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에는 삼일절, 제헌절, 광복절, 개천절, 한글날 등 5대 국경일 외에 40개의 국가기념일이 있다. 국가기념일에는 보건의 날(4월 7일) 과학의 날(4월 21일) 환경의 날(6월 5일)처럼 특정 분야에 대한 국민적 관심을 높이기 위한 날이 많다. 대한민국임시정부수립기념일(4월 13일), 4·19혁명기념일, 5·18민주화운동기념일, 6·25사변일 등은 역사적 사건을 기념하기 위한 날이다. 가장 최근의 역사적 사건으로는 20년 전인 1987년 6월 민주항쟁이 계기가 된 6·10민주항쟁기념일이 있다.
▷열린우리당 의원 105명을 비롯한 국회의원 159명이 2000년 남북정상회담이 열린 6월 15일을 남북공동선언기념일로 지정하기 위해 조만간 국회에 결의안을 제출할 예정이라고 한다. 기념일은 올 2월 개성에서 열린 6·15공동선언실천 민족공동위원회 실무협의에서 남북이 공동 추진키로 결정한 데 따른 것으로 북한이 더 적극적이다. 남북정상회담을 통해 화해와 협력의 시대가 열렸다는 것이 이들이 내세우는 명분이다.
▷그러나 정상회담 이후 우리는 공동선언의 의미를 퇴색시키는 일을 많이 겪었다. 2002년 6월 북한 경비정이 우리 경비정을 기습 포격함으로써 발생한 서해교전으로 해군 장병 6명이 전사하고 19명이 부상했다. 북한은 지난해 10월 핵실험으로 한반도를 핵 위기로 몰아넣었다. 정상회담 이후 남남(南南)갈등과 국론분열도 더 심해졌다. 남북공동선언에 대한 평가에는 더 많은 세월이 필요하다. 북한이 핵을 포기하고 남북관계에 진정한 개선이 이뤄진다면 기념일 지정보다 더한 일인들 못할까.
권순택 논설위원 maypol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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