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수의 외교 소식통에 따르면 이 해법에 따른 송금 루트는 ‘BDA은행→동남아 등지의 중개 은행→미국의 중개 은행→북한 계좌가 있는 러시아의 은행→북한이 거래하는 전 세계 은행들’이다.
미국은 애국법 311조에 따라 BDA은행과 미국 은행의 거래를 금지한 조치에 구애받지 않고 미국 은행이 북한 자금의 송금을 중개하도록 하기 위해 동남아 등지의 은행을 통해 자금을 송금받는 방안을 강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크리스토퍼 힐(사진) 미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담당 차관보는 지난달 22일부터 31일까지 순차적으로 태국 베트남 필리핀 인도네시아 중국을 방문해 이 방안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미국은 당초 자국 와코비아 은행의 자금 중개를 추진했으나 이 사실이 언론에 노출되면서 와코비아 은행의 신인도와 자금 중개 배경을 놓고 논란이 일자 미국의 다른 중개 은행을 찾은 것으로 알려졌다.
알렉산드르 로시코프 러시아 외교차관은 5일 제6차 아시아협력대화(ACD) 참석차 방한해 “러시아 금융기관이 BDA은행의 자금을 송금받아도 제재를 받지 않는다는 것을 미국이 문서로 보장해 주면 북한 자금을 송금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자금이 러시아 은행의 북한 계좌까지 송금되면 북한은 이 자금으로 전 세계 은행들과의 거래를 시도하며 국제금융계의 반응을 타진할 것으로 예상된다.
외교통상부 천영우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과 임성남 북핵외교기획단장은 11일 미국을 방문해 ‘4단계 송금 해법’의 추진 문제 등을 논의할 예정이다.
이명건 기자 gun43@donga.com
문병기 기자 weapp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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