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에도 집단 탈당설이 숱하게 나왔지만 이번에는 곧 현실화될 것이라는 점에서 사정이 다르다.
탈당을 공언했거나 검토해 왔던 당내 여러 그룹이 이르면 이번 주 중, 늦어도 다음 주에는 연쇄 탈당, 혹은 무더기 탈당을 결행할 것으로 보인다.
▽연쇄 탈당 임박=열린우리당 재선 그룹과 초선 의원 모임인 ‘처음처럼’, 이목희 의원이 주도하는 ‘국민경선추진모임’ 등의 움직임이 빨라지고 있다.
이 모임에 각각 참여하고 있는 임종석 우상호 우원식 의원 등은 6일 만나 ‘제3지대’에서 대선후보 국민경선 추진을 위한 토대를 만들기 위해 결단해야 한다는 데 의견을 모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다만 탈당 시기 및 방법을 놓고 이견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8일 선도 탈당을 감행해 통합의 돌파구를 마련하자는 의견과 11일 ‘통합과 번영을 위한 미래구상’의 창당 선언에 맞춰 결행하자는 의견 등이 엇갈려 결론을 내리지는 못했다고 한 참석자가 전했다.
이들과는 별개로 정대철 고문과 김덕규 문학진 신학용 의원 등 현역 의원 7, 8명이 참여하는 ‘대통합 신당추진모임’도 다음 주 탈당이 확실한 그룹이다. 이들은 이미 15일 탈당을 예고한 바 있다.
정동영 김근태 전 의장 등도 ‘제3지대’로 나갈 뜻을 굳혔다. 다만 자신들이 앞장서 탈당을 주도하는 모양새는 피할 것으로 보인다. 민병두 의원은 “정, 김 전 의장이 선도 탈당하겠다는 것도 아니고 창당 선언을 하려는 것도 아니다. 소통합에 맞서 대통합 전선을 만들려는 것이다”고 말했다. ▽‘대통합 진지’ 구축=이들의 목표는 제3지대에서 대통합 진지를 구축한다는 것이다.
장상 전 민주당 대표 그룹, 11일 창당 선언을 하는 ‘통일과 번영을 위한 미래구상’, 이미 열린우리당을 탈당해 무소속으로 있는 천정배 의원 그룹, 이강래 의원 그룹 등과 함께 대통합 추진을 위한 협의체를 구성하는 한편 각 대선주자가 합류하는 국민경선추진위를 발족해 오픈 프라이머리(국민경선제)에 대비해 나간다는 수순이다.
현 단계에선 별도의 신당 창당은 염두에 두지 않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민주당과 중도개혁통합신당이 중도통합민주당(통합민주당) 창당을 선언한 상황에서 또 다른 당을 만들면 당 대 당 경쟁이 되면서 장차 대통합 및 오픈 프라이머리의 무대를 만드는 데 오히려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도상 시나리오’에 불과=물론 이들의 ‘제3지대 진지 구축’ 구상은 ‘도상(圖上) 시나리오’에 불과하다는 분석도 있다. 민주당과 중도개혁통합신당에 통합의 선수를 빼앗긴 상황에서 나름대로 제3지대에서의 활로를 모색하기 위해 이리저리 뭉치고는 있지만 누구를 구심점으로 할지부터 정리가 안 돼 있기 때문이다.
정 전 의장과 김 전 의장 등이 전면에 나서는 통합 추진에는 반대한다는 기류도 거세다.
민주당은 박상천 대표가 주장해 온 ‘특정 그룹 배제론’을 사실상 철회하며 열린우리당의 와해를 꾀하고 있고, 실제 내년 총선을 걱정하는 일부 열린우리당 의원은 통합민주당 참여를 저울질하고 있다.
▽친노(親盧·친노무현) 의원들의 움직임=이들은 일단 이해찬 전 국무총리를 중심으로 뭉치고 있는 형국이다. 이 전 총리는 자신이 위원장으로 있는 당 동북아평화위원회 소속 의원들을 중심으로 세를 다지고 있으며 친노 세력을 모두 아우르는 대통합을 설파하고 있다.
그러나 비노(非盧·비노무현)-반노(反盧·반노무현) 의원들이 대거 탈당할 경우 당에 남아 ‘참여정부 평가포럼’ 회원들과 함께 세력화를 도모할 것으로 보인다.
한명숙 전 국무총리의 행보도 관심사가 되고 있다. 한 전 총리는 친노 주자로 분류되지만 대통합을 주장하고 있다. 한 전 총리는 7일 대통합을 주장하는 장 전 대표와 함께 김대중 전 대통령을 예방하기로 해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정용관 기자 yongari@donga.com
박상천대표 “신당 출범하면 민주당 기존원칙 유지 못해”
‘특정세력 배제론’ 사실상 철회
민주당 박상천 대표가 6일 ‘특정세력 배제론’을 사실상 철회했다.
박 대표는 이날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간부 간담회에서 “중도통합민주당이라는 새로운 정당이 출범하면 민주당의 기존 원칙과 기준이 그대로 유지될 수 없는 것이 사실”이라며 “새 정당의 통합 원칙과 기준은 민주당과 중도개혁통합신당 양측이 논의해 양당 간의 합당 기본 합의서를 근거로 새로 설정될 것”이라고 말했다.
배제론이 민주당의 당론이었지만 통합민주당이란 신당이 창당되면 민주당의 당론은 유지될 수 없다는 뜻으로 배제론 철회를 공식 선언한 것이나 다름없다. 이런 변화는 민주당 안팎의 정치 상황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라는 분석이다.
우선 합당의 파트너인 통합신당 김한길 대표는 5일 오후 박 대표에게 “6일 오전까지 배제론 철회를 공식화하지 않을 경우 합당 선언을 무효화할 수밖에 없다”고 압박했다.
또 열린우리당 정동영 김근태 문희상 전 의장과 초·재선 의원 등이 다음 주 별도의 신당 창당을 위한 집단 탈당을 꾀하면서 자칫 민주당과 통합신당이 ‘역배제’ 대상에 몰릴 위기에 처했기 때문.
민주당 내부에서 장상 전 대표 등 이른바 ‘대통합파’가 박 대표의 배제론을 비판하고, 원외 지역위원장들이 대통합 촉구 성명서에 서명하는 등 압박 강도가 높아진 것도 원인이 됐다.
조수진 기자 jin061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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