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자체장 민선4기 1년, 그때 그 공약 어떻게 돼 가나

  • 입력 2007년 6월 30일 03시 00분


1657개 중 129개 “보류… 분석중”

‘인구 유인책’등 포기선언 하기도

지난해 5월 지방선거 당시 정우택 충북지사 후보는 동아일보와 한국의회발전연구회가 실시한 매니페스토 공약평가 때 ‘충북 발전 가능성 극대화’라는 제목으로 ‘행정도시 이주자 택지개발사업을 통한 충남 인구 유인책 추진’ 공약을 제출했다.

충남 공주-연기 지역에 정부가 행정도시를 세우면 기존에 살고 있던 사람을 충북으로 유인해 충북 인구를 늘리겠다는 공약이었다.

당시 본보 매니페스토평가팀은 이 공약에 대해 “재원조달 방안도 구체적이지 않고, 실현성이 매우 낮다”며 50점대의 낮은 점수를 매겼다.

정 후보가 도지사에 취임한지 1년이 된 지금 이 공약은 어떻게 추진되고 있을까. 본보는 민선 4기 자치단체장들의 취임 1주년을 맞아 16개 시도 단체장의 공약 이행 상황을 점검해 봤다.

▽취임 1년 만에 ‘공약 포기’=답은 ‘추진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정 지사는 당선 뒤 공약사업에 대한 최종 실행계획을 짜면서 이 사업을 제외했다.

도 관계자는 “공주-연기 지역주민에게 사업시행자가 지구 내 원하는 지역에 택지를 공급하는 ‘맞춤형 방식’으로 행정도시 개발이 이뤄져 우리 사업은 추진하는 것 자체가 현실적으로 무의미하게 됐다”고 말했다.

단체장이 취임한 지 불과 1년이지만 각 시도에서 이처럼 ‘포기한 공약’들이 나오고 있다.

김문수 경기지사가 지난해 선거 때 내건 공약에는 ‘양심쓰레기봉투 자판기 공원 설치’ 사업이 있다. 도내 공원이나 산, 강에 쓰레기종량제 봉투를 판매하는 자동판매기를 설치하고, 이 판매기 설치와 운영은 민간업체 입찰을 통해 선정하겠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김 지사는 지방선거 이후 이 공약을 철회했다. 자판기 제작단가가 대당 500만 원으로 예상보다 비싼 데 비해 쓰레기봉투는 20L들이 봉투를 한 달에 1만 장 팔더라도 이윤이 40만 원에 불과해 수익성이 없다는 게 그 이유였다.

▽129개 공약 아직 제대로 시작 안 해=전북도는 익산∼새만금 간척사업지구 현장까지 44km 구간에 자기부상열차를 유치하겠다는 김완주 전북지사의 공약에 대해 “공약 사업에서 제외했으며, 2012년 이후 재추진하겠다”고 밝혔다. 2012년은 김 지사의 임기가 끝난 뒤이다.

충북도와 경기도처럼 솔직하게 “못 하겠다”고 밝히는 경우는 차라리 나은 편이다. 사실상 실현 가능성이 없는데도 ‘타당성 분석 중’ ‘여론 수렴 중’이라며 사실상 방치하고 있는 공약들도 있다.

본보는 이번 평가를 위해 16개 시도에 현 단체장이 지난해 지방선거 때 내걸었던 공약 전체에 대한 이행 상황을 알려 달라고 요청했다.

전체 공약 1657개 중 각 시도가 1년 만에 완료했다고 밝힌 사업은 166개, 실제 예산을 들여 사업이 진행 중이라고 밝힌 사업은 1362개다.

나머지 129개 공약은 사업이 보류됐거나 타당성 분석 단계, 또는 사업비가 투입되지 않은 채로 막연히 ‘추진 예정’ 상태에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별취재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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