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권력 핵심들은 노무현 대통령을 이렇게 평가한다고 한다. 물론 공식적인 평가는 아니다.
대북 사업가 권오홍(47·사진) 씨는 4일 출간된 ‘나는 통일 정치쇼의 들러리였다’라는 자신의 비망록에서 노 대통령을 포함한 남측 주요 인사들에 대한 북한의 평가를 소개했다.
권 씨는 지난해 10월 북한의 핵실험 직후 남북 정상회담 추진을 전제로 이뤄졌던 노 대통령의 측근 안희정 씨와 이호남 북한 민족경제협력연합회 참사의 베이징(北京) 비선(秘線) 접촉을 주선했던 인물로 평양과 베이징, 단둥(丹東)에서 수시로 북측 인사들을 만났다.
그는 “노무현 정부 집권 기간 내내 평양의 핵심부는 ‘노무현식 대북 접근’에 대해 종잡을 수 없어 한다”며 “노 대통령이 문제를 던지기는 하지만 해결하려는 의지는 없다고 판단하고 있다”고 전했다.
특히 2·13합의 이행과 연계해 쌀 차관 제공을 연기하는 등 남북관계보다 6자회담을 중시하는 듯한 태도를 보면서 북측에선 “노무현이 미국 싫어한다고 하더니 이제 미국 앞에서 ‘긴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고도 했다.
비망록에 따르면 평양은 2006년부터 김대중(DJ) 전 대통령에 대해 ‘영양가 없는 훈수꾼’이라는 평가를 내렸다는 것.
권 씨는 북한의 권력 핵심부가 올해 3월 방북했던 이해찬 전 국무총리를 한나라당의 집권을 막는 ‘비장의 카드’로 사용할 생각이었지만 쌀 차관의 조속한 제공 문제조차 속 시원히 해결하지 못하는 모습을 보고 사실상 용도 폐기했다는 이야기도 흘러나온다고 전했다.
2005년 6월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을 면담한 뒤 대북 직접 송전을 골자로 하는 ‘중대 제안’을 내놓았던 정동영 전 통일부 장관은 2005년 말부터 북한의 관심에서 멀어진 것으로 전해진다.
평양의 수뇌부는 중대 제안의 실현 가능성을 의심했고 그즈음 이미 당으로 복귀할 준비를 하고 있던 정 전 장관에게 ‘정치적 선물’을 줄 만큼 북한의 정치상황이 느긋하지 않았다는 것이 권 씨가 전한 평양의 기류다.
북한의 핵실험 강행에 따른 책임을 지고 물러난 이종석 전 통일부 장관에 대해선 “그저 (아마추어적인) 학자일 뿐”이라는 평가를 북측이 내렸다고 이 책은 전했다.
권 씨는 “북한의 대남 전략은 ‘돈 없으면 악수하지 않는다’는 실용주의가 기본”이라고 전제한 뒤 “최근 남측 인사를 잇달아 만나고 있는 대남 실세 최승철 조선아시아태평양평화위원회 부위원장이 원하는 것은 서울의 ‘연말 행사(대선)’에 개입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하태원 기자 triplets@donga.com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