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이명박 전 서울시장과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 진영 간의 ‘경선 룰’ 갈등이 최고조에 이르렀을 때 ‘의원직 사퇴’라는 배수진을 치고 극적인 합의를 이끌어냈던 한나라당 강재섭 대표가 다시 강수(强手)를 던졌다.
11일로 대표 취임 1주년을 맞는 강 대표는 9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당사 대표실에서 70분간 이루어진 본보와의 인터뷰에서 “정권 교체의 가장 큰 걸림돌은 후보 간의 갈등”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최근 대선주자들이 피아(彼我)를 구분하지 못하고 너무 자해 행위를 많이 해 국민이 걱정하고 있다”고 우려하며 이 전 시장 측에서 당내 문제를 검찰에 고소한 것은 “한반도에 당나라 군대를 끌어오는 것”, “우리끼리의 싸움을 신탁통치해 달라고 맡긴 것”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강 대표는 이어 22일 시작되는 대선주자 합동연설회 전에 대선주자 간담회를 추진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다음은 일문일답.
―‘빅2’ 간 검증공방이 심하다고 생각하나.
“정권을 놓고 싸우는 분들이 공자님같이 할 수는 없다. 그런데 최근에 자기 골대에 슛을 쏘려 하고, 남의 골에 슛 넣으려고 하면 서로 다리 걸어 버리는 자해 행위를 해 국민이 걱정하고 있다. 대선주자 캠프의 해당(害黨) 행위에 대한 징계수위를 올릴 것이다.”
―이 전 시장 측에 고소 고발 사건을 취하하라고 했는데….
“검증위원회라는 ‘한나라당 보건소’를 차려 건강검진을 하려 하는데 다른 데 가서 우리 후보가 암에 걸렸다고 말하고 있다. 검찰이라는 권력집단이 야당 대통령 후보를 칼로 해부하려고 달려드는 건 대선에 결정적으로 개입하는 것이다.”
―당 공작정치 저지 범국민투쟁위원회가 먼저 열린우리당 의원들을 검찰에 수사의뢰했다. 당이 먼저 해놓고 이 전 시장 측에 취하하라고 할 수 있나.
“전혀 다른 것이다. 권력을 놓고 여야 간에 경쟁을 하는데 국가기관이 끼어서 공작하는 것은 막아야 된다. 그러나 우리끼리의 문제로 수사를 의뢰하는 건 한반도에 당나라 군대를 불러오는 것과 같다.”
―박 전 대표 캠프 홍사덕 선대위원장의 복당 문제가 논란거리다.
“대선에서는 덧셈 정치, 나아가 곱셈 정치를 해야 된다. 당원 자격이 온전치 못한 사람이 각 캠프에서 수천 명도 넘게 일하는데 전부 다 규정대로 할 수 없다. 까놓고 이야기하면 당헌 당규에 당 대표가 어느 편을 들지 말라는 것도 없다. 다만 대표나 이재오 최고위원이나 규정에 없다고 그렇게 하면 당이 되겠나. 옐로카드 받았다고 무조건 다 퇴장하는 건 아니지만 심판은 그 사람의 일거수일투족을 더 자세히 보는 거다. 지나치면 또 징계를 받는다든지, 축출 제명을 당할 수 있으니 더 조심해야지.”
―이 전 시장 측의 이 최고위원에 대해서는 경고 안 했나.
“오늘 아침에도 경고했다. 당에서 안상수 위원장을 중심으로 공작정치저지투쟁위를 만들어서 국가정보원 방문하고 항의하는데 이 전 시장 캠프 차원에서 국무총리실에 가서 항의하는 것은 안 된다고 경고했다.”
―덧셈 정치를 위해 이념 정책이 유사한 다른 당 또는 무소속 의원 등을 상대로 외연 확대 작업을 하고 있나.
“지금도 계속하는 중이다. 일일이 밝힐 수가 없지만 당으로서는 상당히 준비를 많이 하고 있다. 그러나 국정 파탄 세력들이 철새 정치하고 떴다방 정치하는 데 같이 야합한다든지 문호를 개방할 생각은 없다.”
―한나라당의 집권 후 마스터플랜은 있나.
“정치 외교 경제 남북관계 등 분야별 한나라당 집권 청사진인 ‘희망 대한민국 프로젝트’를 만들고 있다. 시장경제를 더 굳건히 해 고도성장을 하는 동시에 지도층의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강화하는 ‘창조적 자본주의’를 기본철학으로 하고 있다.”
―외부의 공격으로부터 어떻게 당 대선후보를 지킬 것인가.
“더는 안 당한다. 내가 광화문에 드러눕는 일이 있더라도 후보를 보호하겠다.”
―한나라당을 탈당한 손학규 전 경기지사가 범여권의 유력한 후보로 부상 중이다.
“그런 분이 21세기 대한민국 장래를 결정할 대선에서 성공한다면 대한민국 정치 수준을 과거로 되돌리는 것이다. 승복 못하고 뛰쳐나가는 정치가 부활하는 것이므로 그런 분이 되어서도 안 되고 국민도 용납하지 않는다.”
―범여권의 후보 단일화 작업은 이뤄질 것 같나.
“과연 후보를 내겠나. 전부 무소속 후보 되는 건 아닌지 모르겠다. 저쪽은 예측 자체가 안 되는 집단이다. 국정 파탄 책임자들이 성형수술하는 건데 뜯어고쳐도 너무 뜯어고친다는 것을 국민이 다 안다. 결국 뜯어고친 부분이 곪아 터질 것이다.”
―정권 교체에 가장 큰 걸림돌은….
“경선에 패배한 쪽이 당을 깨는 일은 정치인으로서 망하는 것이기 때문에 없겠지만, 얼마나 단합해 같이 손을 들어주고 나가느냐가 관건이다. 한쪽이 다른 쪽에 지더라도 살생부가 만들어지지 않아야 하고, 대표는 그런 보험을 해주는 보험회사 사장이 돼야 한다.”
―대선 후에도 당 대표로서 당 운영을 주도해 나갈 것인가.
“대의원들이 정권 창출하라고 당을 맡겼는데 금세 그만두겠다는 것은 배신이기 때문에 끝까지 임기(2년)를 지킬 것이다. 중대한 하자가 있으면 스스로 그만둔다.”
박제균 기자 phark@donga.com
이종훈 기자 taylor55@donga.com
동정민 기자 ditt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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