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헌법소원인가=청와대 내부에선 현직 대통령이 헌법쟁송 절차에 들어간 전례가 없다는 점 때문에 법적 대응에 대한 신중한 기류가 없지 않았다. 최고 권력자인 대통령은 헌법소원을 제기할 주체가 될 수 없다는 학계의 지적은 물론 부정적 여론이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18일 선관위의 선거법 위반 결정 이후 내부 기류가 바뀌었다. 연거푸 선관위의 경고가 나옴에 따라 노 대통령의 ‘입’은 앞으로 선거법의 규제를 벗어날 수 없다는 판단을 하게 됐다는 것이다. 따라서 법리적 논란에도 불구하고 헌법소원을 강행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비서실장은 20일 기자간담회에서 “(선관위의 1차 결정 후) 원광대 특강이나 6·10 항쟁기념사의 경우 참여정부평가포럼 특강 때보다 발언 수위를 훨씬 낮춰 이 정도면 문제가 되지 않을 것이라고 판단했는데 그것도 위반이라고 결정했다. 선관위 결정에 상당히 곤혹스럽다”고 내부 기류를 전했다.
이어 문 실장은 “헌법학자들 사이에서는 권한쟁의심판이 더 맞지 않느냐는 견해도 있었지만 국민 눈에 대통령과 선관위의 권한다툼으로 비칠 수 있어 헌법소원 쪽으로 선택했다”고 설명했다.
청와대의 한 관계자는 “이번 법적 대응의 핵심은 대통령의 정치적 표현의 자유에 대한 사회적 공론화”라며 “권한쟁의심판으로 가면 이런 문제가 묻힐 공산이 크다”고 말했다.
▽전례 없는 대통령의 헌법소원=헌법소원의 주체는 대통령비서실이 아닌 ‘노 대통령’ 개인이 될 확률이 높다. 국민의 기본권인 정치적 표현의 자유를 대통령이라고 해서 제한할 수 없다는 논리에서다.
헌정 사상 대통령이 스스로 국가 공권력에 기본권을 침해당했다며 헌법소원을 낸 사례는 없다.
하지만 청와대는 노 대통령이 자연인으로서 기본권을 침해당했다고 볼 경우 헌법소원 청구 자격이 있다고 보고 있다. 현직 대통령과 자연인의 구분이 가능한지에 대해선 상당한 논란이 예상된다. 청와대의 헌법소원 카드는 이 같은 정치적 논란을 노린 것이라는 게 정치권의 중론이다.
정연욱 기자 jyw1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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