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주자의 정책과 비전 경쟁은 6월 한 달간 정책토론회 외에는 없었다. 반면 서로를 겨냥한 검증 공방이 치열했다. 당 경선관리위원회와 윤리위원회가 양 진영 관계자에 대한 징계 절차에 착수할 정도다. 6월 한 달 평균 사흘에 한 건꼴로 터져 나온 양 진영의 검증 공방을 정리해본다.
[1] 정화기(3∼11일) |
“친인척재산 8000억說” “BBK사건 연루”
朴측 본격 포문… 李측 “사실무근” 반격
이 전 시장에 대한 박 전 대표 측의 검증 공세가 본격화한 시기다.
▽‘이 전 시장 친인척 재산 8000억 원 설’=3일 이 전 시장 측 정두언 의원은 서울 강서구 염창동 한나라당사를 찾아 “당 내부에서 피아 구분도 안 되고 천둥벌거숭이들의 흙장난이 되고 있다”며 “다음 선거에서 출마 불가능한 상황이 될 정도로 비방이 심하다”고 말했다.
박 전 대표 측 곽성문 의원이 회식 자리에서 “내가 들은 재산 이야기는 (이 전 시장의) 친척 18, 19명에게 명의신탁을 해놓은 재산이 8000억∼9000억 원이 된다는 소문이다” “참여정부 이전 정권 때 X파일을 만들었다” 등의 ‘이명박 X파일’을 처음 언급한 데 대한 반격이었다. 이후 양 진영의 검증 공방은 한층 가열됐다.
▽‘BBK의 투자사기 사건 이 전 시장 연루설’=박 전 대표 측 최경환 의원은 5일 기자회견을 자청해 주간동아 보도를 인용하면서 “BBK란 투자회사는 김경준 씨가 운영했던 회사로 김 씨는 190억 원 이상의 돈을 해외로 빼돌린 뒤 자신도 해외로 나갔다”며 “이 전 시장은 사실상 BBK의 공동대표라는 사실이 정관을 통해 밝혀졌다”며 연루설을 제기했다.
이에 대해 이 전 시장 측은 “김 씨가 위조한 서류를 갖고 의혹을 제기하는 것”이라며 “상법상 주식을 소유해야 발기인 자격이 있는데 한 번도 주식을 소유한 적이 없다”고 반박했다.
[2] 격화기(12∼17일) |
李위장전입-건물 명의신탁 의혹 휘말려
朴정수장학회-영남대 비리 의혹 떠올라
이 전 시장에 대한 검증 공세가 박 전 대표에게 번지기 시작하면서 각종 의혹이 집중적으로 제기됐다.
▽‘이 전 시장 부인의 부동산 투기를 위한 위장전입 의혹 vs 박 전 대표의 정수장학회 이사장 시절 횡령 탈세 의혹’=김혁규 열린우리당 의원은 12일 기자회견을 열고 “이 전 시장의 부인이 그동안 대부분 서울 강남구에서 15차례나 주소를 바꿨다”며 부동산 투기 목적의 위장전입 의혹을 제기했다.
이 전 시장 측은 “부동산 투기는 아니었다”고 반박했다. 하지만 이 전 시장은 자녀 교육 문제로 위장전입을 한 사실을 확인하고 직접 나서서 대국민 사과를 했다.
그러자 박 전 대표 측 김재원 대변인은 “최고의 귀족학교에 자녀들을 보내기 위해 불법 행위를 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같은 날 박 전 대표의 횡령과 탈세 의혹도 제기됐다. 정수장학회 전신인 부일장학회 설립자의 차남인 김영우 씨는 기자간담회를 통해 “박 전 대표가 정수장학회 상근이사장으로 일하면서 출근도 하지 않고 1년에 2억5000만 원의 급여를 받아 횡령했고, 소득세와 건강보험료도 제대로 내지 않았다”며 당 검증위에 검증을 요구했다.
이에 대해 박 전 대표 측은 “일주일에 두세 번 출근해서 장학회 업무를 봤기 때문에 횡령이 아니며 세금과 보험료도 실무자의 착오로 미납했을 뿐 나중에 다 납부했다”고 반박했다.
▽‘이 전 시장의 옥천 땅, 양재동 건물 명의신탁 의혹 vs 박 전 대표의 영남대 이사장 재직시절 비리 의혹’=14일 이 전 시장 재산에 대한 의혹이 한 일간지를 통해 또다시 제기됐다. 충북 옥천군의 임야 37만5000평을 처남인 김재정 씨에게 산 가격보다 싸게 팔고, 그 땅에 농협이 근저당권을 설정했는데 그 채무자가 아직까지 이 전 시장으로 돼 있다는 것. 또 서울 서초구 양재동 건물을 맏형과 처남에게 매각했는데 이 모든 것이 가족을 동원한 명의신탁 가능성이 크다는 주장이었다.
이 전 시장 측 박형준 대변인은 “보통 명의신탁을 하는 수법은 원소유자가 채권자로 근저당 등을 설정해 두어야 하는데 이 전 시장은 채무자로 돼 있고, 그 액수도 190만 원에 불과하다”고 반박했다. 또 양재동 건물 매각에 대해서도 “정상적인 거래”라고 일축했다.
이날 박 전 대표에 대해선 영남대 이사장 재직 시절 비리 의혹이 제기됐다. 영남대 전신인 청구대 이사장의 4남 전재용 씨는 기자회견을 열고 “박정희 정권이 청구대와 대구대 이사장을 협박해 강제 통합해 만든 영남대는 일종의 장물”이라며 “박 전 대표는 1980년 29세의 어린 나이에 영남대 이사장에 취임해 출근도 않고 월급을 받았고, 최태민 목사(1994년 작고)의 친인척을 요직에 앉혀 재단과 대학을 사기업화했다”고 주장했다.
박 전 대표 측은 “박 전 대표는 1980년부터 8개월간 이사장으로, 이후 1988년까지는 이사로 재임했지만 월급이나 판공비는 전혀 받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박 전 대표, 최태민 목사 재산 증식 연루설’=한나라당 당원인 김해호 씨는 16일 기자회견을 열고 박 전 대표가 영남대 이사장 및 이사 시절 학교 공사 발주 대가로 건설회사에서 리베이트로 서울 성북구 성북동 단독주택을 받았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김 씨는 또 “박 전 대표가 육영재단 이사장이었지만 최태민 목사와 그 딸의 꼭두각시에 불과했고, 주요 자리는 최 목사의 친인척과 하수인으로 채워졌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박 전 대표 측 김재원 대변인은 “아무런 근거 자료도 없이 허위 사실을 폭로했다”고 반박했다.
[3] 소강기(18∼25일) |
대운하 보고서 유출의혹에 관심 모아져
李측 “현정부의 이명박 죽이기” 대공세
검증 공방은 18일을 기점으로 소강상태에 들어갔다.
이용섭 건설교통부 장관이 이날 국회 건설교통위원회에 출석해 그동안 논란이 됐던 정부의 ‘경부운하 재검토 보고서’에 대해 “내가 보고받은 보고서와 언론에 나온 보고서가 다르다”고 밝히면서 이때부터 ‘경부운하 보고서’ 변조 유출 의혹이 큰 관심사로 떠올랐기 때문이다.
이 전 시장 측은 “현 정부의 ‘이명박 죽이기’가 드러났다”면서 현 정부와 각을 세우고 공세를 폈다. 동시에 ‘유출’과 ‘유통’에서 박 전 대표 캠프가 연루됐을 가능성을 제기하면서 검증 국면은 ‘보고서 변조 및 유출’ 국면으로 전환됐다.
반면 박 전 대표 측은 이 전 시장 측을 향해 “본질을 흐리지 말라”며 검증 공방으로의 국면 재전환을 꾀했다.
[3] 재점화기(26일) |
朴측 “시장시절 개발정보 유출”의혹 제기
‘영남대 땅 매각대금’ 사용처 문제 돌출도
검증 공방은 일주일 정도 소강상태를 보이다가 26일 박 전 대표 측이 공세에 나서면서 다시 점화됐다.
박 전 대표 측은 한 주간지 보도를 인용해 “이 전 시장의 친형과 처남이 공동 운영하는 자동차부품회사 ‘다스’가 이 전 시장이 시장 재직 시절 서울 강동지역 개발 시점에 땅을 매입해 246억 원의 분양수익을 올렸다”며 “개발정보를 이용한 비리 의혹이 있다”고 공세를 취했다.
이에 대해 이 전 시장 측은 ‘NO 네거티브’를 선언하고 대응하지 않았다. 한편 다스 측은 “문제가 된 부동산은 강동뉴타운 지역이 아니며 미분양이 속출해 대박도 없었다”고 반박했다.
박 전 대표에 대한 검증 요구도 다시 고개를 들었다.
대구대 설립자의 맏손자인 최염 씨는 기자회견에서 “박 전 대표가 영남대 이사로 있으면서 사실상 학교를 운영했고 당시 영남대는 싼값에 학교 소유의 땅을 팔았다”며 “현재 수백억∼수천억 원으로 추산되는 매각대금이 어디로 갔는지 박 전 대표가 밝혀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박 전 대표 캠프의 김재원 대변인은 “박 전 대표는 영남대 이사로 재직했지만 월급을 받지 않았고 학교 운영에 관여한 적도 없다”고 반박했다.
이어 28일에는 언론을 통해 서울시교육청이 박 전 대표의 정수장학회 이사장 시절 연봉에 대해 ‘과다 지급’이라며 개선을 권고한 감사 결과가 밝혀지기도 했다.
박민혁 기자 mhpar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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