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에 따라 누군가가 정치적 목적을 갖고 보고서를 조작해 언론에 유출했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이용섭(사진) 건교부 장관은 18일 국회 건설교통위원회에 출석해 “내가 건교부 팀장에게 받은 보고서와 한나라당이 언론에 공개됐다며 오늘 가져온 대운하 보고서가 차이가 난다”며 “언론에 공개된 보고서는 37쪽짜리였지만 내가 보고 받은 자료는 9쪽짜리였다”고 말했다.
건교부 홍형표 수자원정책팀장은 “5월 9일 청와대에 보고한 보고서와 언론에 공개된 보고서가 내용은 일부 유사하지만 페이지 수가 다르다”고 말했다.
곽결호 수자원공사 사장도 “언론에 나온 보고서는 대운하를 검토하는 태스크포스(TF)팀이 만든 문건이 아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 장관 등 정부 관계자들이 이날 정부가 만든 보고서와 언론에 공개된 자료가 다르다고 밝힘에 따라 누가 왜 이런 보고서를 작성했는지에 대한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또 언론에 관련 보고서가 보도된 지 보름이 지났는데도 그동안 소관부처가 청와대에 제출한 보고서와 다르다는 것을 몰랐는지에 대해서도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이 장관은 “건교부, 수자원공사, 청와대에 확인한 결과 언론에 공개된 자료는 정부 내에서 만든 적이 없다”며 “누가 의도를 가지고 만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한나라당은 자료 작성자로 청와대를 지목했다.
한나라당 김재경 의원은 “건교부로부터 보고를 받은 자료를 초안 삼아 청와대가 다른 보고서를 만들어서 언론에 유출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주장했다.
같은 당 김석준 의원도 “언론에 공개된 보고서에는 청와대에서 대통령을 지칭하는 ‘VIP’라는 표현이 나온다”며 “건교부, 수자원공사 등에서는 그런 표현을 쓰지 않는다. 이 문서는 청와대에서 만든 문서”라고 주장했다.
이 장관은 청와대에 보고한 9쪽짜리 보고서를 제출하라는 의원들의 요구에 “공개할 경우 직간접으로 특정후보에 이익 또는 불이익이 갈 수 있기 때문에 선거관리위원회와 협의해 결정하겠다”고 말했다.
이 전 시장 캠프의 박형준 공동대변인은 “청와대가 직접 변조하고 유출했든가, 아니면 청와대가 정략적 목적에 따라 유출해 제3의 세력에 의한 왜곡 변조를 유도했을 가능성이 크다”며 국정조사를 통한 진상 규명을 촉구했다.
그러나 청와대도 두 보고서의 차이점에 대해 “우리는 모르는 일”이라고 연관성을 부인했다.
한편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대운하 보고서가 언론에 보도된 경위와 관련해 건교부와 수자원공사, 국토개발연구원, 건설기술연구원에 대한 조사를 벌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선관위 관계자는 “이달 초부터 대운하 보고서 TF팀에 참여한 건교부와 수자원공사 직원 등을 조사했으며 다른 기관들도 조사할 것”이라며 “선거법 위반이 있으면 수사를 의뢰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동정민 기자 ditt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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