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시 대통령은 지난 4월말 미일정상회담에서 2.13 합의 이행에 나서지 않고 있는 북한을 비판하면서 김정일 위원장에 대한 강한 불신을 표출한 것으로 알려진데 이어 5일 또다시 고강도 비판을 가하고 나서 미묘한 파장을 낳고 있다.
부시 대통령은 주요선진국(G-8) 정상회의 참석에 앞서 5일 체코 프라하를 방문, 북한을 벨로루시, 미얀마, 쿠바, 수단, 짐바브웨 등과 함께 '세계 최악의 독재국가군'(the world's worst dictatorships)에 포함시켰다.
그러면서 "인권을 탄압하는 억압자들(oppressors)은 용서하지 않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물론 김 위원장을 직접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전체 맥락을 감안하면 김 위원장을 배제하지 않고 있음이 분명하다.
지난해 11월 부시 대통령이 하노이 아태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서 한국전쟁 종료선언을 언급하고, 지난 3월 뉴욕 북미관계정상화 실무그룹 1차회의에서 북미간 수교문제가 거론되던 우호적인 분위기와는 천양지차라는 게 전문가들의 일치된 분석이다.
◇ 부시, 지난해 국정연설 강경분위기 회귀 =부시 대통령의 이날 연설의 키워드는 '민주주의 확산' '자유' 폭정정치 종식'이었다.
지난해 국정연설을 통해 집권 2기 외교안보정책의 기조인 자유확산과 폭정종식을 재천명했을 때의 분위기와 거의 흡사했다는게 관계자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실제 부시는 이날 연설에서 "민주주의 확산은 불가피하다"면서 "자유는 무시될 수 있고, 지체될 수는 있지만 결코 거부될 수 없는 것이며 극단주의와의 투쟁에서 가장 강력한 것은 탄약이나 폭탄이 아니라 자유의 힘"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북한과 벨로루시, 미얀마, 쿠바, 수단, 짐바브웨 등 6개국을 '최악의 독재국가'로 꼽고 이란과 시리아도 그 반열에 있음을 시사했다. 지난해 국정연설 때 시리아를 비롯, 미얀바, 짐바브웨, 북한, 이란을 '폭압정권'으로 열거했던 것과 큰 차이가 없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부시 대통령이 지난 2002년 1월 북한과 이라크, 이란을 '악의 축'으로 규정한 데 이어 라이스 국무장관이 지난 2005년 초 인준청문회에서 북한을 '폭정의 전초기지'로 호칭한 대치상황으로 유턴하려는 의도가 아니냐는 분석을 내놓는다.
물론 부시 대통령은 옛 동구지역인 폴란드와 체코에 미사일방어(MD) 시스템 구축을 놓고 러시아와 갈등을 빚고 있는 시점임을 감안, 러시아의 '약점'인 민주주의와 자유를 들고 나왔을 가능성이 적지 않다.
북한에 대한 비판적 언급도 그런 맥락에서 나왔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것도 사실이다.
◇부시, 대북 압박 강화 = 부시 대통령은 그러나 "나는 2기 취임식때 이 세상에서 폭정을 종식시키겠다고 약속했다"면서 "미국은 억압과 과격주의의 대안으로 자유와 민주주의 확산을 진척시켜 나갈 것"이라고 다짐했다.
특히 북한을 겨냥,"북한 주민들은 정권에 반대하는 사람들이 야만스럽게 억압받는 폐쇄된 사회에서 살고 있다"면서 "북한 주민들은 남한에 있는 형제 자매들로부터 차단돼 있다"고 강조, 북한 지도부를 겨냥하고 나섰다.
무엇보다 "폭정하에 고통받고 있는 모든 사람들에게 던지는 나의 메시지는 우리는 결코 여러분의 억압자들을 용서하지 않을 것이고, 항상 여러분들의 자유를 위해 싸울 것이라는 다짐"이라고 언명, 부시 행정부의 심상치않은 최근 기류를 반영했다.
이 같은 발언 수위는 북미가 과연 한때나마 수교를 거론하고 종전선언을 위한 미-중-남-북간 4자회동을 검토했던 게 사실이었을까 의구심이 들 정도다.
◇부시, 강경발언 메시지 뭘까 = 부시 대통령이 이처럼 강경발언을 한 것은 북한의 핵폐기 문제와 직결돼 있다는게 대체적인 시각이다.
`2.13 베이징 합의'를 전후해 대북 자극 발언을 삼가해온 부시가 북한을 `최악의 독재국가'로 지칭하고 나선 것은 북한이 `2.13합의' 이행을 지연하고 있는 데 대한 불만을 우회적으로 표출한 것이라는 얘기다.
부시가 비둘기파인 콘돌리자 라이스 국무장관과 크리스토퍼 힐 동아태 차관보의 건의를 적극 수용, 북핵 폐기라는 대의를 위해 북한에 전례없이 양보조치를 취했으나 북한측에서 벌다른 반응이 없자 실망감의 발로라는 해석도 있다.
한걸음 더 나아가 네오콘(신보수주의) 등 강경보수파들의 요청대로 북한의 '정권교체', 또는 '체제변형'이라는 기존 정책으로 복귀하기 위한 수순밟기 라는 해석도 일부 없지는 않다.
부시 대통령이 지난 4월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와의 회담에서 BDA 논란과 관련, "미국이 실수했다(screwed it up)"면서 미 정부가 북한의 행동을 충분히 읽어내지 못했음을 처음으로 시인한 것이 이런 해석의 근거가 되고 있다.
디지털 뉴스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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