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 대선주자 정책토론회 전문가 종합평가

  • 입력 2007년 6월 29일 03시 02분


28일 서울 여의도 63빌딩에서 열린 한나라당 정책비전 종합토론회에서 의원, 당직자 및 각 주자 지지자들이 강재섭 대표의 인사말을 듣고 있다. 연합뉴스
28일 서울 여의도 63빌딩에서 열린 한나라당 정책비전 종합토론회에서 의원, 당직자 및 각 주자 지지자들이 강재섭 대표의 인사말을 듣고 있다. 연합뉴스
“李, 경제 공약 잘 전달… 운하 답변 미흡”

“朴, 비전 제시 훌륭… 과거사 논리 약해”

각 분야 전문가들은 총 4차례에 걸쳐 진행된 한나라당 대선 경선 후보 정책토론회에 대해 “각 후보의 정책을 검증할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면서도 “토론 진행이 산만했고, 각 후보가 명확한 비전과 현실적이고 구체적인 공약을 제시하는 데 미흡했다”고 평가했다.

예종석 한양대 경영학부 교수는 28일 종합토론회를 관전한 뒤 “후보들이 말은 그럴듯하게 했지만 내용은 대단히 실망스러웠다”고 말했다. 특히 각 후보의 질의응답 태도에 대해 “서로 수준 낮은 헐뜯기를 하는 매너가 좋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예 교수는 “박근혜 전 대표의 교육정책을 묻는 이명박 전 서울시장도, 대운하 관련 질문을 하는 박 전 대표도 모두 대답을 기다리지 않고 검증 공방의 연장선상에서 상대방을 폄훼하려는 태도를 보였다”고 말했다. 그는 “대답을 해도 고의적으로 왜곡되게 해석해서 답변자를 곤란하게 하는 태도도 보였다”고 했다.

그는 “토론회에서 모든 정책을 평가하려니 지나치게 산만했다”며 “상호 토론의 주제를 각자 대표공약 몇 개로 미리 정해 그 공약에 대해서만 심도 있는 토론을 하도록 해야 한다”며 토론회 방식 변경을 제안했다.

최준영 인하대 사회과학부 교수는 “국정 운영의 철학과 비전을 보여 주려는 후보들의 노력은 좋았지만 토론회가 지나치게 경직된 분위기로 운영됐다”고 평가했다.

최 교수는 이 전 시장에 대해 “본인이 설정해 놓은 ‘경제 살리기’라는 프레임을 적절히 강조했고 공격적이고 적극적인 토론 태도를 보였다”고 말했다. 그러나 “운하 공약에 대해 묻는 박 전 대표에게 계속 ‘홈페이지 와 봤느냐, 직접 찾아와서 이야기해 보자’고 말한 것은 안타까운 부분”이라며 “문제 제기를 하면 명쾌한 해답을 기대하기 마련인데 질문을 회피한다는 인상을 주면서 계속 논쟁거리로 남겨 놓았다”고 지적했다.

최 교수는 박 전 대표에 대해 “‘5년 안에 선진국’ ‘작은 정부 추구’ 등 전반적인 비전 제시가 좋았고, 토론 태도도 맞대응하기보다 부드럽게 여성의 이미지를 잘 살렸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박 전 대표는 유신시절 등 과거 문제에 대해 충분히 질문을 예상했을 텐데도 대답을 주저주저했다”며 “만약 박 전 대표가 대선후보가 되면 이 부분에 대해 범여권의 공략이 더 심해질 텐데 이 정도의 논리로는 대응할 수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앞서 19일 통일·외교·안보 분야 정책토론회를 관전한 이승원 충남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핵심과 거리가 먼 주제 토론에 시간을 허비하거나 겹치는 주제를 반복해 얘기하는가 하면 중구난방식 질문과 불필요한 대답이 많아 짧은 시간에 시청자들이 각 후보자가 주장하는 핵심 비전을 잘 이해할 수가 없었다. 따라서 후보 간 차별화도 안 됐다”고 평가했다.

8일 교육·복지 분야 정책토론회를 지켜본 권대봉 고려대 교육학과 교수는 “이 전 시장과 박 전 대표가 고교평준화 문제에 대해 정확히 모르고 토론을 하는 것 같았다”며 “이 문제는 대선에서도 크게 이슈가 될 매우 중요한 국정과제인데 후보들의 정확한 이해와 그에 따른 정책 대안 제시가 부족했던 것 같다”고 말했다.

권 교수는 “여론 지지도가 압도적으로 높은 이 전 시장과 박 전 대표의 ‘맞짱 토론’이 필요하다”며 “후보들이 분야별로만 논의하는 데 그쳤고, 서로 밀접한 관련성을 제시하며 총체적이고 복합적으로 설명하는 부분이 부족했다”고 말했다.

5월 29일 경제 분야 정책토론회를 관전한 홍기택 중앙대 경제학과 교수는 “토론회를 통해 한나라당 대선주자들의 정책과 비전이 국민에게 전달됐고 상호토론에서 상대방 주자 정책에 대한 문제점을 끄집어냈다는 점은 유익했다”고 평가했다.

이른바 ‘빅2’ 캠프는 서로 토론회에서 더 잘했다고 주장했다.

이 전 시장 측 박형준 대변인은 “정책 토론이 깊이를 더할수록 이명박 후보의 전문성과 현장주의, 구체적 해법이 분명히 드러났다”며 “한반도 대운하에 대한 비판이 충분한 학습과 진지한 검토 속에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외부세력의 반대를 위한 반대식 논거를 차용한 것임을 증명해 냈다”고 말했다.

박 전 대표 측 이혜훈 대변인은 “이 전 시장은 경부운하에 대한 근거 있는 문제 제기에 대해 답변을 않고 무조건 모함, 음해로 매도했다”며 “4차례 정책토론회를 통해 박근혜 후보가 본선 승리의 보증수표이고, 대한민국을 당당한 선진국으로 이끌 수 있는 믿을 수 있는 후보임을 보여 줬다”고 말했다.

동정민 기자 ditto@donga.com

박민혁 기자 mhpar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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