盧대통령-DJ… 현직-전직 대선개입 ‘파워게임’

  • 입력 2007년 6월 11일 03시 04분


범여권 진영의 통합 방향을 놓고 ‘노무현 노선’과 ‘김대중(DJ) 노선’이 복잡한 힘겨루기에 돌입했다.

김 전 대통령의 전통적 지지세력 복원 및 대통합론에 대해 노 대통령은 이를 ‘지역주의 부활’이라며 비판하고 진보 진영의 결집, 영남을 중심으로 한 친노(親盧) 세력의 결집을 촉구하고 있다.

특히 최근 들어 DJ의 ‘훈수정치’가 먹혀들고 초·재선 의원들이 탈당하는 등 열린우리당이 와해 위기에 처하면서 DJ 노선에 대해 노 대통령이 대대적인 반격을 꾀하는 듯한 형국이다.

노 대통령은 10일 서울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6월 민주항쟁 20주년 기념식 기념사를 통해 “수구세력에 이겨야 한다는 명분으로 다시 지역주의를 부활시켜서는 안 될 것이며, 기회주의를 용납해서도 안 된다”고 주장했다. 민주당 등과의 통합을 지역주의 부활로 규정한 것이며, 궁극적으로는 호남에 기반한 전통적 지지층의 복원을 촉구하고 있는 DJ를 겨냥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실제 노 대통령은 8일 원광대 특강에서는 좀 더 노골적으로 자신의 속내를 드러낸 바 있다. “지역주의를 극복하지 못하면, 계속해서 호남은 고립된다. 1997년에 이기니까 호남 충청 손잡아 이겼다는 공식을 갖고 있는데, 전자계산기로 두드려 보면 이인제 씨가 동쪽에서 500만 표를 깨주지 않으면 죽었다 깨어나도 이기지 못하는 것 아니냐. 이 씨가 또 있느냐”는 것이다.

노 대통령의 계산은 간단하다. 영남을 깨지 못하면 아무리 ‘호청(호남+충청) 연대’를 해봤자 대선에서 이길 수 없다는 논리다. “16대 총선에서 민주당은 영남 지역에서 13% 득표를 했다. 17대 총선에서 열린우리당은 32%를 득표했다. 만약 대선에서 열린우리당이 영남에서 32%를 득표할 수 있다고 가정하면 무조건 이기는 것이다”라고 말한 것도 같은 맥락으로 볼 수 있다.

노 대통령은 그러면서 ‘지역’ 대신 ‘노선’으로 붙자고 주장한다.

노 대통령은 최근 몇 차례 강연에서 ‘현실에 적용 가능한 진보’ ‘실용적 진보’ ‘유연한 진보’ 등 전례 없이 진보 노선을 강조하며 진보 대 보수의 정책 대결을 벌이자고 역설한 바 있다.

그러나 DJ 진영의 분위기는 다르다. 무엇보다 노 대통령에 대한 배신감과 불신감이 팽배해 있다. “노 대통령에게 더는 속지 않겠다”는 것이다. 노 대통령이 지역주의 부활을 비판하며 선명한 정책 대결을 주장하고 있지만 본심은 연말 대선은 물론 퇴임 후까지 염두에 둔 자신의 지지층 복원이자 ‘영남후보론’ ‘영남신당론’이라는 것이다.

DJ의 오랜 참모였던 한 인사는 “현 정부에서 요직을 맡았던 인사들의 모임인 참여정부평가포럼이 사실상 정치결사체로서의 활동을 시작했고, 노 대통령이 ‘노사모(노무현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의 결집을 촉구하고 나선 게 노 대통령의 심중을 보여 주는 단적인 증거”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정치권에서는 당분간 노무현 노선과 DJ 노선 간에 보이지 않는 충돌이 계속될 것이라는 분석이 많다. 상황 전개에 따라 양 진영의 사이가 타협이 불가능할 정도로 벌어질 수도 있다는 것. 그러나 결국은 대선을 앞두고 DJ와 노 대통령이 막판 대타협을 시도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각각 따로 가다 DJ가 미는 후보와 노 대통령이 미는 후보가 막판 단일화를 이뤄 내는 시나리오다.

김형준 명지대 교수는 “노 대통령이 최근 정국 현안에 대해 목소리를 높이며 강공 드라이브를 펼치는 것은 결국 대선을 앞두고 DJ 진영과 후보 단일화 등 막판 ‘빅딜’에 대비해 세력을 결집해 놓을 필요가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정용관 기자 yongar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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