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 북한은 올해 초부터 12월에 치러질 대통령 선거를 겨냥해 한나라당의 집권을 막겠다는 의도를 노골적으로 드러냈다.
북한은 1월 1일 발표한 ‘신년공동사설’에서 사상 처음으로 제1야당인 한나라당을 직접 거명해 ‘외세를 등에 업은 매국 반역적 집단’으로 매도했고, “대통령 선거를 계기로 매국친미적인 세력을 결정적으로 매장해 버리기 위한 투쟁을 더욱 힘 있게 벌여 나가자”고 선동했다.
더욱이 이번 민족통일대축전의 북측 대표단장인 안경호 조국평화통일위원회 서기국장은 지난해 6월 광주에서 열린 민족통일대축전 참가 직전 “한나라당이 집권하면 남북교류협력사업이 파탄나고, 온 나라가 미제가 저지른 전쟁의 화염에 휩싸일 것”이라고 말해 파문을 일으켰던 장본인.
그는 15일 오후 인민문화궁전에서 열린 남측 대표단장인 백낙청 6·15 민족통일대축전 상임대표와의 면담에서도 “한나라당 의원이 주석단의 어느 자리에 앉는 것도 절대로 용납 못하겠다”는 강성발언을 토해냈다.
정세현 민족화해협력범국민협의회 대표 상임의장은 “6·15행사가 무산되면 상징적인 타격은 있겠으나 현재 남북관계는 경제협력과 인도적 지원이 허리를 받치고 있는 것”이라며 “남북 관계는 유지될 수 있다”고 말했다.
범여권이 한나라당 유력 대선주자인 이명박 전 서울시장과 전면전을 펼치는 것에 맞춰 북한이 반(反)한나라당 전선에 동참하는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왔다. 최근 북한 관영언론들은 “정치협잡꾼인 이명박이 권력을 차지한다면 북남관계가 파탄되고 이 땅에 전쟁의 불구름이 밀려올 것은 뻔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한편 북측은 이날 남측 공동취재단에 대한 취재차량 제공도 중단했다. 이 때문에 행사 도중에 수시로 관련 소식과 촬영화면을 남측으로 보내온 공동취재단의 발이 7시간 40여분 동안 일제히 묶이고 기사 송고 및 위성방송 송출도 모두 단절돼 취재활동에 큰 차질을 빚었다.
남측 공동취재단은 이날 오전 10시 15분경 ‘민족단합대회’ 행사장인 인민문화궁전에 도착했다. 그러나 민족단합대회 본행사가 갑자기 파행을 빚는 상황이 전개되면서 낮 12시 25분경 백 상임대표가 본행사 ‘일단 무산’을 공식 발표했다.
공동취재단은 낮 12시 40분경 기사 송고와 위성송출을 위해 숙소인 양각도 호텔로 이동하기 위한 차량 제공을 요청했지만 북측은 “상황을 좀 더 지켜봅시다”라며 차량 제공을 거부했다.
북측은 계속되는 남측 취재단의 차량 제공 요구와 항의를 무시하다 오후 8시 20분경 본행사가 최종 무산된 이후에야 취재차량을 제공했다.
익명을 요구한 6·15행사 남측준비위 관계자는 “북측이 민간행사에서도 취재차량 제공을 전면 거부하는 것은 처음인 것 같다”며 “아마 실무자들이 아닌 상부 차원에서 비판적 보도를 우려해 지침이 내려진 것 같다”고 말했다.
평양=공동취재단
하태원 기자 triplet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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