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박근혜 한나라 대선주자 정책토론 열띤 쟁점 공방

  • 입력 2007년 6월 9일 03시 08분


8일 부산 해운대구 벡스코에서 열린 한나라당 교육·복지 분야 정책비전대회에서 유자효 한국방송기자클럽회장(왼쪽)의 사회로 한나라당 대선주자들이 토론을 하고 있다. 왼쪽 두 번째부터 이명박 전 서울시장, 원희룡 의원, 고진화 의원, 박근혜 전 대표, 홍준표 의원. 부산=이종승  기자
8일 부산 해운대구 벡스코에서 열린 한나라당 교육·복지 분야 정책비전대회에서 유자효 한국방송기자클럽회장(왼쪽)의 사회로 한나라당 대선주자들이 토론을 하고 있다. 왼쪽 두 번째부터 이명박 전 서울시장, 원희룡 의원, 고진화 의원, 박근혜 전 대표, 홍준표 의원. 부산=이종승 기자
이명박 전 서울시장과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가 8일 부산에서 열린 토론회에서 냉랭한 표정으로 서로 고개를 돌린 채 앉아 있다. 검증 공방 탓인지 이 전 시장은 이날 단상에서 악수를 청하는 박 전 대표의 손을 잡지 않았다. 부산=이종승  기자
이명박 전 서울시장과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가 8일 부산에서 열린 토론회에서 냉랭한 표정으로 서로 고개를 돌린 채 앉아 있다. 검증 공방 탓인지 이 전 시장은 이날 단상에서 악수를 청하는 박 전 대표의 손을 잡지 않았다. 부산=이종승 기자
8일 부산 해운대구 벡스코에서 한나라당 교육·복지 분야 정책·비전대회가 진행되는 동안 행사장 주변에서 약 5000명의 각 후보 지지자가 태극기와 플래카드를 들고 장외 세 대결을 벌이고 있다. 부산=이종승  기자
8일 부산 해운대구 벡스코에서 한나라당 교육·복지 분야 정책·비전대회가 진행되는 동안 행사장 주변에서 약 5000명의 각 후보 지지자가 태극기와 플래카드를 들고 장외 세 대결을 벌이고 있다. 부산=이종승 기자
《한나라당 대선주자인 이명박 전 서울시장과 박근혜 전 대표, 홍준표 원희룡 고진화 의원이 8일 부산 해운대구 벡스코(BEXCO)에서 교육·복지 분야 정책과 비전을 놓고 135분 동안 열띤 토론을 벌였다. 이날 토론회는 한나라당 ‘텃밭’에서 열린 데다 11일 시작되는 대선 경선후보 등록을 사흘 앞두고 진행된 행사여서 대선주자와 지지자들의 기싸움이 행사장 안팎에서 치열하게 펼쳐졌다.》

“신혼부부 아파트 공급 비현실적 공약 아닌가” 공세에

李 “실제 지원은 3만~5만 채”

이명박 전 서울시장은 이날 토론회에서 ‘신혼부부에게 아파트 한 채 공급’ ‘20조 원 예산 절감’ 등 자신의 정책 구상을 놓고 다른 주자들과 공방을 벌였다.

홍준표 의원은 “신혼부부가 1년에 몇 쌍 탄생하는지 파악했느냐”며 이 전 시장에게 공세를 폈다. 이 전 시장이 “2만 쌍 정도…”라고 답변하자 홍 의원은 “25만6000쌍이다. 재혼 빼고 순수한 처녀 총각이 만난 것이 그 정도인데 1년에 25만6000채를 지어야 한다. 동탄신도시가 10만5000채니 신도시 2개를 지어도 줄 수 없다”며 해명을 요구했다.

이 전 시장은 “2만 채라고 한 것은 월 2만 채를 말하는 것으로 1년이면 24만∼25만 채가 된다”고 받아친 뒤 “25만 채를 다 보급하는 것이 아니라 형편이 되고 집이 있는 사람들을 빼면 지원 대상은 3만∼5만 채”라고 대답했다.

홍 의원이 구체적인 주택 공급 수치를 들이대며 ‘무데뽀’ 공약이라고 지적하자 이 전 시장은 “얼핏 들으면 아주 근사해서 대중이 혹할 수 있는 숫자다. 실패한 노무현 정권의 주택 통계를 갖고 어떻게 하느냐고 하면 안 된다. 할 수 있는 사람만이 할 수 있다”고 응수했다.

복지재정 확보 방안을 놓고도 공방이 벌어졌다. 이 전 시장은 “경제성장을 높여 재정을 확보하고 1년간 낭비되는 예산 20조 원을 절약해 60조 원이 넘는 복지재정을 효율적으로 쓰겠다”고 말했다.

그러자 고진화 의원은 “20조 원을 어떻게 줄일지에 대해 구체적으로 말해 달라”고 요구했다. 이 전 시장은 “예산을 절감하는 것은 해 보지 않은 사람은 할 수 없다”며 “서울시장 때 5조 원의 빚 가운데 3조 원을 갚고도 복지예산을 2배 이상 늘렸다”고 경험담을 소개했다. 이 전 시장은 “당초 6조 원에 끝내겠다던 고속철도 사업은 18조 원이 넘어도 끝내지 못하고 있다. 새만금사업도 마찬가지다”라고 덧붙였다.

박근혜 전 대표와는 고교 평준화를 두고 각을 세웠다. 박 전 대표가 고교 평준화 여부를 16개 광역시도별로 주민들의 투표를 통해 결정하겠다면서 이 전 시장에게 “투표를 할 경우 평준화를 유지할 것이냐, 폐지할 것이냐”라고 물었다.

이에 대해 이 전 시장은 “백년대계를 16개 시도의 투표에 의해 결정한다는 것은 문제가 있을 것으로 본다”며 “오히려 중소도시는 주민 투표에 맡겨서 할 수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고교 평준화 시도별 자율화 정책 혼란 우려” 지적에

朴 “중앙 통제 탓에 문제생겨”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는 다른 주자들로부터 △사학법 재개정 △지방대 육성 방안 △대입 지역 할당제 △복지 확대를 위한 예산 절감 방안 등에 대한 질문을 받았다.

홍준표 의원은 “사학법의 문제가 무엇이라고 생각하느냐”고 물었다. 이에 박 전 대표는 “현 정부는 1.2%의 비리사학 척결을 핑계로 모든 사학을 범죄자 취급해 억압하고 있다”며 “개방형 이사를 들일 것이 아니라 차라리 개방형 감사를 도입해 사학 운영을 투명하게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예산 절감 방안과 관련해 박 전 대표는 “교육 복지정책을 위해 추가로 9조 원이 필요하지만 알뜰하게 살면 9조 원은 줄일 수 있다”며 “경제성장률이 1%포인트 높아지면 세수가 2조 원 정도 늘어나 (7% 성장 공약대로) 2%포인트 추가 성장하면 4조 원의 재원을 감당할 수 있다”고 말했다.

‘16개 시도별로 고교 평준화 여부를 결정하도록 하자’는 박 전 대표의 공약에 대해서도 주자들의 공격이 이어졌다. 홍 의원은 “평준화 지역에서 비평준화 지역인 서울로 갈 때 문제가 생길 수밖에 없다”고 주장하자 박 전 대표는 “지금은 중앙에서 모든 것을 통제하기 때문에 선택의 여지가 없어 피해를 보고 있다. 문제점은 보완하면 되고 그것 때문에 큰 틀이 없어져서는 안 된다”고 맞받았다.

원희룡 의원은 “국공립대의 지역할당제 확대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물었다. 박 전 대표는 “지역 할당을 할 수 있도록 문을 열어 준다면 향후 더 많은 (지방)학생이 들어갈 수 있는 길을 터줄 수 있어 긍정적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박 전 대표는 지방대 육성 방안과 관련해 “그 지역에 있는 산업체와 긴밀하게 연결해서 해당 산업 분야에 맞춤형 인재를 길러내는 교육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명박 전 서울시장은 “영아 보육에 연간 50만 원의 세제 혜택을 준다고 했는데 세금을 못 내는 저소득층은 혜택을 못 받는 것 아니냐”고 물었다. 이에 박 전 대표는 “출산을 늘리고 여성 경제활동을 촉진하기 위해 영유아 교육비는 국가가 부담해야 한다”는 원론적인 견해를 밝혔지만 그의 측근인 이혜훈 의원은 토론회 뒤 “세제 혜택은 평균 이상의 소득자에게만 주고 저소득층에게는 보육비를 지원하는 것이 박 전 대표의 정책인데 잘못 이해하고 질문한 것 같다”고 설명했다.

부산=박민혁 기자 mhpark@donga.com

박정훈 기자 sunshade@donga.com

■ 뜨거웠던 부산 벡스코

지지자 5000명 “李” “朴” 연호전

일 한나라당 교육·복지 분야 정책·비전대회가 열린 부산 해운대구 벡스코(BEXCO)에는 장내외 가릴 것 없이 하루 종일 ‘이명박’ ‘박근혜’ 이름이 울려 퍼졌다. 이명박 전 서울시장과 박근혜 전 대표의 지지자 약 5000명(해운대경찰서 추산)은 풍물패까지 동원해 북과 징 꽹과리를 울리면서 치열한 ‘세(勢)대결’을 벌였다.

이들은 토론회 시작 4시간 전인 오전 10시부터 행사장 주변으로 모여들어 대선주자가 입장하는 길목을 차지하기 위한 신경전을 벌이기도 했다. 경찰과 소방대원들이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행사장 주변에 대기했다.

오후 1시 반쯤 이 전 시장이 행사장에 먼저 도착했다. 이 전 시장은 대형 경부운하 상상도가 그려진 플래카드를 배경으로 태극기를 든 20여 명의 지지자에게 둘러싸여 대회장에 입장했다. 이보다 10분쯤 늦게 도착한 박 전 대표는 ‘독일에는 운하 사고가 정말 없을까’라는 문구가 적힌 대형 플래카드를 배경으로 대회장에 입장해 이 전 시장 측을 자극하기도 했다.

이 전 시장과 박 전 대표의 ‘기싸움’은 장내에서도 이어졌다. 박 전 대표 측 허태열 의원이 행사장에 들어오면서 이 전 시장 측 이재오 의원과 마주쳤지만 이내 눈길을 피하는 등 냉랭한 장면을 연출했다.

이 전 시장은 단상에 늦게 올라온 박 전 대표가 다른 대선주자들과 차례차례 악수를 하며 다가오자 그냥 지나가라는 손동작을 보이며 악수를 거부해 깊은 앙금을 내비치기도 했다.

부산=김기용 기자 kky@donga.com

■ 또 李-朴 약점 거론 홍준표

‘낙태발언’ ‘정수장학회’ 건드려

‘저격수’ 홍준표 의원이 8일 교육·복지 분야 정책토론회에서 이명박 전 서울시장과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의 ‘아킬레스건’을 건드리며 긴장감을 불어넣었다.

홍 의원은 이 전 시장에게 “지난번에 장애인 낙태 발언과 애를 낳아 보지 못한 사람은 보육을 논할 자격이 없다고 말했는데 의도가 잘못 전달된 거죠”라며 실언들을 거론했다.

이 전 시장은 “해명할 기회를 줘 고맙다. 누가 그렇게 말하겠나. 낙태를 원칙적으로 반대한다”며 “모자보건법이 개정돼 생명이 더 보호받는 게 좋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홍 의원은 “신혼부부에게 아파트 한 채씩 줄 수 있다고 했는데 매년 25만6000쌍이 결혼하는데 1년에 짓는 주택은 임대와 주공아파트를 빼면 32만 채에 불과하다”며 “수치를 계산해 보니 ‘무데뽀’ 공약 같다”고 이 전 시장을 다그쳤다.

홍 의원은 박 전 대표에게도 “정수장학회 의혹에서 해방되고 손 털 의향이 없느냐”고 물어 당황하게 만들었다.

이에 박 전 대표가 “정책토론회와 관계없는 질문이니 유념해 달라. 이미 국가 재산이다”고 반박하자 홍 의원은 “정수장학회 문제는 교육 분야와 관련 있다. 장학사업과 관련해 물어본 것”이라고 받아쳤다.

이종훈 기자 taylor55@donga.com

■ 달라진 토론 스타일

李, 공약 공격받으면 적극적 대응

朴, 질문내용 요약뒤 신중한 답변

8일 부산에서 열린 교육·복지 정책토론회에 나선 한나라당 대선주자들은 지난달 29일 광주 1차 토론회 때 드러난 토론 스타일의 약점을 보완하는 데 주력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명박 전 서울시장은 국민연금이나 사교육비, 감세 문제 등에 대해 구체적인 통계를 제시하며 질문을 주고받았다. 토론 내내 신중하고 적극적인 모습을 보였지만 자신의 공약에 대한 공격이 이어지자 “해본 사람만이 할 수 있다”며 단호하게 답했다. 1차 토론에서 여유를 부리다가 정책에 대한 설명이 부족해 ‘한반도 대운하’ 논란의 빌미를 제공했다는 자체 분석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박근혜 전 대표도 진지한 표정에 줄곧 차분한 말투로 자신의 정책 홍보에 힘썼다. 다른 주자들의 질문이 길어지면 답변에 앞서 질문을 요약 정리해 “이런 질문이죠?”라고 되물은 뒤 답변하는 등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지난 토론 때 충분한 답변 시간을 확보하지 못했다는 판단 때문이다.

박 전 대표는 고교평준화를 지역별로 결정할 수 있게 하자는 자신의 공약에 대해 홍준표 의원이 “사람들이 계속 이사를 다니면 어쩌느냐”고 공격하자 “누가 그렇게 자주 이사를 하느냐”며 웃어넘기는 여유를 보이기도 했다.

부산=이상록 기자 myzodan@donga.com

■ 전문가 관전기

“자율교육 방향 좋았지만 책상공약 느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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