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전 시장과 친인척들의 부동산 관련 의혹이 대선정국에서 중대변수로 부상한 가운데 자칫 검찰수사가 정략적으로 변질될 경우 회복이 힘들 정도의 '치명타'를 입을 수 있다는 것.
이 전 시장 본인이 '당을 통한 검증'을 재차 강조해 온 마당에 강재섭 대표 등 당 지도부가 전례없이 캠프에 강력한 메시지를 보내 취소를 종용한 것도 무시하기 힘들었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그러나 이날 결정으로 "떳떳하지 못하기 때문"이라는 '의혹의 눈초리'는 감수해야 할 것으로 보이며 당내 대권 라이벌인 박근혜 전 대표 진영의 공격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정치는 정치로 풀어야"
박희태 캠프 경선대책위원장은 8일 기자들과 만나 "집안 싸움은 법정으로 가서는 안된다. 법도 집안 문턱으로 들어와서는 안된다"면서 김재정 씨의 고소 고발에 불만을 표시했다. 정치는 '여의도'에서 풀어야지 '서초동'으로 가져가서는 안된다는 말이다.
이는 2002년 대선에서 겪었던 뼈아픈 기억에서 비롯된 것이다. 이회창 당시 한나라당 후보의 병역비리 의혹이 선거 이후 결국 무혐의로 밝혀졌으나 선거는 이미 패배로 결말이 났고 "억울하다"고 해봐야 돌이킬 수도 없었다.
"현재의 검찰을 믿는다"(이재오 최고위원)고 했지만 명예훼손 사건을 이례적으로 공안부가 아닌 특수부로 배당한 것부터 검찰에 대한 신뢰는 기대하기 힘들다는 게 대체적인 분위기였다.
이런데다 최근 경선룰 갈등 국면을 거치며 '당의 주류' 싸움에서 박 전 대표측을 밀어냈다고 자부하고 있는 상황에서 강재섭 대표를 비롯한 당 지도부의 요청을 무시하기도 힘들었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더욱이 안상수 공작정치저지 범국민투쟁위원장은 취소하지 않을 경우 사퇴하겠다고 압박하고 나선 터였다.
캠프 관계자는 "취소에 따른 역풍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지만 당이 검증위를 통해 명확한 진상규명을 해 줄 것을 믿기 때문에 결정을 내린 것으로 안다"면서 "한나라당 후보라는 선명성이 더 강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당과 관계 공고화… 비판은 불가피
이번 결정으로 이 전 시장측이 얻은 가장 큰 성과물은 당과의 관계를 더욱 공고히 할 수 있게 됐다는 점이다.
"차제에 검찰 수사를 통해 의혹을 명확하게 규명하자"는 내부의 반대 목소리에도 불구하고 경선룰 양보에 이어 당의 화합을 위해 '또 한번의 결단'을 내렸다는 점을 보여줌으로써 '한나라당 후보'로서의 선명성을 확실히 했다는 것이다.
이와 함께 열린우리당 김혁규 의원 등의 고소로 앞으로도 수사가 불가피하다는 점을 감안해 '검찰에 대한 불신 분위기'를 보여줌으로써 간접적으로 압박효과를 얻었다는 평가도 나오고 있다.
그러나 애초부터 이번 고소 고발건은 '자충수'로, 뒤늦게 이를 취소하기로 했으나 명분과 실리에서 모두 '마이너스'였다는 게 캠프내 평가다.
우선 박 전 대표측의 공세를 피하기 어렵게 됐다. 박 전 대표측 김재원 대변인은 10일 "(이 전 시장측이) 고소를 취하해도 당 검증위가 (의혹을) 밝힐 가능성이 전무하다. 고소 취하로 문제를 그냥 덮고 가서는 안된다"고 공세를 폈고 앞으로도 공격의 수위는 더 높아질 것이 자명하기 때문.
또 이 전 시장측은 이번 사태가 김재정 씨의 '돌출행동'에 따른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으나 당의 지침을 어기고 검찰을 끌어들였다는 비판을 면하기도 어렵고, 취소 결정에도 불구하고 검찰수사가 계속될 가능성이 높다는 점도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이에 따라 캠프측은 검찰이 수사를 강행할 경우 '이명박 죽이기를 위한 권력형 음해'라는 기존의 전략을 고수하면서 대정부 투쟁에 나서 이번 대선을 '이명박 대(對) 반(反)이명박'구도로 몰고 갈 것으로 예상된다.
◇막판까지 내부 논란
캠프 내부에서는 고소 고발 취소 여부를 놓고 이날 오전까지도 치열한 논란이 계속됐다.
이날 아침 대부분의 언론이 '취소로 가닥'이라고 보도했음에도 불구하고 캠프의 일부 핵심관계자들은 "오보가 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할 정도였다.
특히 당초 이날 오전 회의에 박희태 경선대책위원장과 부위원장 11명 등 위원장단만 참석할 것으로 알려졌으나 정두언, 차명진 의원 등 소장파 의원들도 배석할 것이라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방침이 변한 것이 아니냐는 관측이 돌기도 했다.
실제로 이날 회의에는 캠프 본부장급 의원들도 일부 참석해 '취소 반대' 입장을 밝히는 등 마지막 순간까지 완전한 의견일치를 보지는 못했다.
그러나 1시간 이상 진행된 회의가 끝난 뒤 박 위원장이 기자회견을 갖고 "김재 씨에 대해 고소 고발건을 취소하도록 권고하기로 했다"고 밝히면서 최근 며칠간 끌어온 논란에 종지부를 찍었다.
캠프 관계자는 "내부적으로 취소에 반대하는 목소리가 찬성론 못지 않았다"면서 "특히 법률지원단 등 실무진에서는 '끝까지 검찰수사를 받아 시시비비를 가려야 한다'는 주장을 굽히지 않았다"고 전했다.
디지털뉴스팀·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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