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이 정권을 잡으면 어떤 일이 생길까 생각하니 끔찍하다. 무책임한 정당이다.”(2일 참여정부 평가포럼 특강에서)
노무현 대통령은 2일 참평포럼 강연에서 이처럼 과거와 180도 달라진 발언을 했다. 정치권에선 노 대통령의 이 같은 ‘변신’에 대해 “필요에 따라 수시로 말을 바꾸는 기회주의적 태도”라는 비판이 거세다.
▽대연정을 제안해 놓고서?=노 대통령은 참평포럼 특강에서 “한나라당이 무책임한 정당이라는 것은 분명하다” “반대와 흔들기뿐이다”라며 한나라당을 맹비난했다. 유력한 대선주자인 이명박 전 서울시장의 대운하 공약, 박근혜 전 대표의 열차페리 공약에 대해서도 각각 “참여할 기업이 없을 것” “타당성 없다는 결론이 났다”고 깎아내렸다.
그러나 노 대통령은 2년 전 한나라당에 대연정을 제안했을 땐 “한나라당과 열린우리당의 노선 차이가 어디 있느냐”고 반문했었다. 이 발언에 열린우리당은 격앙했고 당-청 간 갈등의 골은 깊어졌다.
박 전 대표는 4일 서강대 경제대학원 초청 특강에서 “내가 당 대표로 있을 때 대연정을 주장해 놓고서 너무 앞뒤가 어긋나는 말씀”이라고 비판했다. 이에 청와대 관계자는 “정부가 보기에 실패한 공약이 만약 (한나라당 집권 후) 실행된다면 우려된다는 뜻을 밝힌 것”이라고 강변했다.
▽박 전 대표에게 입각 제의?=노 대통령은 2005년 9월 당시 박 대표와의 회담에서 “포용정치에서 전형적인 것은 입각을 제의하고 그것을 수락하는 것”이라며 “내가 (박 대표에게) 통일부 장관을 제의한 적이 있지 않으냐”고 말했다. 현 정부 출범 초 박 전 대표에게 통일부 장관 직을 비공식 제의했으나 거부당한 사실을 꺼낸 것.
그런 노 대통령이 참평포럼 특강에선 박 전 대표를 겨냥해 “한국의 지도자가 다시 무슨 ‘독재자의 딸’이라고 해외 신문에 나면 곤란하다”고 인신공격성 발언을 했다. 청와대 측은 “강연 당시 전후 맥락을 살펴보면 인신공격성 발언이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헌법을 준수한다?=노 대통령은 2003년 2월 25일 취임식에서 “나는 헌법을 준수하고…”라며 대국민 선서를 했다. 하지만 노 대통령은 참평포럼 강연에선 “‘그놈의’ 헌법 때문에 토론을 못하게 됐다”고 막말을 했다.
정치권에선 노 대통령이 탄핵소추와 행정수도 이전 공약 등으로 위헌 시비에 많이 휘말렸던 점이 헌법 준수 의지를 약화시킨 게 아니냐는 지적이 많다. 실제 노 대통령은 2005년 8월 중앙언론사 논설·해설책임자와의 간담회에서 “지금은 헌법 논리가 좀 과잉되어 있는 상황”이라고 불만을 토로하기도 했다.
▽절제하는 가운데 신뢰 구축된다?=노 대통령은 참평포럼 강연에서 “미사일 발사, 핵실험 때 우리 언론, 정치, 국민이 나를 죽사발 만들었다”며 “하지만 우리가 절제하는 가운데 신뢰가 구축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북한에 강경 대응하라는 요구에도 불구하고 포용정책으로 일관해 남북 간 신뢰를 쌓았다는 얘기다.
한나라당의 한 고위 관계자는 “노 대통령이 정작 같은 나라의 야당에 대해선 절제의 금도를 넘은 막말을 퍼붓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고 반박했다.
정연욱 기자 jyw1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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