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대선주자 의혹 수사”]이명박 관련 5건중 3건 수사착수

  • 입력 2007년 7월 7일 03시 06분


이명박 관련 5건중 3건 수사착수

■수사 대상은

검찰이 대선주자와 관련된 각종 고소 고발 사건 일부를 특수부에 배당해 본격 수사하기로 했지만 어디까지가 수사 대상이며, 언제 수사를 마무리할 것인지 현재로서는 미지수다.

대선주자와 관련해 검찰에 고소 고발된 사건은 10여 건에 이른다. 이 가운데 5건은 이명박 전 서울시장이 관련돼 있다. 서울 강남구 도곡동 땅을 비롯한 부동산 실제소유 의혹, 벤처회사 주가 조작 의혹, 주민등록지 이전 의혹 등이다.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가 관련돼 있는 고소 고발 사건은 육영재단 비리의혹과 정수장학회 재직시 의혹 등 2건.

대부분 이 전 시장과 박 전 대표 측이, 의혹을 제기한 상대편 또는 범여권 의원을 명예훼손 등의 혐의로 고소 고발한 것이다. 그 밖에 국가정보 유출 주장을 편 이 전 시장 측을 청와대가 맞고소한 사건도 있다.

검찰은 이들 사건 중에서 이 전 시장 관련 사건 3건을 특수부에서 수사하도록 했다.

이 전 시장이 벤처회사 주가 조작에 연루돼 있다는 의혹은 검찰이 이미 한 차례 수사했던 사안이라 관련 기록을 갖고 있고, 부동산 관련 부분도 검찰이 사실관계를 확인하면 비교적 빨리 실체적 진실에 접근할 수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검찰은 공교롭게도 이 전 시장 관련 의혹 사건만 우선적으로 특수부 수사대상이 됐을 뿐 앞으로 상황이 바뀔 수 있다고 밝히고 있다. 박 전 대표나 범여권 후보도 유형이 비슷한 사건은 특수부가 수사에 나설 수 있다는 얘기다.

김홍일 서울중앙지검 3차장은 “이들 사건의 수사 내용은 국가기관 자료의 불법 유출, 부동산 투기 및 특혜 시비 등으로 특수부에서 주로 해 오던 유형”이라고 말했다.

檢관계자 “통상적 고소고발건 아니다”

■수사 어떻게 진행

명예훼손이나 정부 보관 문건 유출이 고소 고발된 내용이지만 검찰은 우선 이 전 시장이 △미국으로 도피한 김경준 씨가 대표로 있던 옵셔널벤처스 주가 조작 및 BBK 사기 투자에 개입했는지 △처남 김재정 씨 명의의 서울 강남구 도곡동 4290여 m²(1300여 평)를 비롯해 전국 47곳에 부동산 투기를 했는지 등부터 가릴 예정이다.

이 전 시장 측이 고소 고발을 취하하더라도 검찰 수사는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명예훼손죄는 친고죄(親告罪) 또는 반의사불벌죄여서 고소 고발 당사자가 고소 고발을 취소하면 통상적으로 검찰은 ‘공소권 없음’ 결정을 한다.

그러나 이번 사건은 명예훼손이나 허위사실 유포 여부 외에도 △정부기관 기록의 불법 유출 여부 △부동산 투기 여부 △주가 조작 개입 여부 △사기투자 개입 여부 등 검찰이 별도로 인지(認知) 수사를 할 수 있는 부분이 있다는 것이 검찰의 시각이다.

더 나아가 검찰은 국민적 관심사에 ‘답변’을 내놓는 방향으로 수사를 전개할 가능성이 높다. 한 검찰 관계자는 “사건의 성격을 들여다보면 통상의 고소 고발 사건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이 전 시장 관련 의혹은 대부분 1980, 90년대에 발생한 사건이어서 관련 자료가 얼마나 남아있는지에 따라 검찰 수사 범위는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일례로 서울 강남구 도곡동 부동산의 매매 시점은 12년 전인데 통상적으로 은행에서는 수표거래 명세를 10년 치만 보관한다.

해당 은행이 마이크로필름 등으로 해당 수표를 보관하고 있지 않다면 관련자의 진술 등에 의존할 수밖에 없어 돈의 흐름을 밝혀내기가 쉽지 않게 된다.

또 주가 조작이나 사기 투자를 규명할 핵심인물인 김경준 씨는 미국으로 도피해 있는 상황이어서 검찰이 모든 의혹을 투명하게 밝히는 데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한달내 수사 완료’ 검찰 계획 가능할까

■결과발표 언제쯤

검찰은 수사를 최대한 신속하게 끝낼 방침이다.

검찰 관계자는 “한나라당 후보가 확정된 다음에 발표하는 건 의미가 없다. 한 달 이상 걸리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나라당의 대선 후보는 8월 19일 투표를 거쳐 같은 달 20일 확정된다. 적어도 한나라당의 경선 투표일 전에는 정치권에서 제기된 각종 의혹에 대한 수사를 마무리하겠다는 것.

경선 이후에 수사 결과를 발표해 한나라당 후보의 문제가 부각되면 자칫 “검찰이 여당 후보를 돕기 위해 나선 것 아니냐”는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어 검찰은 수사의 공정성 못지않게 신속성을 염두에 두고 있다.

그러나 경선을 위한 합동연설회 등이 한창 진행 중인 7월 하순이나 8월 초에 검찰이 수사 결과를 발표하고, 그에 따라 박빙 상태였던 후보의 지지율이 요동치게 되면 검찰로서는 부담을 느낄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특정 후보에게 치명타가 될 수 있는 수사 결과를 민감한 시점에 내놓기 쉽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검찰은 2002년 대선 때도 대선 후보와 관련된 고소 고발 사건을 다루면서 여러 의혹을 수사했지만, 결론은 대선이 끝난 후에 내렸다.

수사가 검찰의 계획대로 착착 진행되기에는 난관이 많을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우선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지지하는 후보를 이롭게 하기 위해 상대방 후보의 의혹을 제기한 당사자가 검찰의 수사에 적극적으로 협조할 가능성이 높지 않기 때문이다.

수사를 마무리 못한 상황에서 경선이 끝났을 경우에는 경선에서 승리한 후보에 관해서만 계속 수사를 할 것인지, 패배한 후보에 대해서는 수사를 중단할 것인지 등 복잡한 문제도 있다.

정원수 기자 needjung@donga.com

이종석 기자 wing@donga.com

■ 과거 대선때 검찰수사

과거 대선에서도 특정 후보의 의혹 사안에 대한 검찰 수사는 대선의 향방을 가르는 중요 변수로 작용했다.

1997년 10월 초 당시 신한국당 강삼재 사무총장은 “국민회의 김대중 총재가 365개 가명 및 차명 계좌로 입금액 기준 670억여 원대의 비자금을 관리해 왔다”고 폭로했다.

당시 신한국당은 김대중 국민회의 대선 후보를 뇌물수수 등의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지만 검찰 내부에서 수사 여부를 놓고 갈등을 빚었다. 결국 김태정 당시 검찰총장은 “국가 전체에 대혼란이 올 것이 분명해 보이고, 수사 기술상 대선 전에 수사를 완결하기도 불가능하다”며 “수사를 대선 이후로 유보한다”고 밝혔다.

이 발표에 이회창 신한국당 대선후보는 공개적으로 당 명예총재였던 김영삼 대통령의 탈당을 요구하며 거세게 반발했다. 김영삼 대통령이 수사 유보를 지시했다고 판단한 것. 두 달 후 김대중 후보가 15대 대통령에 당선된 뒤 이 사건은 유야무야됐다.

2002년 대선을 앞둔 5월 한 인터넷 언론은 ‘1997년 7월경 김길부 전 병무청장과 당시 신한국당 관계자들이 이회창 한나라당 대선후보의 장남 정연 씨의 병역비리 은폐를 위해 대책회의를 했다’고 보도했다.

두 달 후 7월에는 검군(檢軍) 병역비리 합동수사반에서 보조요원으로 활동한 바 있는 김대업 씨가 기자회견을 열고 정연 씨의 병역비리 의혹을 제기했다.

논란이 들끓자 검찰은 8월 초 수사에 착수한 뒤 중간수사 결과 발표를 통해 ‘은폐대책회의가 열렸다고 볼 증거가 없다’고 밝혔으나 논란은 쉽게 사그라지지 않았다. 검찰은 이 후보가 낙선한 후인 이듬해 1월 최종 수사 결과를 발표하고 오히려 의혹을 제기한 김대업 씨를 명예훼손 혐의로 구속했고 김 씨는 징역형을 선고받고 복역했다.

이 밖에도 2002년 대선을 앞두고 당시 민주당은 한나라당 이회창 후보에 대해 △서울 종로구 가회동 자택 구입에 비자금 유입 △기양건설 비자금 수수설 등을 제기해 검찰 수사로 이어졌으나 검찰은 이 후보가 낙선한 후인 이듬해 4월 ‘근거가 없다’고 발표했다.

이진구 기자 sys120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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