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3억 딜레마…열린우리, 당해체땐 국고보조금 등 날릴판

  • 입력 2007년 7월 1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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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세균 열린우리당 의장(오른쪽)이 9일 오전 서울 영등포 당사에서 최고위원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정 의장은 이 자리에서 “통합민주당의 열린우리당 해체 주장은 주객이 전도된 것”이라며 “대통합이 가야 할 길이라면 상대를 부정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김동주  기자
정세균 열린우리당 의장(오른쪽)이 9일 오전 서울 영등포 당사에서 최고위원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정 의장은 이 자리에서 “통합민주당의 열린우리당 해체 주장은 주객이 전도된 것”이라며 “대통합이 가야 할 길이라면 상대를 부정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김동주 기자
열린우리, 대통합 앞두고 범여권서 당해체 요구

거부땐 통합 난항, 수용땐 국고보조금 등 날릴판

‘버리자니 아깝고, 가지려니 명분이 없고….’

열린우리당이 올 하반기에 확보할 수 있는 133억 원의 국고보조금과 선거보조금을 놓고 범여권이 딜레마에 빠졌다. 범여권 여러 정파의 복잡한 통합 셈법에 따라 133억 원의 거액이 자칫 ‘물거품’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열린우리당이 현재 의석수(9일 현재 73석)에 따라 중앙선관위원회에서 받을 3분기(7∼9월) 국고보조금은 22억1700만 원. 의석수가 유지된다면 4분기(10∼12월)에도 같은 액수의 국고보조금을 받을 수 있다. 이를 합치면 3, 4분기 국고보조금은 총 44억3400만 원이다.

열린우리당이 11월까지 현 의석수를 유지한다면 선거보조금 88억 원이 추가로 나온다. 대통령선거가 있는 해에 대선후보를 낸 정당은 4분기 국고보조금의 4배에 해당하는 선거보조금을 받을 수 있다는 규정에 따른 것. 이에 따라 열린우리당이 연말까지 의석수 관리에 성공하면 총 133억 원의 뭉칫돈을 확보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된 셈이다.


촬영 : 김동주 기자

하지만 열린우리당의 불투명한 거취가 문제다. 범여권 통합의 두 축인 중도통합민주당과 미래창조연대가 통합의 전 단계로 열린우리당 해체를 강하게 요구하고 있기 때문. 열린우리당이 없어지면 뭉칫돈은 ‘공수표’에 그친다.

중앙선관위의 한 관계자는 “만약 열린우리당이 통합민주당 등의 요구대로 완전히 해체한다면 국고보조금과 선거보조금을 지급할 이유가 없다”며 “대신 열린우리당이 받을 돈은 나머지 정당들이 의석수 비율로 나눠 가질 것”이라고 말했다.

열린우리당의 한 관계자는 “(당이 완전 해체되면) 우리가 받을 돈을 한나라당이 가져가 선거에 쓰게 된다”며 “우리가 이기지는 못하더라도 적에게 실탄을 줄 수는 없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하지만 그 돈을 살릴 수 있는 길도 있다. 열린우리당 주장대로 당 해체 없이 통합민주당 등과 ‘당 대 당’ 통합이 이뤄지면 이 돈은 고스란히 신설되는 정당으로 옮겨갈 수 있다.

범여권 진영에선 이 시나리오의 성사 가능성을 낮게 보고 있다. 통합민주당 박상천, 김한길 공동대표가 최근 정세균 열린우리당 의장 등을 만난 자리에서 “열린우리당과 당 대 당 통합은 불가능하다”고 쐐기를 박고 나섰기 때문이다.

이런 딜레마를 풀기 위해 범여권 일각에선 ‘정치적 해체 선언 후, 법적으로 당 대 당 합당’이란 편법적 아이디어까지 흘러나오고 있다. 통합민주당의 열린우리당 해체 요구를 수용하는 명분을 잃지 않으면서도 실리를 챙기기 위해선 법적으로 ‘당 대 당’ 통합 절차를 밟자는 얘기다.

통합민주당의 고위 관계자는 “요즘처럼 정치 자금 모으기가 어려운 상황에서 133억 원은 엄청나게 큰 돈”이라며 “통합 과정에서 돈 문제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지만 마땅한 묘책이 없어 고민”이라고 말했다.

이진구 기자 sys120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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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여권 흔들리는 ‘동교동 파워’

“(범여권) 대통합에 걸림돌이 되거나 대통합을 실패하게 하는 지도자는 내년 국회의원 선거에서도 실패할 것이다.”

김대중 전 대통령은 9일 서울 마포구 동교동 자택을 방문한 정동영 전 열린우리당 의장과의 비공개 회동에서 “대통합에 기여하는 사람이 국민의 지지를 받을 것이다”며 이같이 말했다고 열린우리당 김현미 의원이 전했다.

김 전 대통령은 “국민의 관심은 지금 온통 한나라당에 쏠려 있지만, 대통합이 되면 그 순간부터 범여권 후보에게 관심을 갖게 될 것이다”며 “누가 제일 대통합에 헌신했느냐가 판단기준이 될 것이다”고 말했다.

이는 범여권 통합 움직임이 고비를 맞고 있는 시점에 나온 것이어서 주목된다.

김 전 대통령은 그동안 단일 정당을 만드는 게 어려우면 후보 단일화를 통해서라도 일대일 구도를 만들어야 한다는 태도를 보였다. 그런데 총선 실패까지 언급하며 ‘단일 정당, 단일 후보’를 역설하고 나선 것이다.

그러나 김 전 대통령은 ‘대통합을 실패하게 하는 지도자’를 구체적으로 언급하진 않았다.

현재 중도통합민주당 박상천 김한길 공동대표와 열린우리당 정세균 의장은 열린우리당 선(先) 해체 및 친노(親盧) 핵심세력의 통합신당 합류 문제를 놓고 막판 힘겨루기를 하고 있다. 또 대선주자들은 통합이 될 때와 안 될 때를 염두에 두고 ‘주판알’을 튀기고 있는 상황.

김 전 대통령은 이런 상황을 감안해 대통합을 속히 결단하라고 압박한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서는 친노 세력 배제 주장을 굽히지 않고 있는 박 대표를 염두에 둔 발언이라는 해석도 나왔다.

통합민주당의 한 의원은 “김 전 대통령의 ‘복심(腹心)’인 박지원 씨가 범여권 인사들을 두루 접촉하며 분열 없는 범여권의 단일대오를 강조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그러나 중도통합민주당 일각에서는 “김 전 대통령이 자꾸 훈수를 두는 게 오히려 통합을 방해하고 있다”는 반응도 나왔다.

정용관 기자 yongar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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