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행사는 정당 사상 처음 치러진 대선 경선 후보 정책토론회로 지난달 29일 광주를 시작으로 부산과 대전을 거쳐 이날 서울에서 마무리됐다.
이날 토론회는 후보들 간의 공방이 이전 3차례보다 치열했다. 특히 그동안 상대 후보의 공세에 여유 있게 대응하던 이 전 시장이 적극적으로 공세에 나서면서 박 전 대표와 치열한 논쟁을 벌여 눈길을 끌었다.
이 전 시장과 박 전 대표는 자신에게 주어진 12분의 시간을 모두 상대에게 쏟아 부으며 다른 주자들의 참여 없이 ‘양자 토론’ 형식으로 24분간 공방을 벌였다. 홍준표 원희룡 고진화 의원끼리의 토론은 한 차례도 없었다.
토론이 끝난 뒤 이 전 시장은 박 전 대표 측의 검증 공세에 대해 “민주적 원칙을 지키지 않는 독재적 발상”이라고 비난했으며 박 전 대표 측은 “부끄러운 줄 모른다”고 받아치는 등 격한 감정싸움이 벌어지기도 했다.
▽대운하 논쟁=이날 토론회에서도 이 전 시장의 ‘한반도 대운하’ 공약은 다른 후보들에게서 집중적인 공세를 받았다.
박 전 대표는 “경부운하에 대해 식수원 오염이나 환경 파괴 우려가 제기되자 이 전 시장은 이중 수로를 한다고 했다가 다시 강변여과수를 쓴다고 말을 바꿨고 또 처음에는 물류 목적으로 운하를 한다고 했다가 지난 토론회에서는 관광 목적으로 한다고 말을 바꿨는데 10년 이상 연구했다는 사업이 왜 자꾸 바뀌는 것이냐”고 따졌다. 그는 또 “한강에 식수용 취수장을 지으려면 10조 원이 더 들 것이라는 지적도 있고 계속 문제가 드러나고 있는데 이런 대운하를 계속 추진할 것이냐”고 물었다.
이에 이 전 시장은 “운하가 가장 경제적이고 친환경적이라는 백서가 지난해 유럽에서 나왔다”며 “이미 창원에서 강변여과수를 쓰고 있는데 생산단가가 싸다는 것이 입증됐고 지난해 건설교통부도 이런 연구 결과를 내놓았다”고 받아쳤다.
그러자 박 전 대표는 “창원정수장은 800억 원을 들여 하루에 수돗물 6만5000t을 생산하지만 수도권에서는 하루에 822만 t이 필요하다”며 “창원과 다른 여건 때문에 민간 토지 수용 비용까지 계산하면 천문학적인 비용이 든다”고 되받아쳤다.
이 전 시장은 “서울에서는 땅을 살 필요가 없으며 기존 정수기를 쓰기 때문에 돈이 들지 않는다”며 “대운하 공약에 대해 알고 싶다면 저와 마주 앉거나 사람을 통해 알아보고 해야지 반대세력이 인터넷에 내놓은 모함하는 자료를 가지고 말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했다.
다시 박 전 대표는 “찬반이 있으면 국민을 상대로 설득을 하면 되지 (문제 제기) 자체를 모함으로 받아들인다면 질문을 할 수 없지 않느냐”고 지적했다.
이에 이 전 시장은 “혹시 내 홈페이지에는 들어와 대운하 자료를 보기나 했느냐”고 묻자 박 전 대표는 “전문가들이 검토한 것을 충분히 봤다. (전문가들이) 소설 쓴 것처럼 하지는 않았다”고 맞받았다. 이 전 시장은 ‘소설’이란 표현에 언성을 높이며 “‘소설’ 같다고 하면 안 된다. 박 전 대표 공약에 내가 ‘소설 같다’, ‘말도 안 된다’고 하면 되겠느냐”고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
이 전 시장은 “박 전 대표 측이 대운하에 대해 대국민 사기극이란 용어를 썼는데, 박정희 전 대통령이 살아 있었다면 찬성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박 전 대표는 “아버지 시절에도 검토했다가 폐지했고 김영삼 전 대통령 때도 그랬다. 그래도 계속 추진할 것이냐”고 되물었다.
이 전 시장은 또 박 전 대표에게 “한반도 대운하가 아니라면 어떻게 낙동강 수질을 개선하겠느냐”고 물었다. 이에 박 전 대표가 “이미 많이 개선됐다”고 하자 이 전 시장은 “결국 방법이 없구먼. 현재대로 맡겨 놓고 보자는 것으로 알겠다”고 꼬집었다.
박 전 대표는 “예를 들어 마산에서 자율화를 염원하는 바가 다르다고 하면 경남도교육감이 마산만 투표할 수 있다”며 “한 지역에서라도 평준화가 되지 않는 곳이 나오면 서로 그곳으로 이사하려 하고 벤치마킹하려 하다 보면 교육 혁명의 불씨가 될 수 있다”고 답했다.
이 전 시장은 “묻는 요점과 답변이 다르다”며 “16개 시도 투표에 의해 결정하겠다고 해 놓고 특정 도시 이야기를 하는 것은 공약을 바꾸겠다는 것이냐”고 재차 물었다.
그러자 박 전 대표는 “주민 의견을 물을 수 있는 권한을 가진 단위가 16개 시도라는 것이며 각 시도는 일부 지역을 대상으로 할 수도 있고 전체 의견을 물을 수도 있다”고 답했다.
이에 이 전 시장은 “공약집에는 16개 시도 단위로 투표를 한다고 돼 있는데 공약과 말씀이 다르다는 것으로 이해하겠다”고 말했다.
▽박 전 대표의 줄푸세와 이념 성향=고 의원은 “(박 전 대표가 표방하는) 대처리즘이나 ‘줄푸세’(감세와 정부 규모를 줄이고, 규제를 풀고, 법치주의를 세우다)는 낡은 정책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고 말했다.
원 의원은 “(영국의 마거릿) 대처 총리 집권 당시 실업률이 4%에서 11%로 높아졌고 결국 금융 위기로 좌초됐다”고 말했다.
이에 박 전 대표는 “줄푸세는 영국병을 치료한 대처 총리가 추진했던 정책으로 독일 앙겔라 메르켈 총리와 프랑스 니콜라 사르코지 대통령도 이 정책을 표방하고 있다”며 “작은 정부로 민간에 자율을 주고 고용을 늘려야 지속 가능한 성장을 할 수 있다”고 맞받았다.
박 전 대표는 또 ‘이념 성향’을 묻는 고 의원의 질문에 “국가보안법 사학법 문제 등을 처리하면서 당 대표로서 지향했던 것은 헌법에 명시된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 원칙을 지키고 국익을 최대로 하는 것이었다”며 “국익을 우선하는 것이 진보라면 기꺼이 진보로, 보수라면 보수로 평가받겠다”고 말했다.
홍 의원은 “박 전 대표의 지지율이 박정희 전 대통령에 대한 향수를 느끼는 21∼25%의 ‘시멘트 표’ 외에는 없지 않느냐. 외연 확대가 가능하냐”고 물었다.
박 전 대표는 “최근 조사에서는 30%를 넘어선 것이 외연 확대의 증거”라며 “이념이 경직돼 있어 외연 확대가 어렵다는 사람도 있지만 헌법의 가치를 지키는 것이 경직된 것은 아니다”라고 받아쳤다.
▽이 전 시장의 도덕성 검증=이 전 시장의 위장 전입 문제 등 도덕성 검증에 대한 질문도 쏟아졌다.
원 의원은 “자녀들을 귀족 사립학교에 보내기 위해 위장 전입을 한 이 전 시장이 국민에게 고통 분담을 호소하고 법을 지키라고 요구하는 대통령이 될 자격이 있느냐”고 말했다.
이 전 시장은 “젊어서 어려움을 겪고 공부해 자식들에게만은 나은 교육을 시킬 수 없을까 하는 부모 심정으로 불찰이 일어났다. 죄송스럽게 생각한다”며 “하지만 그 시대에 남에게 손가락질 받을 만큼 도덕적 기준을 어기지 않았다”고 했다.
이 전 시장은 또 홍 의원이 네거티브(폭로·비방) 공세에 대한 대비책을 묻자 “억울하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일찍 나와서 다행”이라며 “법적 근거가 있기 때문에 (사실이) 밝혀지면 다 해결될 수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한편 이 전 시장은 토론 직후 기자들에게 “(박 전 대표 측이 나보고) 전과 14범이라고 하는데 그런 서류를 어떻게 뗐는지 알 수가 없다. 개인적으로 전과가 있을 게 뭐가 있느냐”며 “검증은 원칙을 지켜 검증위에서 하면 된다. 민주적 원칙이라는 것은 유리하든 불리하든 지켜야지 그렇지 않은 것은 독재적 발상”이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이에 대해 박 전 대표 캠프의 홍사덕 선거대책위원장은 “부끄러운 줄 모르고 어떻게 그런 말을 하느냐. 툭하면 네거티브라고 하는데 언론에 보도된 이 후보의 모든 허물이 다 사실과 다르다는 이야기냐”며 “위장 전입만 해도 딱 잡아떼더니 언론에서 취재하니까 그때서야 시인하지 않았느냐”고 반박했다.
박정훈 기자 sunshade@donga.com
이상록 기자 myzodan@donga.com
김기용 기자 kk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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