힐 차관보의 방북 소식을 인터넷판을 통해 전한 미국 시사주간 타임은 21일 “북한 핵문제의 향방을 가르는 진실의 순간이 곧 다가온다”며 이번 여름 안에 북한이 핵시설을 폐쇄할 수 있을지에 주목했다.
타임은 ‘김정일이 이성을 되찾았나?’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이 입증 가능한 방법으로 영변 핵시설을 폐쇄한다면 이는 실제로 핵카드를 포기하는 것이어서 북핵 낙관론자들을 웃게 만들 것이라고 평가했다.
타임은 또 조지 W 부시 행정부가 초기에는 전쟁 준비를 하면서 ‘고사(枯死·strangulation) 전략’을 쓰다가 이제는 힐 차관보의 깜짝 방북으로 완전한 외교적 포용에 나섰다고 전했다.
워싱턴포스트는 미 국무부 고위 관리들이 그동안 힐 차관보의 방북 조건으로 북한의 원자로 폐쇄와 같은 명시적인 제스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음을 지적한 뒤 이번 방북은 미국이 고위 관리의 방북 ‘전제조건’을 철회한 정책 전환이자 양보라고 지적했다.
중국 관영 신화통신은 22일 낮 12시 16분(한국 시간) 평양발 기사에서 “힐 차관보가 오전 11시 북한 방문을 마치고 평양을 떠났다”며 이례적으로 신속하게 보도했다.
그러나 일본인 납치 문제로 약간 거리감을 두고 있는 일본 정부는 조심스러운 태도를 보였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는 “북한이 초기 단계 조치를 말로만이 아니라 행동으로 보여 주는지 잘 봐야 한다”고 말했다. 아소 다로(麻生太郞) 외상은 “(힐 차관보가) 초조해서 갔지만 초조한 나머지 속을 보이는 것만큼 어리석은 일은 없다”고 말했다.
한편 워싱턴포스트는 힐 차관보의 평양 방문이 부시 대통령과 딕 체니 부통령의 사전 승인을 받아 이뤄진 것이라고 보도했다. 신문은 “콘돌리자 라이스 국무장관이 부시 대통령과 사전 협의를 했으며 체니 부통령은 이 자리에서 어떤 반대도 하지 않았다”고 전했다.
김영식 기자 spear@donga.com
도쿄=서영아 특파원 sy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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