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증현 금감위장 “카드수수료 문제 경제 논리로”

  • 입력 2007년 7월 6일 03시 00분


정부 각료 사이에서 사회적 논란이 되거나 경제 논리를 무시하는 듯한 노무현 대통령의 발언에 대해 사실상의 이의(異議)를 제기하는 모습이 나타나고 있다.

윤증현 금융감독위원장은 5일 기자간담회에서 “신용카드 가맹점 수수료의 원가 분석 결과와 관련한 공청회를 8월 중순경 열 계획”이라며 “카드 가맹점 수수료 문제를 (정치 논리가 아닌) 경제 논리로 풀 것”이라고 밝혔다.

윤 위원장은 “공청회를 통해 시장에서 형성되는 수수료에 대해 걱정하지 않아도 되는 수준으로 가격을 조정하는 계기를 마련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특히 그는 “카드 수수료 문제를 대통령 말처럼 정치 논리로는 접근하지 않겠다는 의미인가”라는 질문에 대해 “경제 논리로 풀겠다. 믿어 달라”고 강조했다.

이날 발언은 노 대통령이 지난달 27일 ‘재래시장 정책성과 보고회’에서 카드 수수료 문제와 관련해 “금융 전문가 사고방식으로는 못 풀고 정치하는 사람의 사고방식으로 풀어야 한다”면서 정치 논리를 강조한 것과 뉘앙스가 상당히 달라 주목된다.

윤 위원장은 산업자본이 금융자본을 인수하지 못하도록 한 현행 금산분리 정책에 대해서도 “금융자본은 하루아침에 육성되지 않는데 산업자본이라고 ‘대못질’을 해 못 쓰게 하는 건 어리석은 짓”이라며 강도 높게 비판했다.

다음 달 3일 임기(3년)가 만료되는 윤 위원장은 현 정부의 경제 각료로는 보기 드물게 시장 및 기업친화적 소신을 공개적으로 표명해 왔다.

이에 앞서 김신일 부총리 겸 교육인적자원부 장관은 2008학년도 대입 때 내신을 50% 반영하겠다던 교육부의 방침이 각 대학의 강력한 반발에 부닥치자 4일 한국대학교육협의회(대교협) 회장단과의 조찬 회동에서 “내신 반영비율을 50%까지 단계적으로 올릴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교육부는 김 부총리의 태도 변화가 청와대와의 조율을 거친 것이라고 설명하지만 일각에서는 “결과적으로 그동안 노 대통령의 발언과 배치돼 평창 동계올림픽 유치 활동을 위해 출국한 대통령이 귀국하면 또 바뀌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있다.

노 대통령은 지난달 26일 청와대에서 열린 각 대학 총장들과의 토론회에서 “서울대가 자존심 때문에 2008학년도에는 (내신 1등급과 2등급 만점 입시안을) 그대로 가겠다고 한다면 어쩔 수 없지만 정부도 어쩔 도리 없이 상응하는 조치를 면제하기 어렵다”는 경고성 발언을 한 바 있다.

또 김성호 법무부 장관은 지난달 11일 국회 대정부 질문 답변을 통해 노 대통령이 위헌이라고 지적했던 선거법 9조(공무원의 선거 중립 의무 규정)에 대해 “위헌이라고 보지 않는다”고 말했다.

당시 법무부는 “선거법 9조의 위헌성 여부는 헌법재판소에서 최종 판단할 권한을 갖고 있고 법무부 장관이 이를 위헌으로 판단할 수 없다는 취지의 발언”이라고 해명했지만 한때 김 장관의 경질설이 돌기도 했다.

그는 2월 초 대한상공회의소 강연에서는 ‘훌륭한 정부는 막강한 무기와 충분한 식량을 갖추는 것도 중요하지만 백성의 신뢰를 으뜸으로 한다’는 공자의 말을 인용하면서 “국민의 신뢰를 얻지 못하는 정부는 버티지 못한다”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변화의 시대에 기업은 시속 100마일로 움직이는데 법 집행 기관은 1마일로 움직인다”면서 법이 기업의 발목을 잡지 않도록 법제도를 개선하겠다는 뜻도 밝혔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현 정권 임기 말이 다가오면서 공직사회에서 대통령의 ‘무리한 지시’를 무조건 따르는 데 대한 거부감이 점차 표면화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또 노 대통령이 레임덕(임기 말 권력 누수 현상)을 막기 위해 다음달 ‘개각 카드’를 쓸 것이라는 소문도 나돌고 있다.

홍수용 기자 legman@donga.com

김희균 기자 foryou@donga.com

장택동 기자 will7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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