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운하 보고서는 靑의 이명박 죽이기”

  • 입력 2007년 6월 5일 03시 03분


한나라당 대선주자인 이명박 전 서울시장의 ‘한반도 대운하’ 공약을 둘러싼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노무현 대통령은 2일 ‘참여정부평가포럼’ 특강에서 “제정신 가진 사람이 (대운하에) 투자를 하겠느냐”고 비판했다. 정부 산하기관인 수자원공사와 국토연구원, 건설기술연구원은 최근 태스크포스 팀을 만들어 ‘대운하는 수익성이 없다’는 내용의 보고서를 만든 것으로 드러났다.

건설교통부 관계자는 4일 “수자원공사가 1998년 타당성 조사를 벌여 수익성이 없다는 결론을 내렸는데 태스크포스가 그동안의 물가상승률 등을 고려해 다시 검토해 본 것”이라면서 “실무적 차원의 검토로 정부의 공식 견해가 정리된 것이 아니며 정치적 활용 목적도 없다”고 말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경부운하의 비용·편익비율은 1998년 0.24였으나 이번에는 0.16으로 산정됐다. 일반적으로 비용·편익비율이 1.0 이상이라야 경제성이 있다고 한다. 또 경부운하를 만들려면 18조 원이 들어가며 취수장 이전, 컨테이너 터미널 설치 등을 위해서는 추가 비용이 들 것으로 추산됐다.

이에 비해 경부운하 건설에 따른 골재 채취량은 5300만 m³, 수입은 5000억 원에 그치고 연간 물동량도 500만 t에 머물 것으로 추정됐다.

이 전 시장 측 박승환 대운하추진단장은 이날 기자회견을 열고 “실제 사업비는 총 14조1000억 원으로 골재 판매대금 8조3000억 원을 공제하면 5조8000억 원이면 되고 물동량도 1700만 t에 이를 것”이라며 “비용·편익비율도 이 전 시장의 운하와 전혀 다른 노선을 계산한 엉터리”라고 반박했다.

박형준 캠프 대변인은 “청와대가 직접 주문생산을 의뢰하고 관계기관이 총동원돼 만든 정치공작용 기획보고서”라며 “노 대통령의 2일 발언도 ‘이명박 죽이기’의 신호탄”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누가, 어떤 목적으로 ‘대운하 프로젝트 파괴 공작’ 조사를 지시했고, 왜 관계기관들이 비밀리에 조사를 하고 보고서를 극비에 부쳤는지 밝혀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박근혜 전 대표 측 유승민 의원은 “전문가들이 한반도 대운하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것은 바람직하지만 정부 기관이 나서는 건 정치적 의도를 의심할 수밖에 없다”면서 “그러나 보고서 내용은 타당하기 때문에 이를 계기로 중립지대 전문가들이 대운하에 대해 심도 있게 따져 봐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천호선 청와대 대변인은 정례브리핑에서 수자원공사 등의 대운하 조사에 대해 “국토와 국민의 삶에 엄청난 악영향을 미칠 수 있는 사안이면서 대통령도 이것이 타당한가라는 관심과 의문을 갖고 있는 사안”이라며 “(조사는) 전혀 문제가 없고 오히려 잘한 일”이라고 말했다.

이종훈 기자 taylor5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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