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北은 ‘핵 합의’ 뭉개기 두 달, 南은 DJ 받들기 6·15쇼

  • 입력 2007년 6월 13일 23시 34분


오늘 저녁 ‘김대중평화센터’ 주관으로 열리는 6·15 남북정상회담 7주년 기념 만찬에 이른바 범여권의 대선주자들이 대거 참석한다고 한다. 초청을 받아 참석하기로 한 인사 명단에는 손학규 전 경기지사, 정동영 김근태 전 열린우리당 의장, 이해찬 한명숙 전 국무총리, 천정배 의원과 중도개혁통합신당, 민주당, 국민중심당 대표 등이 들어 있다.

주최 측은 6·15 공동선언의 역사적 의의를 되새기는 자리라고 하지만 공감하기 어렵다. 국민 눈에는 김대중(DJ) 전 대통령이 6·15의 깃발을 들고 범여권 대통합회의를 주재하려는 것처럼 비칠 뿐이다. 6·15의 정당성과 법적 실효성에 대한 논란이 여전하고, 북이 2·13 핵 합의를 벌써 두 달째 뭉개고 있는 현실 앞에서 과연 이런 행사를 해야 하는지 의문이다. 오히려 자중하면서 북의 합의 위반을 질책해야 옳다. 당사자로서 DJ부터 책임을 무겁게 느껴야 한다.

6·15 공동선언문 제1항의 ‘우리 민족끼리’는 맹목적인 대북 지원의 구실로 전락했고, 북핵 해결을 위한 국제공조의 장애물이 되기도 했다. 쌀과 비료만 해도 줄 만큼 줬지만 북은 우리의 선의(善意)를 핵실험과 남남갈등 조장, 대선 개입으로 답했다. 대체 무엇을 기념하고 축하한다는 것인지 모르겠다. 그런데도 DJ는 어제 SBS 특집대담에 출연해 “6·15선언이 없었다면 지금쯤 전쟁이 일어났을지도 모른다”고 했다.

‘김대중평화센터’는 “2·13합의로 북핵 해결의 청신호가 켜지고, 경의선 동해선 시험운행이 이뤄진 가운데 열리는 기념식이라 더욱 의의가 크다”고 평가했다. 이해하기 어려운 상황 인식이다. 방코델타아시아(BDA)은행에 묶인 2500만 달러의 송금 문제가 설령 풀린다고 해도 완전한 북핵 폐기까지는 산 넘어 산이다. 남북철도 시험운행도 일회성 이벤트에 그쳤다.

어디를 봐도 DJ가 과시하듯 6·15 잔치판을 벌일 명분이 없다. 6·15 기념식을 대선 판짜기의 지렛대로 이용하려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DJ는 기념행사 직전에 대선주자 및 각 당 대표와 별도 환담할 것이라고 한다. 그의 절묘한 ‘대선 리모컨 정치’는 햇볕정책에 대한 집착의 산물인가 아니면 노욕(老慾)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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