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21세기에 뜬금없는 ‘혁명완수론’과 권력 남용

  • 입력 2007년 6월 10일 23시 18분


노무현 대통령은 어제 6월 민주항쟁 20주년 기념사에서 “아직 우리 누구도 6월 항쟁을 혁명이라고 이름 붙일 엄두를 못 내고 있다”고 했다. 지난날의 기득권 세력과 수구언론이 결탁해 끊임없이 역사를 되돌리려 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는 “나머지 절반의 책임을 다하자”는 말로 혁명 완수를 촉구하며 ‘수구세력과의 민주적 경쟁’을 강조했다. 앞뒷말을 뜯어 보면 정권에 비판적인 국민과 언론을 ‘기득권 세력 및 수구언론’으로 낙인찍고, 혁명의 대상으로 몰아붙이려는 의도가 드러난다.

공개적으로 국민을 편 가르고 한쪽에 다른 쪽을 ‘타도하자’는 식으로 몰아가는 선동가를 민주국가 지도자로 볼 수는 없다. 계급투쟁을 부추기는 프롤레타리아 혁명가와 다름없다. 이런 권력자가 대한민국의 선진화를 가로막고 역사의 시계를 20세기로 되돌리려 하고 있다.

대한민국엔 정치적으로 여당과 야당, 경제적으로 기업인과 근로자 그리고 생산자와 소비자, 사회적으로 농어민 교사 학생 군인 경찰관 등이 있을 뿐이다. 노 대통령은 이 가운데 누구를 ‘기득권 세력’으로 지목하는가. 어째서 현재의 기득권은 괜찮고 과거의 기득권만 문제가 되는가. 민주화의 과실을 포식하고도 모자라 수구좌파정권의 연장을 위해 언론의 목을 죄며 국민의 알 권리를 침해하는 노 정권의 코드그룹은 현재의 기득권 세력이다. 현재의 기득권 세력은 산업화 과정에서 국부(國富)를 쌓기 위해 피땀을 흘리고, 아까운 내 돈을 세금으로 내 본 적이 얼마나 있는가.

노 대통령은 ‘기득권 세력과 함께 수구언론이 마지막 개혁 대상’이라고 주장했다. 최근 여론조사를 보면 ‘민주화에 긍정적 영향을 미친 집단’으로 언론을 꼽은 사람이 46%로 가장 많다. 이를 굳이 들먹일 필요도 없다. 대통령이 ‘혁명하는 마음’으로 해야 할 최우선 과제가 ‘기자실에 대못질 하는’ 일이며, 언론과 국민 간의 소통시스템을 파괴하는 일인가. 아니다. 규제개혁, 행정개혁, 세금 오남용 방지 등을 통해 민생경제를 살리고, 대선을 공정하게 관리해 민주주의의 뿌리를 내리게 하는 일이다.

진짜 할 일은 제쳐 놓거나 일방적으로 거부하며 혼자 ‘골방’에서 궁리한 뜬금없는 ‘혁명적 개혁’을 한답시고 공무원들을 들들 볶고 혈세를 마구 써 대는 것은 권력 오남용(誤濫用)이다. 대선 판에 뛰어들어 법 위반을 거듭하는 것도 중대한 권력 남용에 해당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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