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전 대표, 고 장준하 유족에 사과

  • 입력 2007년 7월 11일 16시 00분


"아픈 역사가 되풀이돼 다시는 우는 사람이 없게끔 해달라", "장준하 선생이 바란 것은 자유민주주의 확립인 만큼 그것을 달성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

한나라당 대선주자인 박근혜 전 대표가 11일 70년대 대표적 민주인사였던 고 장준하 선생의 유족을 만나 '역사적 화해'를 모색했다.

월간 사상계를 창간한 고 장준하 선생은 박 전 대표의 선친인 박정희 대통령 재임 시절이던 75년 의문사 당했으며 당시 국가권력 기관에 의한 타살 의혹이 제기된 바 있다.

박 전 대표는 이날 오전 서울 일원동의 한 아파트로 고인의 부인인 김희숙(82) 씨를 찾았다. 캠프 상임고문인 서청원 전 대표가 동행했다.

그는 김 씨의 두 손을 꼭 잡고 "장준하 선생이 갑자기 돌아가신 후에 얼마나 고통스럽고 힘들었지를 생각하니 진심으로 위로드린다"고 인사를 건넸고, 김 씨는 "오늘 만남이 좋은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고 화답했다.

김 씨는 이후 손수 적은 메모지를 읽어내려갔다. "노파심에서 박 전 대표에게 말하고 싶은 3가지를 적었다"면서 "사과의 진정성을 보여주시고 박 전 대통령 시절 고통받았던 분들에 대한 보답은 진정한 민주주의 국가 달성으로 해달라"면서 "또 똑같은 아픈 역사가 되풀이되지 않도록 개인적 욕심없이 헌신해달라"고 말했다.

김 씨는 특히 "과거는 과거지만 다시는 우는 사람이 없게 해 달라"고 말하는 대목에서는 감정이 북받치는 듯 안경을 벗고 손수건으로 눈가를 훔치기도 했다.

이에 대해 박 전 대표는 "장 선생이야말로 누구보다도 애국심이 뜨거우셨고 민주주의 열정을 갖고 계셨던 분"이라며 "저의 아버지와는 반대 입장에 계셨고 방법은 달랐지만 두 분 다 개인보다는 국가와 민족을 먼서 생각하셨다고 믿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김 씨에게 "자유민주주의를 활짝 꽃피우고 선진국이 되도록 하는 게 민주화를 위해 아픔을 겪으셨던 분들에 대한 보답이라고 생각하고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김 씨는 "순천자는 흥하고 역천자는 망한다는 점과 아랫사람들이 먹는 지 잘 입는지 추운 지를 먼저 살피는 것이 윗사람의 도리라는 것을 젊은 사람들이 지켜야 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박 전 대표는 지난달 11일 출마선언에서 "아버지 시대의 불행한 일로 희생과 고초를 겪으신 분들과 그 가족분들에게 저는 항상 송구스럽고 죄송한 마음을 가지고 있다"며 '과거와의 화해' 의지를 밝힌 바 있다.

이날 만남은 박 전 대표가 선친 재임시 고통받은 이들 중 상징적 인물로 고 장준하 선생을 염두에 두고 민주화운동을 했던 서청원 상임고문을 통해 유족과의 만남을 부탁해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김 씨는 박 전 대표에게 71년 출간된 고인의 대표적 저서 '돌베개'를 선물했다.

디지털뉴스팀·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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