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부운하 보고서 유출’ 의문점들

  • 입력 2007년 6월 25일 03시 0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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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대선정국 민감한 문건 친분만 믿고 건넸나

[2] 문건 공개될지 몰랐나 겉표지 출처 위조… 공개에 대비한 흔적

[3] 한곳으로만 흘러갔나 ‘유출 고리’ 김씨, 평소 정재계 인맥 과시

[4] 정치적인 의도 없었나 사업과 무관한 내용 받아서 언론에 건네

‘경부 운하 재검토 보고서’ 유출 의혹에 대한 경찰수사 결과 최초 유출자와 언론 전달 과정이 일부 확인됐다. 그러나 보고서 유출 및 입수 동기, 보도 경위, 정치권 등 외부 입김에 대한 의혹은 오히려 확대되고 있다.

특히 보고서 유출에서 보도까지의 과정에서 핵심 고리 역할을 한 인물이 뉴라이트청년연합 공동대표를 맡는 등 정치권과 연관이 있는 활동을 활발하게 해 온 것으로 확인돼 주목된다.

▽유출 동기는 친분 때문?=수자원공사 내 최고위직 중 하나인 기술본부장이 사실상 대외비 문건을 단순히 “친한 학교 동료”라는 이유만으로 최고경영자 과정 동기생에게 넘겼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경찰도 납득하지 못하고 있다.

김상우 본부장은 24일 본보와의 통화에서 “김 씨를 최고경영자 과정에서 처음 만났는데, 문화콘텐츠 사업을 하는 줄 알았지 결혼정보업체 사장인 것도 몰랐다”며 “젊은 사람이 성격이 활달하고 문화콘텐츠 사업을 한다고 해서 도움이 될 줄 알고 준 것이지 다른 의도는 없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김 본부장은 수자원공사 조사기획팀 명의로 된 문건을 태스크포스(TF)가 작성한 것처럼 겉표지를 바꾼 뒤 유출했다. 수자원공사가 자체적으로 만든 문건을 마치 건설교통부와 수자원공사, 국토연구원, 한국건설기술연구원 등 4개 기관으로 이뤄진 TF에서 만든 문건인 것처럼 위조한 것.

이처럼 출처를 위조한 것은 보고서가 공개될 경우에 대비해 미리 손을 썼다는 의심을 낳는 대목이다.

김 본부장의 보고서 유출이 ‘독자적인 행위’인지에 대해서도 의문점이 남는다. 수자원공사에 입사해 최고위직에까지 오른 기술관료인 김 본부장이 정치적 파장이 작지 않을 보고서를 유출하며 수자원공사 안팎의 ‘윗선’과 아무런 상의 없이 독자적인 행동을 했는지는 경찰이 추가 수사 과정에서 밝혀내야 할 부분이다.

▽결혼정보업체 사장이 대운하보고서?=김 본부장에게서 문건을 건네받은 뉴라이트청년연합 공동대표 김모 씨의 문건 입수 동기도 분명치 않다.

김 씨가 자신의 사업과는 별 관계가 없는 분야의 문건을 건네받은 데다, 이를 언론에 보도될 것을 알면서 주간지 기자에게 건넸기 때문.

김 씨의 평소 행태는 정치적 의도에 대한 의혹을 더욱 짙게 한다. 김 씨는 자신의 미니홈피에 ‘뉴라이트청년연합 공동대표’라고 밝히고 있고, 유명 정재계 인사들과 찍은 사진을 올려놓아 ‘인맥’을 과시했다. 김 씨는 24일 경찰의 발표 이후 자신의 미니홈피에 올린 글과 사진을 삭제했다.

이런 점에서 김 씨가 정치적으로 민감한 보고서 사본을 단순히 ‘친분’ 때문에 주간지 기자에게 넘겼다고 경찰에서 해명한 것은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많다.

경찰도 “정치적 의도는 없었다”는 김 씨의 진술을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

또 김 씨가 과연 주간지 기자 1명에게만 보고서를 유출했는지도 의문이다. 김 씨가 평소 정치권 인사들과의 알음알음을 주변 사람들에게 밝혔고 지인들도 김 씨가 정치적인 활동에 관심이 많았다고 증언하는 것에 비추어 볼 때 여러 경로를 통해 문서를 정치권에 유포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유출에서 보도까지 속전속결?=한반도 대운하 보고서가 유출된 지 1주일 만에 언론에 보도된 것도 이례적이다. 김 본부장은 지난달 28일 김 씨에게 보고서를 유출했고, 이달 1일 김 씨에게서 이를 넘겨받은 주간지 기자는 4일자로 이를 처음 보도했다.

경찰은 보고서 유출 및 언론 보도가 일사천리로 진행됐다는 점에서 사전 각본에 의한 것이 아닌지 의심하고 있다.

경찰은 “김 본부장은 주간지 기자와는 안면이 없는 것으로 확인돼 김 씨의 역할에 주목하고 있다”며, 필요할 경우 주간지 기자를 참고인 자격으로 불러 자료를 넘겨받은 경위 등을 조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수원=남경현 기자 bibulus@donga.com

이성호 기자 starsk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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