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개막식땐 아무 말 않다가 윗선 지시 받고 돌변한듯

  • 입력 2007년 6월 18일 02시 59분


“수모당하러 갔나” 항의 소동6·15민족통일대축전이 파행한 뒤 남측 대표단이 17일 인천공항을 통해 입국하자 시민단체인 활빈단이 “그런 수모를 당하려고 방북했느냐”고 항의하고 있다. 앞은 한나라당 박계동 의원. 인천=변영욱 기자
“수모당하러 갔나” 항의 소동
6·15민족통일대축전이 파행한 뒤 남측 대표단이 17일 인천공항을 통해 입국하자 시민단체인 활빈단이 “그런 수모를 당하려고 방북했느냐”고 항의하고 있다. 앞은 한나라당 박계동 의원. 인천=변영욱 기자
■ 평양 6·15축전, 北 앞뒤 안 맞는 ‘한나라 배제’

북한은 평양에서 열린 6·15공동선언 7주년 기념 민족통일대축전을 결국 파행으로 이끈 ‘한나라당 배제’ 주장에 대해 논리적인 설명을 하지 못했다.

북한은 15일 오전 평양 인민문화궁전에서 열릴 예정이었던 ‘민족단합대회’를 갑자기 중단시킨 뒤 다짜고짜 “한나라당 의원이 주석단(귀빈석)에 올라가는 것을 허용할 수 없다”고 주장하고 나섰다.

하지만 북한은 14일 열렸던 민족통일대축전 개막식과 환영만찬에 한나라당 박계동 의원이 앉는 것에 대해 전혀 문제 제기를 하지 않았다. 남측 대표단 관계자는 “개막식 때 문제 제기를 하지 않은 이유가 뭐냐고 북측에 묻자 ‘그땐 정신이 없어 몰랐다’고 말하더라”며 “행사 전에 명단을 다 제출하기 때문에 북측 설명은 말이 안 된다”고 비판했다.

남측 대표단장인 백낙청 6·15 민족통일대축전 상임대표는 16일 안경호 북측 대표단장의 공식 설명이라며 “북측은 한나라당이 6·15공동선언을 지지한 적이 없고 오히려 반대하고 있기 때문에 대회 참여는 몰라도 주석단에 앉히는 것은 곤란하다는 생각”이라고 전했다.

그러나 북측은 2005년 평양 6·15 민족통일대축전 때는 한나라당 원희룡 의원이 주석단에 앉는 것을 제지하지 않았다. 6·15 남측준비위원회 집행부 관계자는 “당시 상황을 설명하고 문제 제기를 했더니 북측이 마땅하게 논리적으로 설명을 못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남북이 박 의원의 명패를 주석단의 앞줄과 뒷줄 중 어디에 놓을 것인가까지 조율했다고 털어놓았다.

이 때문에 이번 결정은 북측이 ‘6·15 반대세력’을 철저히 배제하겠다는 상층부의 의지를 분명히 드러내려는 정치적 판단에 따라 막판에 태도를 바꾼 것으로 풀이된다.

15일 남북이 한나라당의 주석단 착석 문제를 논의한 인민문화궁전에 대남담당 실세로 알려진 최승철 통일전선부(남측의 국가정보원에 해당) 부부장이 다녀간 것은 이런 관측을 뒷받침한다.

일부에서는 올해 초 통전부장에 임명된 김양건 국방위원회 참사가 앞으로 대남 정책에서 유화적인 모습보다는 강경책을 구사할 것임을 시사한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한편 한나라당은 민족통일대축전이 북한의 ‘한나라당 배제’ 탓에 파행으로 끝난 것과 관련해 “북한은 민족 분열을 부추기는 반(反)한나라당 책동을 중지하라”고 강조했다.

한나라당 나경원 대변인은 17일 “북한은 남북기본합의서의 상호존중과 신뢰의 정신을 어기고 12월 대선 개입을 노골화하고 있다”며 “한나라당의 집권을 막기 위해 거의 광분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고 말했다.

한나라당은 북측이 대회 파행에도 불구하고 한나라당 박계동 의원을 ‘주석단(귀빈석)’에 앉히기를 거부한 것은 ‘한나라당은 반통일세력’이라는 이미지를 내외에 각인하려는 치밀한 각본의 일환으로 보고 있다.

하태원 기자 triplets@donga.com

이종훈 기자 taylor5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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