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여권 속의 손학규=손 전 지사에 대한 연대 가능성을 놓고 볼 때 다소 차이는 있지만 범여권 정파는 크게 노무현 대통령을 중심으로 하는 친노(親盧·친노무현)세력, 27일 창당하는 통합민주당(민주당+중도개혁통합신당), 열린우리당을 포함하는 대통합파로 나뉜다.
노 대통령이 “손 전 지사를 제발 범여권으로 부르지 말아 달라”고 말했듯이 친노 그룹은 손 전 지사와 선을 긋고 있다. 대표적인 친노 주자인 이해찬 전 국무총리는 19일 대선 출마 선언에서 “기회주의자에게 나라를 맡길 수 없다”며 손 전 지사를 겨냥했다.
18일 대선 출마를 선언한 한명숙 전 국무총리도 “한나라당에 속한 손학규 씨와 민주개혁세력에 일관성 있게 몸을 담은 나와의 차별성은 확실하다”고 밝혔다.
이는 현재 범여권 대선후보 중 지지율 1위인 손 전 지사가 범여권에 안착할 경우 범여권이 ‘손학규 중심’으로 재편될 것을 우려하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이에 반해 열린우리당 탈당파 등 범여권의 대통합파는 손 전 지사에게 우호적이다. 비(非)한나라당 전선을 통해 일대일 대선 구도를 만들려는 이들은 범여권에서 지지율이 가장 높은 손 전 지사 배제를 생각할 수 없는 처지다.
이 때문에 이들은 손 전 지사를 포함해 범여권의 모든 대선 후보가 나서는 국민경선을 치르는 방안을 추진 중이지만 후보들 간 이해관계가 엇갈려 성사될지는 미지수다.
민주당과 중도개혁통합신당 측은 “함께하겠다면 못 할 이유도 없다”는 자세다.
정 전 의장은 오래전 대선 후보로 부상했지만 두각을 나타내지 못하고 있다. 노 대통령과 대립각을 세웠지만 자신만의 세력을 구축하지 못한 데다 민주당으로부터 ‘참여정부 실정의 책임자’로 지목받고 있다.
정 전 의장은 김근태 전 열린우리당 의장이 추진 중인 국민경선에 손 전 지사를 참여시키고 여기서 반전을 노려야 하는 상황이다. 정 전 의장 측 관계자는 “두 사람 모두 국민경선이라는 장이 필요하지만 아직 승리를 위한 확실한 기반은 없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손 전 지사 측도 확실한 세를 만든 뒤 국민경선에 참여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손 전 지사의 지지세력 모임인 선진평화연대가 17일 발족했고 김부겸 조정식 정봉주 신학용 의원 등 열린우리당 탈당 의원들도 상당수 가세했다.
친노 그룹과 통합민주당이라는 두 축 사이에 있는 범여권 세력이 손 전 지사를 중심으로 ‘헤쳐 모여’ 하고 있는 형국이다.
현재 친노 그룹을 제외한 범여권 제 세력이 손 전 지사와의 연대를 모색하고 있지만 대통합이 이뤄질 경우 범여권에서 ‘토사구팽(兎死狗烹)’ 당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당장은 지리멸렬한 범여권을 하나로 묶는 데 손 전 지사가 필요하지만 일단 통합이 되면 ‘누가 과연 우리 후보냐’를 놓고 노선 투쟁이 벌어질 수 있다는 것. 이 경우 한나라당 출신인 손 전 지사의 경력은 치명타가 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이진구 기자 sys120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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