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4일 가진 모스크바 주재 유럽 특파원과의 간담회에서 “미국의 전략 핵 병력이 유럽으로 이동한다면 러시아군은 새로운 목표물에 대한 폭격 수단을 찾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러시아군은 유럽을 겨냥하는 수단으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이나 크루즈 미사일 또는 완전히 새로운 미사일을 준비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같은 푸틴 대통령의 발언은 탈냉전 이후 러시아가 유럽을 직접 겨냥해 온 미사일을 없앤 뒤 처음 나온 것이다.
따라서 유럽 대륙에서 벌어질 미국과 러시아의 무기 경쟁으로 냉전시대 핵전쟁의 망령이 되살아날 것이라는 우려도 나왔다.
모스크바 외교 소식통들은 6일부터 8일까지 독일에서 열리는 주요 8개국(G8) 정상회의에서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과 푸틴 대통령이 이 문제를 놓고 설전을 벌일 것으로 전망했다.
미국은 북한과 이란을 비롯한 테러국가의 미사일 공격을 막기 위해 폴란드와 체코 등 동유럽에 MD 체제를 구축하는 것이라고 설명한다. 하지만 러시아는 “이는 세계의 전략적 균형을 흔드는 행위로, 새로운 군비경쟁과 냉전시대를 불러올 것”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푸틴 대통령은 미국의 동유럽 MD 기지 설치 계획은 러시아를 겨냥한 것이라면서 “미국은 존재하지도 않는 위험에 대한 보호 장벽을 세워 러시아의 반응을 강요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푸틴 대통령은 “미국이 이 계획을 바꾸지 않으면 러시아는 ‘보복 수단’을 찾을 것이며 미-러 양국의 무기 경쟁은 유럽을 ‘화약통’으로 만들 수 있다”고 경고했다.
실제로 러시아는 지난달 29일 미국의 MD라는 ‘방패’를 무력화할 수 있는 ‘창’으로 다탄두 이동식 ICBM과 신형 크루즈 미사일의 시험 발사에 성공했다.
폴란드와 체코 정부는 미국의 MD 기지 설치 계획을 수용했으나 이들 나라의 야당과 상당수 국민은 반대 목소리를 높이고 있어 MD 기지 설치에 영향을 줄 가능성도 없지 않다.
모스크바=정위용 특파원 viyonz@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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