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주민 4명 작은 목선 타고 일본으로 탈출

  • 입력 2007년 6월 3일 18시 1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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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주민 4명이 작은 목선을 타고 청진에서 일본 아오모리(靑森) 현 후카우라(深浦) 항구까지 약 900km를 항해한 끝에 북한을 탈출했다.

북한 주민이 동해를 건너 일본으로 탈출한 것은 1987년 김만철 씨 일가 이후 20년 만이다.

3일 일본 언론들에 따르면 일본 당국은 부부로 보이는 50대 후반 남성과 60대 전반 여성, 아들들로 추정되는 20대 후반~30대 남성 2명의 신병을 확보해 조사 중이다. 이들은 모두 북한 신분증을 가졌으며 50대 후반 남성은 전직 어부, 아들들은 어부와 학생으로 알려졌다.

일본 당국은 "4명이 공작원일 가능성은 낮으며 탈북자라는 사실이 거의 확실하다"고 밝혔다.

▽"독약 마실 각오로 탈북"=이들이 선실은커녕 덮개도 없는 작은 목선에 몸을 싣고 "자유를 찾아" 청진항 부근을 출발한 것은 지난달 27일 밤. 2일 오전 4시10분 후카우라 앞 바다에서 낚시꾼에 발견되기 6일전이다.

이들은 경찰에서 "생활이 어려워서 북한을 탈출했다. 한국 국경은 경비가 삼엄해 일본으로 향했다"고 진술했다.

일가족은 당초 한일부정기여객선 만경봉호가 입항하는 니가타(新潟)항을 목표로 항해했지만 북상하는 쓰시마해류에 밀려 후카우라항에 도착했다.

이들이 탄 목선은 길이 7.3m에 폭 1.8m로 경운기용 소형 엔진 2개가 있었다.

현지 어민들은 "이렇게 작은 배로 일본해(동해의 일본식 이름)를 건넜다는 사실이 믿어지지 않는다"고 입을 모았다. 이 때문에 해안경비당국이 "어딘가에 모선(母船)이 있을 것"이라며 주변 해역을 수색하는 소동도 벌어졌다.

배 안에는 소시지와 음료가 든 부대 2개, 나무 노 3~4개, 의류, 독극물로 보이는 약물을 담은 작은 병이 발견됐다.

이들 일가족은 "북한 당국에 발견되면 독극물을 마시고 죽을 생각이었다"고 말했다.

▽한국으로 가게 될 듯=이들은 당국 조사에서 "한국으로 가고 싶다"고 말했다.

요미우리신문에 따르면 일본 정부는 이들이 탈북자로 최종 판명되면 6개월간 체류가 가능한 '일시비호(庇護)상륙허가'를 내줄 예정이다. 그런 다음 본인들이 한국을 포함한 제3국행을 정식으로 원할 경우 외교채널을 통해 신속히 협상을 진행하기로 했다.

송민순 외교통상부 장관도 3일 제주 서귀포시 롯데호텔에서 아소 다로(麻生太郞) 일본 외상과 양자회의를 한 뒤 "탈북자 문제가 인도적 원칙과 당사자들의 희망에 따라 처리돼야 한다는 데 인식을 같이 했다"고 밝혀 이들이 큰 문제가 없는 한 한국으로 가게 될 것임을 시사했다.

일본 정부는 김만철 씨 일가가 탈북했을 때도 신병을 일단 대만에 인도한 뒤 한국에 정착하도록 한 바 있다.

한편 일본 정부 안팎에서는 "탈북자들이 대량으로 일본으로 건너오는 신호탄이 아닌가"라며 긴장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해안경비 책임을 진 해상보안청은 목선이 적어도 수 십 시간 동안 일본의 배타적경제수역(EEZ)을 항해했는데도 민간에서 신고가 들어올 때까지 발견하지 못한 데 큰 충격을 받은 모습이라고 일본 언론은 전했다.

도쿄=천광암특파원 ia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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