 정당이 안 되면 후보단일화라도 해야 한다”고 주문한 것이고, 박 대표는 이 중 “단일화하라”는 발언에 초점을 맞추면서 빚어진 일이라는 해석이 많다.

▼DJ“꼭 한나라당을 이겨야”▼

하지만 “국내 정치에 관여하지 않겠다”고 말해 온 김 전 대통령이 최 비서관을 통해 적극 해명에 나선 점으로 볼 때 앞으로 대선 국면에 본격 개입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이란 비판과 우려의 목소리가 크다.

실제로 김 전 대통령은 박 대표에게 “어떤 일이 있어도, 반드시 대선에서 한나라당을 이겨야 한다”고 당부한 것으로 전해졌다.

▼DJ, 이해찬 前총리 만나 “대통합 방향으로”▼

김 전 대통령은 30일 친노(親盧·친노무현)인 이해찬 전 국무총리의 예방을 받은 자리에서도 “대통합의 방향에서 잘 해나가기 바란다. 이 전 총리가 책임지고 잘 해나가기 바란다”고 당부했다고 이 전 총리 측 윤호중 의원이 전했다.

이 전 총리가 “대통합신당의 큰 기류가 형성되고 있다”고 하자 김 전 대통령은 “열린우리당의 모든 세력이 참여할 수 있느냐. 민주당도 참여하겠느냐”고 관심을 보였다는 것. 김 전 대통령은 “역대 대선에서는 후보가 먼저 부각이 돼 후보를 중심으로 연합이나 통합이 이뤄졌지만 이번 대선은 당이 중심이 돼 대통합정당을 만든 뒤 후보를 부각시켜야 할 것 같다”고 구체적으로 자신의 견해를 밝히기도 했다.

윤 의원은 노 대통령에 대한 언급은 전혀 없었다고 했지만 ‘노무현-DJ 연대설’이 급부상하고 있다는 점에서 이 전 총리의 예방 자체가 “노 대통령과 힘을 합쳐 범여권의 분열을 막아 달라”는 메시지를 전달한 것으로 해석된다.

조수진 기자 jin061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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