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핵시설 봉인까지는 순탄할 듯…IAEA 사전조사단 초청

  • 입력 2007년 6월 18일 02시 59분


북한이 마카오 방코델타아시아(BDA)은행에 묶였던 2500만 달러의 송금 문제가 해결되는 것에 맞춰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전 조사단을 초청했다.

이에 따라 6자회담 2·13합의의 핵 시설 폐쇄 등 비핵화 초기 조치 및 IAEA의 검증·감시 활동이 재개될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 정부는 쌀 차관 등 대규모 대북 경제 지원을 추진하면서 남북 정상회담 개최 분위기 조성에 주력할 것으로 예상된다.

▽IAEA 활동 절차는=IAEA의 사전 조사단에는 1994년과 2002년 사찰단을 이끌고 방북한 적이 있는 올리 하이노넨 IAEA 사무부총장 등 북한 핵 시설에 정통한 인사가 상당수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사전 조사단이 이번 주 초 방북하면 북측과 평북 영변의 5MW 원자로와 방사화학실험실(핵재처리시설), 핵 연료봉 생산시설 등을 폐쇄 및 봉인 대상으로 합의할 가능성이 높다. 어떤 방식으로 시설의 가동을 중지하고, 시설의 재가동 여부를 체크할 수 있는 장비를 설치할지도 합의 대상이다.

IAEA는 이 합의에 대한 특별이사회의 승인을 거친 뒤 핵 시설의 폐쇄를 검증하고 이를 감시할 카메라 등의 장비를 설치할 감시 검증단을 북한에 보내게 된다. 감시 검증단의 방북은 7월 초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 과정에서 북한과 IAEA 간에 큰 마찰은 빚어지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이미 모하메드 엘바라데이 IAEA 사무총장이 3월 초 방북해 북측과 폐쇄 및 봉인 문제를 협의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 다음 비핵화 단계인 핵 시설 불능화 조치의 개념이 모호해 이를 놓고 북한과 IAEA 간에 충돌할 소지가 크다. 북한이 불능화 단계에서 마음만 먹으면 원자로 등을 다시 가동할 수 있는 잠정 조치만 취하려 할 경우 이를 막으려는 IAEA와 충돌이 불가피하다.

▽남북관계 급진전하나=정부 당국자는 17일 “지난해 대북 지원을 유보했던 수해 지원용 쌀 1만500t 중 5500t을 23일 북한에 보내고 나머지 5000t도 이달 안에 북송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정부는 대북 지원용 쌀 차관 40만 t을 북한에 전달하는 문제도 이번 주 중 논의할 방침이다. 또 이달 말엔 대북 경공업 원자재 제공 사업을 시작하면서 섬유 500t을 북한에 보내고, 단천 지역의 지하자원 개발을 위한 남북 공동조사도 벌일 예정이다.

이 같은 대북 경제지원은 남북 정상회담 개최 가능성을 높이기 위한 분위기 조성용이라는 분석이 많다. 노무현 대통령은 14일 “북핵 문제 해결을 촉진하기 위해 임기를 2, 3개월 남겨두고라도 남북 정상회담을 추진하겠다”며 정상회담에 대한 의지를 분명히 밝혔다.

그러나 정부 일각에선 “북한의 핵 시설 폐쇄 조치가 핵 폐기로 가는 시작에 불과한데도 마치 핵 문제가 거의 해결된 것처럼 받아들여 흥분하는 것은 핵 문제 해결에 도움이 안 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정부가 너무 서두를 경우 ‘과속’ 논란이 일 수도 있다.

이명건 기자 gun43@donga.com

문병기 기자 weapp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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