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측은 30일 속개된 제21차 남북 장관급회담에서 2·13합의 이행 지연에 따라 대북 쌀 차관 제공을 유보한 남측에 대해 “합의된 약속은 약속대로 지켜야 한다”며 조속한 쌀 차관 제공을 촉구했다.
남측 수석대표인 이재정 통일부 장관은 북측 대표단장인 권호웅 내각 책임참사와의 수석대표 접촉에서 “쌀 차관을 제공하지 않겠다는 것이 아니라 실무적인 절차 탓에 지연되고 있는 것”이라며 이해를 구했지만 북측은 ‘약속 이행’을 계속 요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앞서 북측은 이날 오전 열린 전체회의 기조발언에서 A4 용지 10장인 남측의 기조발언문보다 6장이나 많은 16장 분량의 ‘기본발언문’을 내놓았다. 이를 통해 “현재 북남 사이에 합의된 문제들이 외세의 간섭으로 그 이행이 중단되고 북남 관계가 외세와의 관계보다 뒷전에 밀려나고 있다”며 강한 불만을 표시했다.
민족공조를 강조하며 쌀 차관 제공을 강력하게 요구하는 북측의 반발이 거세지자 남측은 저녁 이 장관 주재로 대책회의를 가졌다. 특히 심야에는 김만복 국정원장이 호텔 뒷문에 있는 비상용 엘리베이터를 이용해 12층에 객실에서 이 장관과 극비리에 면담을 했다.
남측은 기조발언을 통해 한반도 평화정착과 남북 경제공동체 형성의 실천 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남북 국책연구기관 공동회의를 열자고 제안했다.
남측 회담 대변인인 고경빈 통일부 정책홍보본부장은 “전문가들이 모여 평화정착의 긴 과정과 민족경제공동체의 비전에 대한 공감대를 형성하는 게 시급하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남북 기조 발언 비교 | |
남측 | 북측 |
―한반도 비핵화와 군사적 신뢰 구축 으로 한 단계 높은 평화 실현―경의선 동해선 철도 단계적 개통―평화 정착 과제 등 구체적 실천 방안 모색 위한 남북 국책기관 공동회의 개최 | ―남북간 합의 민족중시·민족우선 원칙으로 해결―합동군사훈련, 국가보안법 등에 대한 책임 있는 조치 촉구 |
‘기자실 운영 이중태도’ 비판한 기자에
통일부 “편의제공 일절 않겠다” 통보
한편 통일부는 중앙일보가 이날 기사 송고를 위해 ‘프레스센터’를 개설한 것을 비판적으로 보도한 것을 문제 삼아 중앙일보 기자에게 편의를 일절 제공하지 않겠다고 통보했다.
통일부는 그동안 남쪽에서 장관급회담이 열리면 회담장에, 북측에서 회담이 열리면 서울 종로구 삼청동 남북회담본부에 기자실을 임시로 열어 취재 편의를 제공해 왔다. 중앙일보는 이를 빠짐없이 이용해 왔다.
통일부는 “중앙일보 기사가 정부의 편의 제공을 문제 삼은 만큼 중앙일보에 대해 일절 편의 제공을 하지 않기로 한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통일부 출입기자들은 “해당 기사의 시각과 무관하게 통일부가 반론보도 청구 등 상식적인 절차 없이 중앙일보에 대한 프레스센터 출입금지를 포함한 일체의 취재 편의를 제공하지 않겠다고 통보함으로써 사실상 취재 제한 조치를 내린 데 대해 우려의 뜻을 밝힌다”는 성명서를 냈다.
하태원 기자 triplets@donga.com
문병기 기자 weapp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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