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권순택]이해찬 vs 김두관

  • 입력 2007년 7월 2일 03시 02분


“총리로서 내세울 업적이 없다. 골프 실력 하나만 검증된 후보다. 그의 재임 기간은 참여정부의 암흑기였다.” 노무현 정부의 초대 행정자치부장관을 지낸 김두관 씨는 지난달 27일 ‘검증된 후보론’을 앞세워 대선 출마를 선언한 이해찬 전 총리에게 직격탄을 날렸다. 김 씨는 이 씨를 ‘민주화 기득권 세력의 대표’라고 지칭했다. 3·1절 골프 파문으로 총리직을 내놓은 이 씨로서는 얼굴이 벌게졌을 법하다.

▷배경이나 정치적 경력만 본다면 김 씨는 이 씨의 상대가 되기 어렵다. 올해 55세인 이 씨는 명문대를 졸업했고, 김대중 정부 시절의 서울시 정무부시장과 교육부 장관을 거쳐 현 정권에서 21개월간 ‘실세(實勢) 총리’를 지냈다. 48세의 김 씨는 지방대 출신으로 서울에서 재야단체인 민주통일민중운동연합(민통련) 사회부장을 하다가 감옥에 갔고 고향 마을에 내려가 이장부터 시작했다. 남해군 이장협의회 회장을 거쳐 남해군수에 당선(재선)됐고 현 정권에서 벼락출세해 7개월간 장관을 지냈다. 도지사 2회 낙선 전력도 있다.

▷둘은 공통점도 있다. 열린우리당 창당 주역이며 노 대통령의 전·현직 정무특보다. 노 대통령은 이 씨를 “국정운영 능력이 뛰어난 칼 총리”라고 극찬한 바 있다. ‘리틀 노무현’으로 불리는 김 씨에 대해서도 대통령은 “학벌 없는 사회, 보통 사람의 꿈이 이뤄지는 사회, 즉 코리안 드림의 상징”이라며 “최대한 키워 주고 싶다”고 각별한 애정을 표시했다. 모두 노 대통령에게 큰 신세를 졌다.

▷범여권 대선주자는 ‘TV 토론을 위해 구조조정이 필요하다’는 말이 나올 만큼 난립하고 있다. 김 씨의 발언은 많은 후보 중에서 튀어 보려는 의도가 있음을 느끼게 한다. 친노(親盧) 후보 중에서 경력이 가장 화려한 이 씨를 공격함으로써 동급(同級)으로 올라갈 수 있다고 생각했을지도 모르겠다. 이 씨는 김 씨의 공격에 침묵함으로써 같은 급이 아니라고 차별화하고 싶을 것이다. 하지만 ‘국민을 위해 과연 무슨 일을 했는가’ 하는 잣대에서 본다면 이 씨의 국정(國政) 경험은 오히려 마이너스일 수도 있지 않을까.

권순택 논설위원 maypol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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