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명재 행정자치부 장관은 지난해 12월 취임 이후 각종 인터뷰에서 “불법·폭력 집단행동에 가담한 단체는 어떤 단체든지 정부 지원을 중단하겠다”고 여러 차례 밝혀 왔다. 그러나 행자부는 남북공동선언실천연대의 지부 대표가 폭력시위를 주도한 사실을 파악하지 못하고 실천연대의 사업에 정부 보조금을 지급해 박 장관의 발언이 빈말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실천연대가 정부 보조금을 정치적인 의견 제시에 사용하고, 이와 관련된 회계 비목을 임의대로 변경하는데도 제대로 감시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허술한 검증장치=실천연대는 지난해 대규모 폭력시위를 벌인 평택미군기지확장저지범국민대책위원회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저지 범국민운동본부의 회원 단체로 논란이 됐기 때문에 올해 정부의 보조금 지원 단체에 포함될지 여부가 주목돼 왔다.
행자부는 지난달 1일 올해 보조금 지원 사업으로 선정된 140개 단체 명단을 발표하면서 “경찰청으로부터 자료를 받아 지원금 신청 단체를 검토해 본 결과 불법·폭력 집단행동에 가담한 단체를 발견할 수 없었다”고 발표했다.
실천연대에 대해서는 “폭력시위를 벌인 한미 FTA 범국본 회원 단체라 해도 단순히 이름만 내건 경우가 있기 때문에 소속 회원이 불법시위로 구속되는 등의 증거가 있는 경우에만 가담 단체라고 할 수 있다”며 역시 지원단체에 포함시켰다.
그러나 행자부는 대전충남실천연대 대표 안모(48) 씨가 지난해 11월 ‘한미 FTA 저지 총궐기대회’에서 폭력을 주도한 혐의로 구속된 사실을 전혀 파악하지 못했다.
이에 대해 한나라당 이상배 의원은 “경찰이 수사과정에서 이미 실천연대 대표 참여를 파악했었기 때문에 행자부가 의지만 강했다면 발견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현재 비영리 민간단체 지원법에는 지원의 기준만 자세히 적혀 있을 뿐 불법 폭력 시위 단체 등에 대한 환수 규정이 없어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책 두 권에는 ‘반미’ ‘친북’ 내용이 가득=실천연대가 700만 원의 정부 보조금을 받아 발간한 ‘6자회담과 한반도 평화체제’ 및 ‘한반도의 평화적 통일방안’ 책에는 각각 북한의 핵 폐기에 관한 2005년 6자회담 9·19 공동성명의 의미와 남북 통일방안의 방향에 대한 내용이 들어 있다. 그러나 이는 일방적으로 북한 측의 생각을 대변하고 있어 논란이 되고 있다.
‘6자회담과 한반도 평화체제’는 “미국과 6자회담 참가국은 당사국의 이해에 따라 북한의 핵 계획 포기를 요구한 만큼 이에 대한 보상은 북한의 에너지 및 경제손실을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방식이어야 한다”며 “한국 정부는 200만 kW의 전력 공급을 아무런 조건 없이 제공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북한의 핵실험에 대해선 “북한 측은 위조지폐 문제와 관련해 매우 전향적인 제안을 내놓았지만 미국의 태도는 미온적이었고, 방코델타아시아 은행에 대한 조사 등 미국의 움직임은 북한을 자극하기에 충분했다”며 “북한은 명백히 핵실험에 성공하였으며 실전에 사용할 수 있는 핵무기와 탄도미사일을 가지고 있다”고 주장했다.
‘한반도의 평화적 통일방안’은 ‘연방연합제 통일방안’을 “우리 민족이 단기간에 통일을 실현할 수 있는 가장 공명정대한 방안”이라고 평가하면서 책 곳곳에서 북한의 연방제 통일 방안을 높게 평가했다.
이 책은 또 통일방안과 관련해 “연방연합제 통일방안의 국가 형태는 점차적으로 높은 단계의 연방통일국가를 지향하는 ‘낮은 단계의 연방국가’의 형태로 구성하는 것이 좋다”고 썼다.
▽보조금 비목 마음대로 변경해도 문제없어=이상배 의원이 행자부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실천연대가 지난해 개최한 ‘한반도의 항구적인 평화를 위한 합리적 통일방안 모색 토론회’의 경우 실제 집행된 비목별 예산과 사업계획으로 제출한 예산 사이에 차이가 있었다.
당초 행자부에 제출한 사업계획서에는 섭외비 99만 원, 인쇄비 135만 원, 장소 대여비 39만 원을 쓰겠다고 돼 있었지만 실제로는 인쇄비 222만 원, 섭외비 51만 원을 썼다.
이에 대해 단체 측에서는 부족한 섭외비와 장소 대여비를 자력으로 부담했다고 해명했다. 행자부도 총액엔 변화가 없어 문제가 없다는 태도다.
그러나 이는 지나치게 편의적인 해석이라는 지적이 많다. 전문가들은 실제로 이 단체가 애당초 인쇄비를 지나치게 많이 책정할 경우 지원금 삭감을 우려해 섭외비와 장소 대여비를 과장해 산정했을 개연성이 없지 않다고 지적했다.
지난해 정부 지원을 받은 비영리 민간단체 148개의 사업을 평가한 고려대 거버넌스연구소는 평가 보고서에서 실천연대에 대해 “당초 집행 계획했던 보조금 사용과 실제 집행된 것에 차이가 크고, 예산 변경을 신청하였으나 인쇄비 부분에서 자부담으로 처리했다는 설명과는 다르게 대부분 보조금에서 집행되었다”고 지적했다.
▼反美가 강령… 핵실험땐 北 옹호▼
남북공동선언실천연대는 남한 내 사회단체 중 친북 성향이 가장 강한 단체로 꼽힌다. 2000년 6·15 남북공동선언을 실천하기 위해 그해 10월 21일 결성됐다. 한국대학총학생회연합(한총련), 주한미군철수운동본부 등이 회원단체이다.
단체 강령에서부터 ‘반미민족자주운동으로 주한미군을 하루빨리 철거하고, 미국의 지배양식을 완전히 제거한다’는 등 반미 단체임을 공개적으로 밝히고 있다. 지난해 북한의 미사일 발사와 핵실험 때도 미국을 비판하고 북한의 처지를 옹호하는 논평을 발표했다.
실천연대는 지난해 정부 보조금 지원 대상으로 선정된 이후에도 평택미군기지확장저지범국민대책위원회(평택범대위)와 한미자유무역협정(FTA)저지범국민운동본부 소속 단체로 활동해 불법 폭력 시위단체에 대한 보조금 지원의 적절성을 둘러싸고 논란을 불러 왔다.
올해 들어선 북한이 연초부터 계속 주장하고 있는 반보수연합을 선전하며 3월 12일부터 5월 4일까지 전국 각지에서 100차례에 걸쳐 반한나라당 거리연설회를 진행했다. 이 때문에 한나라당으로부터 명예훼손 혐의로 고발된 상태다.
실천연대는 내부 자료에서 ‘2007년 대선승리를 위한 남북공동선언실천연대 특별위원회’와 ‘한나라당 해체 운동본부’ 결성, ‘반보수 사이버 실천단’ 구성 등을 통해 정치 행위를 계속할 것임을 밝히고 있다.
동정민 기자 ditt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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