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해외 신도시 1호’ 工期 못맞춰 국제 신뢰 먹칠

  • 입력 2007년 6월 9일 03시 08분


표류하는 ‘1년 전 약속’ 지난해 3월 알제리를 방문한 노무현 대통령(왼쪽)이 압델 아지즈 부테플리카 알제리 대통령과 ‘전략적 동반자관계 협정’ 서약식을 한 뒤 악수하고 있다. 동아일보 자료 사진
표류하는 ‘1년 전 약속’ 지난해 3월 알제리를 방문한 노무현 대통령(왼쪽)이 압델 아지즈 부테플리카 알제리 대통령과 ‘전략적 동반자관계 협정’ 서약식을 한 뒤 악수하고 있다. 동아일보 자료 사진
준비부족 - 무리한 계획… 내달 착공 불가능

2조∼3조원 규모… 정부 “기한 연장 요청”

정부가 추진 중인 ‘해외 신도시 1호’ 사업이 준비 부족과 무리한 계획으로 당초 약속한 일정을 지키지 못한 채 표류하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특히 이 사업은 지난해 3월 노무현 대통령의 알제리 방문 후 양국 정부 간 계약에 따른 것이어서 공기(工期)를 맞추지 못한 데 따른 한국의 대외 신인도 하락 우려도 나오고 있다.

8일 건설교통부와 건설업계에 따르면 정부는 아프리카 북부 알제리의 수도 알제에서 남쪽으로 30km 정도 떨어진 부이난 지역 180만 평에 주택 1만 채와 골프장, 호텔 등을 갖춘 신도시를 짓기로 하고 올해 6월 실시계획 승인을 거쳐 7월 착공할 계획이었다. 완공 목표는 2011년 말.

하지만 본보 취재 결과 아직까지 이 사업에 참여할 한국 건설회사도 확정되지 않아 6월 실시계획 승인은 이미 물 건너갔으며 연내 착공마저 불투명하다.

부이난 신도시는 지난해 3월 노 대통령이 알제리를 방문해 ‘한-알제리 동반자 관계’를 선언한 뒤 추진된 사업으로 이용섭 건교부 장관은 올해 1월 알제리 국토개발환경부 장관과 합의각서(MOA)도 체결했다.

정부가 추산한 사업 규모는 2조∼3조 원으로 이 공사비는 현지 아파트 분양대금 등으로 회수한다는 계획이었다.

사업이 지연된 것은 민간 주도로 채산성을 꼼꼼하게 따져 계약을 체결한 것이 아니라 시장 상황을 잘 모르는 정부가 나서 사업 결정부터 내린 뒤 민간업체를 끌어들이려 한 데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건설업계는 국내 신도시 사업보다 수익률이 낮은 수준인 데다 해외 공사의 특성상 예상하지 못한 위험까지 감안해야 해 참여를 꺼리고 있다.

당초 신도시 개발 컨소시엄에는 동일하이빌 반도건설 우림건설 삼성씨앤씨 공간건축 등 5개사가 참여하기로 했지만 동일하이빌은 최근 불참 의사를 밝혔다.

건교부는 중소형 건설사만으로는 사업을 끌고 가기 어렵다고 판단하고 대우건설과 한화건설을 설득해 뒤늦게 참여시키기로 했지만 아직 컨소시엄 내부의 지분 배정이나 공사방식 등도 확정되지 않았다.

건교부 당국자는 “스트럭처(사업계획 및 구조)를 잘 짜야 망신당하지 않는데 처음에 사업을 쉽게 봤다”며 “어떻게든 올해 안에는 착공을 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으며 최근 알제리 정부에 기한 연장을 요청했다”고 밝혔다.

민간 건설사의 한 임원은 “민간 업체가 해외에서 공기를 맞추지 못해도 국가적 망신을 당하는데 정부가 주도하는 사업에서 이 같은 일이 벌어지고 있다니 황당하기까지 하다”고 말했다.

고기정 기자 ko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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