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이 ‘공동의 적’으로 떠오른 만큼 양 캠프의 검증 공방은 다소 주춤했다. 그러나 양측이 청와대와 대립각을 세우는 의도가 조금씩 달라 오월동주(吳越同舟·서로 반목하면서도 이해관계가 같은 데서는 협력) 형세가 얼마나 오래갈지는 알 수 없다.
▽“거는 대로 모두 응해 주겠다”=이 전 시장 측은 연일 청와대와 대립각을 세우며 집권세력이 가장 상대하기 어려워하는 후보가 이 전 시장이라는 점을 부각하고 있다. 캠프의 한 관계자는 “청와대가 경선 과정부터 딴죽을 거는 것은 이 전 시장이 그만큼 어려운 상대라는 점을 입증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청와대가 이날 이 전 시장 측 대변인인 박형준, 진수희 의원을 서울중앙지검에 고소하자 캠프 좌장격인 이재오 최고위원은 “평화를 원하면 평화를, 투쟁을 원하면 투쟁을 (청와대에서) 걸면 거는 대로 모두 응해 주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범여권에선 이 전 시장 견제를 위해 박 전 대표를 띄우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여기에는 박 전 대표가 한나라당 후보가 될 경우 더 상대하기 쉽다는 범여권의 계산과 강경 공세로 싸움판을 키워 한나라당 경선을 혼탁 국면으로 몰고 가려는 청와대의 전술이 동시에 작용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는 검증 공방이 확전될 경우 이 전 시장을 ‘정조준’할 가능성도 내비쳤다.
천호선 청와대 대변인은 ‘고소 대상에서 이 전 시장이 왜 빠졌나’ 하는 기자들의 질문에 “이 전 시장도 정치적 도덕적 책임이 있지만 법률적으로 엄격히 대응하기 위해 고소하지 않기로 했다. 앞으로 이 전 시장의 발언도 예의 주시할 것”이라고 말했다.
홍 위원장은 “한나라당과 언론이 무대에서 춘향전을 벌이고 있는데, 노 대통령이 무대 밑에 조명을 비추게 하고 거기서 힙합을 하는 형국”이라고 비유했다.
박 전 대표 측은 청와대의 고소가 한나라당 후보들의 검증 국면에서 지지율이 올라가는 박 전 대표를 견제하기 위한 의도라고 보고 있다. 박 전 대표 측이 적극적으로 나선 데는 그대로 두면 이 전 시장과 청와대가 주도하는 검증 공방 속에 박 전 대표의 입지가 좁아질 수 있다는 우려도 깔려 있다.
한편 박 전 대표의 영남대 이사장 및 이사 시절 비리 의혹을 제기한 전재용(55·성형외과 의사) 씨는 15일 “이미 다 끝난 일이고 근거가 없다”는 박 전 대표 측의 전날 해명과 관련해 “비리 의혹을 입증할 만한 증거 자료가 있고, 이를 한나라당 검증위원회에 추가로 제출했다”고 밝혔다.
전 씨가 이날 제출한 자료는 영남대 교수협의회가 만든 총 160쪽 분량의 ‘교수협의회 2년’이라는 복사물이다. 이 자료에는 1987년 9월부터 1989년 8월까지 이 대학 교수들이 재단 비리 의혹에 대한 문제를 제기하며 회의 및 난상 토론을 벌인 내용이 실려 있다는 것이다.
김기용 기자 kky@donga.com
동정민 기자 ditto@donga.com
정연욱 기자 jyw1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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