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승희 “배신자들과 웃으며 마주할 수 없어 탈당한다”

  • 입력 2007년 6월 29일 14시 52분


함승희 전의원. 동아일보 자료사진
함승희 전의원. 동아일보 자료사진
“‘하여가’를 부른 이방원보다 ‘단심가를 부른 정몽주를 흠모하고, 병자호란 때 최명길의 항복문서를 찢으며 통곡했던 김상헌의 선비다운 강직함에 가슴 찡해했던 추억은 누구에게나 있었을 것입니다.”

‘미스터 쓴소리2’ 함승희 전 의원은 29일 “배신자들과 지난날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웃으면서 마주대할 수는 없다”며 이같이 말했다.

함 전 의원은 이날 기자들에게 보낸 ‘민주당의 법적 사멸에 즈음하여’라는 글을 통해 중도통합민주당 탈당을 선언했다.

그는 탈당의 변을 통해 열린우리당과 탈당파들을 맹비난했다.

“모태인 민주당과 동료들을 배신하고 100년 가는 개혁당을 만들겠고 뛰쳐나갔던 그들이 지난 3년간의 국정실패의 책임을 일부 세력만의 책임인양 떠넘기고 또 다시 뛰쳐나와 구차스럽게 정치적 연명을 해보겠다는 지경에 이르렀다. 배신과 변절을 거듭하는 이들에게는 정치인으로서 최소한의 철학이나 소신, 의리, 책임감 따위는 찾아볼 수 없고 오로지 어떻게 하면 국회의원을 한 번 더 해보나하는 생각밖에 없어 보인다.”

그는 “17대 총선에서 탄핵바람을 타고 대량 생산된(당선) 이른바 ‘탄돌이’의 존재는 저들로 하여금 끊임없는 배신과 변절이라는 유혹에서 벗어나지 못하게 한다”고 꼬집었다.

그는 “자신의 정치적 입지가 불리해지면 소속정당이나 정파를 헌신짝 버리듯 하고 이합 집산하는 무리들이 온 나라에 득실거린다”며 “과연 이 나라에서 소신과 철학으로 무장된 정치인으로 산다는 것이 의미 있는 일인가, 가능한 일인가에 깊은 회의를 갖지 않을 수 없다”고 한탄했다.

그는 민주당에 대해서도 ‘합당으로 인해 법적 운명을 다하게 됐다’며 쓴 소리를 했다.

“민주당은 구차스러운 방법으로 정치적 연명을 도모하는 배신자 집단과 야합해 신당을 만듦으로서 조만간 법적 운명을 다하는 시한부 인생이 됐다. 그들이 지난 4년간 집권세력으로 국민을 도탄에 빠뜨리고 역사 흐름을 왜곡한 과오와 실책을 앉아서 뒤집어 쓸 수는 없다.”

그러면서 그는 “이런 개탄스러운 현실은 비단 일부 정치인들의 기회주의적 처신 때문만은 아니다”며 “교활한 정치세력들의 선동과 조작에 현혹돼 갈대처럼 흔들리는 상당수 유권자들의 표심에도 그 책임의 일단이 있다”고 지적했다.

함 전 의원은 “때로는 건전한 비판자로서 또 때로는 정략적인 공세에 당당하게 맞섰던 일이나, 국리민복의 입장에서 각종 청문회를 주도했던 일, 선거에서 지지자들과 밤잠을 설치면서 뛰어다녔던 일들은 마음속에 새겨두고 싶은 추억”이라고 회고했다.

반면 “노무현 정권 출범 후 대통령을 당선시킨 민주당을 깨고 정치인들이 나갔을 때 받았던 배신감, 우리 헌법의 기본정신인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수시로 유린하는 노무현 대통령의 언행을 보다 못해 탄핵을 주도했다가 민주당 지지 세력에게 조차 외면당하면서 17대 총선에서 패했던 경험은 정치에 입문한 것 자체가 후회되리만치 아픈 추억”이라고 말했다.

조창현 동아닷컴 기자 cc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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