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찌감치 집권세력 전체와 '정권연장 저지투쟁'을 선언한 이 전 시장측은 이날 대변인단을 총동원해 열린우리당의 '이명박 죽이기' 검증공세를 집중 성토하면서 그 이면에 '정치적 꼼수'가 숨어있다는 점을 알리는데 주력했다.
이 전 시장측의 이 같은 강경대응은 '김대업식 공작정치'를 정면돌파함으로써 범여권의 재집권 시나리오를 조기에 무력화시키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으로 보인다.
캠프는 범여권이 '이명박 낙마→박근혜 경선승리 유도→범여 대선 승리'라는 치밀한 각본 하에 대선정국을 이끌고 가려 한다고 판단하고 있다.
캠프는 이와 함께 잇단 검증공세로 인해 완만한 하락세를 보이고 있는 이 전 시장의 지지율을 현 상태에서 묶어 놓거나, 반등을 노려보겠다는 계산도 깔려 있다는 분석이다.
장광근 캠프 대변인은 논평을 내고 "어제 열린 6·15 공동선언 7주년 만찬에서 이해찬 전 총리와 박상천 민주당 대표가 '이명박 낙마, 박근혜 승리' 등의 발언을 주고 받았는데 이는 정권 핵심부에서 어떤 음모들이 벌어지고 있는가를 극명하게 보여준다"면서 "한마디로 '이명박 죽이기 음모극의 극치'"라고 비판했다.
그는 또 "'열린우리당 후보가 대통령이 돼야 한다'는 노 대통령의 언론 인터뷰는 대통령의 탈당이 결국 국민의 눈을 속이기 위한 기획탈당이었음을 입증한다. 몸은 잠시 당을 떠나 있되 정신적 당수로서 정권 연장의 비수를 갈아왔던 것"이라면서 "친노그룹이 이명박 죽이기 저격수 역할을 자처하고 나서는 등 이미 '이명박 대 노무현 정권'의 정권교체 대전이 시작됐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날 평화방송 라디오 '열린 세상 오늘, 이석우입니다'에 출연해 "범여권이 정치적 광란상태에 빠져 있다"면서 특히 '이명박·박근혜 X-파일' 보유 운운한 열린우리당 장영달 원내대표를 '두더지'에 비유하며 원색 비난하기도 했다.
박형준 공동대변인도 "범여권이 야당 경선 판에 뛰어들어 자기들 입맛에 맞는 후보를 당선시키겠다는 것은 유례 없는 일로, 정권 차원의 총체적 공작플랜이 가동된 것"이라면서 "정치금도를 넘어섰다"고 말했다.
그는 노 대통령에 대해 "국정은 돌보지 않고 야당 대선후보를 공개 비난하는 등 선거운동에 여념이 없다"고 꼬집었다.
당 지도부에 총력 대응을 촉구하는 주문도 쏟아졌다.
진수희 공동대변인은 "이 시점에서 당이 선봉에 나서 범여권의 정치공작을 막아야 한다"면서 "강재섭 대표가 지난해 대표 선출 전당대회 때 '한나라당 후보를 겨냥한 여권의 공작과 음해에 대해 온몸으로 막겠다. 광화문 네거리에 드러눕겠다'고 말했는데 바로 지금이 그럴 때"라며 지도부를 압박했다.
이런 가운데 장영달 원내대표가 보유하고 있다는 X-파일에도 촉각을 곤두세우는 분위기다. 겉으로는 별 내용이 없을 것이라고 담담한 반응을 보이고 있지만 실체적 진실과 관계없이 폭로전이 정치공방으로 비화될 경우에 입게 될 '상처'를 우려하고 있기 때문이다.
캠프 관계자는 "숱한 이명박 X-파일이 나돌았지만 실체는 없었다. 장 원내대표의 주장도 그중 하나로 보인다"면서 "그러나 같은 내용을 어떻게 가공하느냐에 따라 사안이 달라질 수 있는 만큼 미리 철저히 대처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한편 이 전 시장의 팬클럽인 'MB연대'는 열린우리당의 폭로전에 항의하기 위해 이날 오후 회원 50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서울 영등포 소재 열린우리당 당사 앞에서 대규모 시위를 벌이기로 했다.
MB연대는 근조(謹弔)의 의미로 열린우리당 당사 앞에 흰 국화를 헌화하고, 회원들을 죄수 복장의 열린우리당 박영선 송영길 김혁규 의원 등으로 분장시킨 뒤 이들에 대한 태형(곤장으로 엉덩이를 때리는 벌) 퍼포먼스를 치를 예정이다.
성하운기자 hawo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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