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여권의 지형이 민주당-통합신당이 결합한 통합민주당과 열린우리당 중심으로 만들어질 신당이 양립하는 구도로 재편될 조짐이 보이고 있어 일단 상황을 주시하고 판단할 시간이 갖겠다는 뜻으로 보인다.
손 전 지사 입장에서는 명실상부한 범여권의 후보를 목표로 삼는다면 범여권내 제세력을 아우르는 큰 판이 짜여져야지, 지금처럼 뿌리를 내릴 밭이 갈라져 있어서는 곤란하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손 전 지사 캠프 공보실이 29일 보도자료를 내고 "박상천 통합민주당 공동대표를 언제든지 만나겠다는 입장은 갖고 있다"고 밝힌 것도 김근태, 정동영 전 열린우리당 의장과 의견접근을 본 대통합 신당참여라는 한쪽 방향만 보지 않고, 통합민주당 쪽도 대통합의 한 축으로 계속 염두에 두겠다는 뜻이다.
이와 관련해 손 전 지사측 배종호 대변인은 "현실적으로 범여권 대통합이 국민 대통합으로 가는 길목이라고 보고 범여권 대통합 논의에 합류한 것"이라면서도 "통합민주당과의 관계도 단절하지 않고 함께 가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캠프의 한 관계자도 "손 전 지사의 주장은 국민 대통합을 이루자는 것"이라며 "오히려 이 같은 범여권의 분열된 상황에서 양측 모두를 아우를 수 있는 입장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한나라당에서 14년간 해온 정치인생을 청산한 지 불과 석달만에 합류한 탓에 범여권 진영과의 거리감이 남아있는 것도 행보가 조심스러운 이유 중의 하나로 꼽힌다.
범여권 내에서 손 전 지사를 견제하는 쪽에서는 벌써부터 '민주세력의 적통'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1980년 5월과 1987년 6월과 같은 민주화 운동의 중요한 고비에 현장에 없었다는 '현장부재론'과 민자당과 신한국당, 한나라당을 거치면서 국회의원과 장관, 도지사를 거치며 경력을 쌓아왔다는 지적이 손 전 지사를 비판하는 주요한 논거이다.
손 전 지사가 김근태 전 의장을 공개적으로 만나는 자리에서 '수배받던 시절의 기억'을 자주 되새기는 것이나 탈당 후 재야인사들을 적극적으로 접촉하는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는 분석이다.
캠프 관계자는 "손 전 지사에게 '열린우리당의 정통성'이 없다는 것은 인정하지만 역사와 민족 앞에 부끄럼없이 시대정신의 정통성을 갖고 당당하게 살아왔다"고 밝혀 이 문제가 손 전 지사의 향후 행보에 결정적인 걸림돌이 될 수는 없음을 강조했다.
디지털뉴스팀·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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