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악관 기자실은 대통령의 기자회견과 백악관 대변인의 뉴스 브리핑에 주로 이용된다. 평일 정오부터 백악관 대변인과 출입기자들의 질의응답 방식으로 진행되는 정례 브리핑은 불꽃 튀는 설전의 연속이다. 1995년 브리핑이 TV로 생중계되면서 카메라를 의식한 기자들의 질문은 더욱 날카로워졌다.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한 질문에 성역(聖域)은 없다. ABC TV 백악관 출입기자였던 샘 도널드슨은 “나쁜 질문은 없다. 나쁜 답변이 있을 뿐”이라는 명언을 남겼다.
▷애리 플라이셔 백악관 대변인은 2001년 1월 22일부터 2003년 7월 14일까지 300차례에 걸친 브리핑을 통해 ‘출입기자들과의 전쟁’을 치렀다. 하지만 그는 마지막 브리핑에서 언론의 역할을 이렇게 평가했다. “우리나라 225년의 역사에서, 무엇이든 물어볼 수 있는 자유언론이 있다는 것과 이에 대해 책임을 져야 하는 정부가 있다는 사실이 우리나라를 계속 강하고 자유로운 나라로 만든 중요한 요소다.”
▷백악관 기자실이 새 단장을 했다는 뉴스를 접한 날, 한국에서는 ‘시민과 함께하는 변호사들’이란 변호사단체가 정부의 ‘취재지원 시스템 선진화 방안’에 대해 헌법소원을 청구했다. ‘기자실은 기자들이 죽치고 앉아 기사 방향이나 담합하는 곳’으로 생각하는 대통령의 왜곡된 언론관을 뒷받침하기 위해 정부는 55억 원을 들여 브리핑룸을 통폐합하고 부처 기자실에 못질을 하고 있다. 자유언론에 대한 이해(理解)가 부족한 현 정권 핵심 세력을 과연 민주주의자라고 할 수 있을까.
권순택 논설위원 maypol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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