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권 바뀌면 되살아날것 같아 기자실 대못질해 넘겨주겠다”
노 대통령은 이날 언론에 대해 “언론권력은 가장 강력한 권력수단을 보유한 집단”이라며 “독재가 무너지고 나니 스스로 권력으로 등장했다”고 주장했다.
또 최근 논란이 된 기자실 통폐합에 대해서는 “다음 정권으로 넘어가면 기자실이 되살아 날 것 같아서 제가 확실하게 대못, 대못으로 대못질을 해 버리고 넘겨주려고 한다”고 말했다.
노 대통령은 “독재 시대에는 독재와 결탁하고, 시장이 지배하는 시대에는 시장 또는 시장의 지배자와 결탁하고, 권력에 참여해서 ‘버스럭지’를 얻어먹던 잘못된 언론들이 많이 있었다”며 “(언론이) 누구는 대통령 된다, 누구는 안 된다까지 결정하려고 했었죠?”라고 말했다.
그는 “여전히 정부라는 이유라 해서 정부를 비틀고 꼬집고 흔들면 한몫 보는 줄 아는 언론들이 있다. 그래서 간판은 ‘할 말은 하는 언론’, 이렇게 나온다”고 비꼬고 “언론도 소비자가 결단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한림대 언론정보학과 최영재 교수는 “일부 기자실의 과거 잘못된 관행만을 보고 부정적 측면만 강조하면 더러워진 목욕물을 버리다가 아이까지 버리는 꼴이 될 수 있다”며 “기자실과 좋은 언론 보도는 아무런 관계가 없다”고 비판했다.
장강명 기자 tesomiom@donga.com
“도깨비방망이로 돈 만드나 빅2 감세공약에 속지 말라”
“이제 걱정이 되는 게 하나가 오늘 (명예박사) 학위수여장을 보니까 ‘명박’이라고 써놨던데 내가 ‘노명박’이 되는가 싶어 갖고…. 하여튼 이명박 씨가 ‘노명박’만큼만 잘하면 괜찮다. 자화자찬 같지만 ‘노명박’ 만큼만 해라. …참여정부 안 그대로 실패했다 해 쌓는데 내가 이 얘기 아닙니까. ‘여보시오, 그러지 마시오. 당신보다 내가 나아. 나만큼만 하시오’.”
노 대통령은 이날 한나라당 유력 대선주자인 이명박 전 서울시장과 박근혜 전 대표를 향해 또다시 포문을 열었다.
노 대통령은 두 주자의 감세론에 대해 “감세론 얘기하는 사람들은 무슨 복지 한다고 하는데 도깨비 방망이로 돈을 만드나, 흥부 박씨가 어디서 날아오나”라고 비아냥댔다.
특히 이 전 시장을 향해 “대운하를 민자(民資)로 한다는데 진짜 누가 민자로 들어오겠느냐”고 거듭 비난했다.
노 대통령은 박 전 대표에 대해서도 “내가 연정하자고 했다고, ‘당신, 독재자의 딸하고 연정할 수 있느냐’는 얘기를 한다”며 “합당과 연정은 아주 다르다. 합당과 연정의 구별도 못하는 사람들이 나를 공격하니 내가 얼마나 힘이 들겠느냐”고 불만을 토로했다.
이 전 시장은 이날 노 대통령의 발언에 대해 “(대운하는) 차기 정권에서 국민이 선택할 문제”라며 “(노 대통령이) 이쯤에서 자기 업무에 충실한 게 좋겠다”고 말했다.
정연욱 기자 jyw11@donga.com
“5년단임제 한마디로 쪽팔린다 독재가 겁나서 한 후진적 제도”
“대통령 단임제, 독재가 겁이 나서 단임으로 한 거 아닌가. 당시 각 정당의 득표 전략하고도 상관이 있는 것인데. 전 세계에서 막 후진국을 벗어난, 독재국가를 벗어난 국가에서만 대통령 5년 단임제를 하지 선진 국가에서는 하는 나라가 없다. 한마디로 5년 단임제를 하는 나라는 민주주의 선진국이 아니라는 증명이고, ‘쪽 팔린다’는 뜻이다. 신문 제목에 ‘쪽 팔린다’만 또 나올 것이다.”
노 대통령은 5년 단임제를 “독재시대에 대한 반동에서 유래한 후진적인 제도”로 꼽고 ‘쪽 팔린다’는 비속어까지 동원해 비판했다.
이에 대해 정치질서, 헌법질서의 수호자인 대통령이 현 제도에 대해 자괴감을 갖고 부정적으로 표현하는 것은 젊은 세대에 큰 영향을 줄 수 있으므로 신중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정치학자들은 한국의 정치 실정에 대통령 5년 단임제가 적절한지, 아니면 4년 중임제가 적절한지 많은 논의를 해 왔지만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고 말한다.
임성호 경희대 사회과학부 정치외교학 전공 교수는 “대통령이 자기 생각을 이야기할 수는 있고 부분적으로 옳은 면도 있다”면서도 “그러나 학계에서도 어느 한쪽으로 의견이 모아지지 않는 사안을 단정적으로 말해서는 곤란하다”고 지적했다.
노 대통령이 4년 중임제 개헌을 제안했다가 한나라당과 열린우리당이 2008년 총선 이후 논의하겠다고 하자 거둬들였는데 다시 이야기를 꺼낸 것도 적절하지 않다는 의견이다.
4년 중임제가 한국의 정치 상황에 맞다고 주장하는 학자들 사이에서도 노 대통령이 이날 “너무 부정적으로 말한 것 같다”는 지적이 나온다.
장훈 중앙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5년 단임제가) 후진국이나 민주주의 초보 국가에서 하는 제도라는 것은 지나친 표현”이라며 “스스로에 대한 자긍심을 갖지 못하는 것은 유감”이라고 말했다.
민동용 기자 mindy@donga.com
“보따리 싸는 열린우리 의원들 국회 왕창 들어와 정치 못배워”
노 대통령은 이날 열린우리당 탈당파를 겨냥해 “‘차별화하겠다. 노무현 때문에 망했으니까 우리는 나가겠다’ 이거다. 보따리 싸가지고 ‘무슨 정책이냐’고 물으면 대답이 없다. ‘당신 인기 낮지 않으냐’ 이거다”라며 “당신들 인기는 나보다 더 낮지 않으냐”고 비꼬았다.
노 대통령은 “정치를 제대로 배우지 못한 사람들이 국회에 왕창 들어와 제대로 훈련을 받지 못했다”고 원색적으로 비난했다.
노 대통령은 이어 “2002년 대선 때 후보였던 내가 좀 흔들리니까 바깥의 누구와 내통했던 사람들이 반성하지 않고 참여정부 실패를 얘기하고 있다. 실패한 정부 책임자는 오지 말라는데 그 책임자는 차별화 열심히 하고 있다”며 “왜 오지 말라 하느냐. 품질이 서로 맞지 않느냐”고 했다. 박상천 대표가 이끄는 민주당도 싸잡아 비난한 것이다.
노 대통령은 또 범여권의 ‘서부벨트 연합’ 구상에 대해 “전자계산기로 두드려 보면 1997년 대선 때 이인제 씨가 동쪽에서 500만 표를 깨주지 않았다면 죽었다 깨어나도 (김대중 후보가) 이기지 못했다”며 “그런 이인제 씨가 (지금) 또 있느냐. 요행을 바라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이날 열린우리당 탈당 선언을 한 우원식 의원은 “바로 그런 인식 때문에 민주개혁세력이 분열했다”며 “다음 대선은 대통령의 몫이 아니다. 국정 마무리에나 힘쓰시라”고 반박했다.
조수진 기자 jin061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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